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27.
"어르신요. 뭐 좀 여쭤 볼려고요"
고추밭 고랑을 메고 있던 어르신이 개 짖는 소리에 신경을 쓰다가
밭으로 다가서는 낯선 아줌씨를 보고 무슨 일로? 하는 표정으로 쳐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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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이 곳을 지나면서 개살구나무 열매가 궁금하여 숲으로 들어가다가
밭 둑 위에 심겨진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참골담초를 보고 깜짝 놀랬더랬던 적이 있었다.
'어? 콩과 식물인데 골담초는 아닌데.....설마 참골담초일까?'
하고 의아스러워 하면서 요모조모 촬영을 했다.
참골담초 열매를 식물원에서 촬영한 적은 있었지만 자생에서 열매가 결실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잎과 수피를 봐서는 참골담초가 분명하고 집 옆의 밭에 심겨진 것이라 산에서 캐 온 것이 분명할텐데,
그렇다면 이 산에도 참골담초가 자생한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이 산에 참골담초가 자생한다면 참골담초 최남단 자생지라는 대단한 식생 정보가 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헌데 이 전까지 이 산의 식생 조사 목록에는 참골담초가 들어 있지 않았고
이 곳에서 참골담초 그림자도 본 적이 없기에 믿겨지지 않아서 계속 이상타 하면서 갸웃거렸다.
하기사 이 산도 석회암 지대이고 풍혈지가 있으니 참골담초가 자생할 수 있는 조건이 되긴 하지만
여기서는 전혀 뜻밖이라 이 녀석이 이 곳에 심겨지기 까지의 과정을 알아봐야 겠다 생각하고 화요일 퇴근 후 그리로 달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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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기 심겨진 거 골담초 맞지요? "
시골 어른들에게는 참골담초라는 이름보다 골담초라고 더 알려져 있지 싶어서
밭 둑 위를 가리키면서 어디서 캐 온 거냐고 물으니 마음씨 좋아 보이는 어르신은 빙긋이 웃으신다.
"예 맞는데, 왜요?"
식물 조사하는 사람인데 사진 찍으러 왔다가 거기 심겨진 거 보고 궁금해서 왔다니까
이 뒷 골짜기 위로 올라가면 바위 벼랑 위에 있단다.
히야~!! 반가워라. 혹시나 했더니 역시 내 짐작이 맞았다.
"골을 따라 오르면 볼 수 있을까요?" 했더니
어르신은 턱도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손사래를 친다.
밭둑에 심은 지 30년 쯤 되었으니 지금은 숲이 우거지고 길도 없어서 들어가지 못할 거라면서
여기 저기 큰 골짝 바위 지대에 골담초가 꽤 살고 있다고 자상하게 알려 준다.
골담초가 몸에 좋다고 예전에는 사람들이 많이 캐서 심었다고 한다.
꼭 보고 싶다고 했더니 캐면 처벌받는다고 일러준다.
아마도 자꾸 꼬치꼬치 캐물으니 채취하려는가 싶은 모양이다.
해서 도산에 있는 학교에 근무한다고 식물을 조사하는 일을 한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하느냐면서 신기해 한다.
산 뒤 마을쪽으로 차로 오르면 접근이 쉽다고 하길래
어르신이 그 근처 까지만이라도 안내해 줄 수 있느냐 부탁을 드렸다.
결국 맘씨 좋으신 어르신은 가을에 나뭇잎이 다 떨어지면 그 때 가 보자고 허락을 해 주셨다.
하~! 강원도에 가서야 만나던 참골담초를 여기서 볼 수 있다니.
우연하게 발견하고 얻은 귀한 정보여서 더 기분이 좋다.
초겨울 어르신 모시고 산에 오를 날이 기다려 진다.
참골담초 : https://qweenbee.tistory.com/8890033 https://qweenbee.tistory.com/889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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