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23. 강원도.
보려고 하던 선백미꽃 군락을 마주하고 있는데 숲이 요동을 치기 시작하더니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큰일이다 3km 쯤 숲길을 걸어 왔는데...우의도 차에 두고 와 버렸는데....
되돌아 나와야하는데 앞에 구들댕댕이 꽃이 노랗게 피어 있어서 흔들리는 꽃가지를 부여잡고 오랜만에 마음 먹고 담았다.
천둥소리 계속 요란해지면서 빗줄기가 세어진다. 할 수 없이 후퇴이다,
그래도 오늘 이 곳을 찾은 목적은 모두 달성하여 푸근한 마음이다.
발걸음 재게 놀리지만 아직 온전하지 않은 발목 때문에 속도를 붙이지 못한다.
중간 쯤 되돌아 나왔을까?
짜악~!!!!
바로 옆 숲의 나무에 벼락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천둥소리가 귀청을 찢는다.
옴마야~! 너무 놀라서 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벼락이 칠 때 자세를 낮추라는 말이 본능적으로 떠올랐나 보다.
에고고~!~!! 하느님 부처님. 내는 크게 죄 지은 거 없시요!
겁에 질려서 오금이 저리지만 그대로 있을 수만 없는 노릇이라. 다시 몇 걸음 도망가는데
이 번에는 오른쪽 숲의 나무에 벼락이 떨어진다. 또 다시 풀썩 주저 앉는다.
그 와중에도 어느 나무에 벼락이 떨어졌나 하고 숲을 살펴본다. 벼락 맞은 나무는 시야에 들어 오지 않는다.
무방비 상태로 적에게 노출된 패잔병 처럼 서 있는 나는
점점 거세어지는 비를 그대로 비를 맞으면서도 뾰족한 대책이 떠오르지도 않고 미칠 노릇이다.
까라라라랑~~~!!!! 천둥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이 계속 울부짖는다
꾸르르릉이라면 그래도 덜 위험 할텐데 까라라 랑~~! 이다. 이건 완전히 정수리 위에서 난리 법석이다.
앉은 걸음걸이로 살금살금 내려오다가 절뚝거리면서 속도를 붙여 본다.
몇 년 전 도솔봉에 올랐다가 이런 상황에 혼비백산하여 하산한 적이 있는데
그 날 서울 도봉산에서 등산객 몇 사람이 벼럭을 맞아 사망하였다는 뉴스를 들었었다..
이태 전에는 학교 뒷쪽 나무에 벼락이 떨어져서 학교 전기 시설이 모두 나가 버린 적도 있다.
오만 생각이 떠오르면서 잔뜩 겁에 질린다.
우쒸~~!! 오늘 비 온다는 말 없었는디...기상대 아자씨들 인자 주거써.
이 녀석은 털보이다. 줄기와 잎뒷면 잎자루에 거센 털이 가득하다.
꽃 떨어진 자리에 귀 큰 아기 돼지 두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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