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12. 경남.
딱히 뭘 만나보겠다는 요량은 아니었다.
여기 저기서 봄 꽃이 피어 나고 금방 금방 그 자리를 새로운 녀석들이 채워가는 소식을 접하고는
그냥 가만히 있기에는 따신 볕이 전해 주는 봄 기운이 너무 간지러웠던 것이다.
남쪽 바닷가를 서성이다 보면 무언가 만나지겠거니 하고서 700리 길을 쉬지도 않고 줄창 달렸다.
낯 익은 포구에 도착을 하고서는 커피와 과일 몇 조각으로 기운을 차리고 산길을 오른다.
몇 년 전에 봤으니 다시 만남이 반가운 백서향이다.
개화 절정기가 지나서 꽃밥이 시들어가고 있었다.
제주백서향과 달리 잎이 더 넓고 꽃차례에 꽃송이 수가 적고 화관 밖에 털이 있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이 녀석이 진짜 백서향이고 제주도 녀석은 제주백서향이란 신종으로 발표가 되었다.
전에 보던 녀석들 몇 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납치된 모양이다. 남은 녀석들이 걱정이 된다.
장소를 이동하여 고개마루에 차를 버린다.
등산로 초입에서 보춘화 한 송이가 먼길 피로를 씻어준다.
소나무재선충 땜에 숲 아래에는 베어낸 소나무 둥치를 동여 놓은 초록색 무더기들이 여기 저기 놓여 있다.
볕은 따습지만 꽃샘 추위로 바람 끝이 아직 차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지만 아직 낚시제비는 낚시바늘을 늘어뜨리지 않았다.
어디나 성질 급한 녀석은 꼭 있기 마련이다.
한참을 오르니 낚시제비 한 녀석이 해맑게 웃고 있다.
아직 숲은 겨울을 벗어날 생각이 없는 듯하다.
용케도 생강나무 한 녀석 꽃을 피우고 알싸한 생강 향을 날릴 준비를 하고
300여 미터를 오르면 소사나무 숲이 시작된다
매끈하지만 울퉁불퉁한 근육성 수피에 작은 옹이들이 나타나고 가늘게 자라난 잔 가지가 재미있는 녀석이다
ㅎ... 운동삼아 오르려고 했다지만 그래도 이 녀석에 대한 기대를 아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근생엽을 보려고 했는데 이 녀석은 근생엽도 없이 이렇게 꽃줄기부터 올리고 있었다. 애기참반디다.
따신 볕 덕분일까? 부산사초는 벌써 꽃가루를 털어내고 있다.
일박을 할까도 했지만 뭐 별로 매력적인 눈요기거리가 없다
산 아래서 잡풀떼기 몇 녀석을 들여다 보다가 귀가를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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