2017. 11. 26.
꽃잔치도 끝나고 산하는 겨울채비를 하고 있는 계절에 이 녀석 때문에 남쪽으로 차를 몰았다.
2015년 이 산을 오르다가 낯이 선 보리수나무속 녀석을 담은 적이 있다.
그 해 식물분류학회지에 미기록종 통영볼레나무가 발표되었던 것이라 통영볼레나무일 거란 생각을 못하고 대충 담아 왔던 터였다.
해서 제대로 찾아 보고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겨울 초입에 미륵산 언저리를 헤메게 되었다.
논문 : 한국 보리수나무속의 미기록 식물: 통영볼레나무 ※논문 초록의 일부이다 통영시 미륵산 용화사 근처에서 보리수나무과에 속하는 미기록 분류군인 통영볼레나무(Elaeagnus pungens Thunb.)가 발견되었다. 이 분류군은 중국과 일본 원산으로, 북아메리카에는 도입되어 분포하고 있다. 근연 분류군인 보리장나무(Elaeagnus glabra)와 비교하여 경침이 존재하며, 엽연은 파상형으로 뒤로 젖혀지고, 잎 뒷몃은 은백색 인모에 드물게 갈색 인모가 있으며, 꽃받침통은 종형의 형태를 가진다는 점에서 뚜렷이 구분된다. |
그래도 남쪽이라 아직 참나무속 나무들의 등황색 단풍이 보기 좋을 정도였고 계곡에는 붉은단풍도 제법 분위기를 살리고 있었다.
헌데 등산로를 따라 3km 정도를 돌았지만 통영볼레나무는 딱 두 개체를 발견할 정도로 개체 수가 드물어서
찬찬히 살피지 않았더라면 먼 길 떠난 보람도 없이 헛걸음할 뻔 하였다.
처음 만난 이 녀석은 위의 논문 초록의 내용으로 볼 때 잎의 모양과 인편의 상태로 봐서는 통영볼레나무가 분명한데
일년지에 경침이 전혀 안 보이는 점에서 혼란스러웠다.
꽃을 달고 있는 어린 열매도 달려 있는 장령목으로 아래쪽의 맹아지 잎은 위쪽 가지의 잎보다 크기가 많이 컸다.
<개체 1> 통영볼레나무
잎의 모습이다. 좁은 타원형의 잎 가장자리는 파상형으로 뒤로 젖혀지며 잎 뒷면에 갈색 인편이 보인다.
잎 뒷면에 은색과 갈색 인편이 함께 있다. 잎가장자리의 파상의 거치가 확실하게 나타난다
헌데 통영볼레나무는 전년지 잎 겨드랑이에 경침(가시)가 있는게 특징인데 아무리 살펴도 이 나무에서는 경침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경침이라는 건 아까시 나무나 찔레나무의 가시와 달리
어린 가지가 가시 모양으로 생성이 되어 결국 가지로 자랄 것일진데,
이 녀석은 총 길이 4m 정도의 장령목에다가 어린 열매까지 달고 있는 걸 보면
가지를 더 많이 만들 필요가 없으니 경침을 생성하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쪽 잔가지의 잎의 크기이다
잔가지 끝에 드문드문 갈색 인편에 덮여 있는 어린 열매가 보인다
<개체 2> 왕볼레나무 추정
이 녀석과 바로 친구하듯이 보리수나무속 한 녀석이 함께 서 있었는데
보리밥나무가 아니라 잎이 더 작고 좀 생소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통영볼레나무와 보리밥나무의 교잡종인 왕볼레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산에는 보리밥나무와 통영볼레나무가 있으니 그 교잡종인 왕볼레나무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니까.
녹보리똥나무도 염두에 둘 수 있겠지만 이 곳에는 보리장나무가 보이지 않으니(보지 못했지만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 산에는 보리장나무와 보리밥나무의 교잡종인 녹보리똥나무가 생길 수 없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이녀석도 통영볼레나무 열매 크기만한 열매가 달려 있다
<개체 3> 통영볼레나무
경침에 대한 찝찝함을 해결하고자 산을 한 바퀴 돌아서 내려가기로 하면서 주변 숲에 녹색 잎을 유심히 살피는데
등산로에서 좀 떨어진 숲 아래에서 아주 작은 유목 하나가 보이길래 허겁지겁 아래로 내려갔다.
엽형은 틀립없는 통영볼레나무이다
우선 가지의 경침부터 확인하는데,
있다~!! 어린 가지에 경침이~!!!
그랬다. 유목의 가지에는 경침이 여러 곳의 잎겨드랑이에 발달해 있었다.
이 녀석은 어린 녀석이라 빨리 가지를 많이 만들어 성장을 해야 하니 경침이 많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고,
처음 만난 녀석은 꽃과 열매를 달 정도의 성목이라 결실에 더 집중을 해야 했기에 경침을 만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수수께끼가 풀리는 느낌이다.
가지에 길다란 가시를 다는 경우의 예로 느릅나무과의 시무나무가 있다.
시무나무는 어린 가지에 보통 5cm-10cm에 이르는 아주 긴 가시가 발달하는데 이 가시는 가지로 성장하게 된다.
시무나무도 역시 어린 유목에 가시가 많이 나타나지만 큰 성목에는 가시가 거의 나타나지 않아서
잎이 떨어진 시무나무 장령목을 앞에 두고 금방 알아채지 못하고 한참 머리 아파한 적이 있었더랬다.
어린 통영볼레나무의 원줄기 아래쪽 가시에 잎이 달린 모습이 보인다. 가시가 가지로 성장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아래 사진의 경침에는 겨울눈이 달려 있다. 다음 해에 잎눈이 트고 가지로 성장할 것이다
이 경침 끝에는 2개의 잎이 달려 있다.
어린 나무는 빨리 몸을 키워야 했으니 요 작은 통영볼레나무 유목에는 경침이 많이 보이고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던 개체1의 성목 통영볼레나무는 경침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개체 1의 큰 성목 가지에서 가지로 발달하지 못한 경침이 아닐까 짐작할 수 있는 흔적이다.
어린 유목을 만나고 나니 경침 때문에 혼란스럽던 통영볼레나무에 대한 것이 싸악 정리가 되어 속이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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