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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

신신이발관 1

by 여왕벌. 2010. 2. 12.

 

집으로 가는 둑방 길 마을에

60년 식 간판을 달고 있는 신신이발관이 있다.

내 어릴 적 단발머리 까불면서 지나다니던 어란 동네

 

 

 

외할머니가 사다 주신 내 빨간 털구두

이웃집 복실이가 신나게 물어 뜯은 내 빨간 털구두 

 

  

 

뜯겨진 하얀 털이 서러워서 서러워서

아침도 먹지 않고 눈물 훔치면서 지나가던 신신이발관 앞.

 

늙은 떡버들 나이테 사이에 내 울음소리 스며들어

떡버들 볼 때마다 잔가지로 웃어댄다.

 

 

 

가죽 혁대에 거친 면도날 문질러서 날을 세우고

둥그런 솔로 하얀 비누거품 바른 울 아버지의 턱수염을

 

정성스레 면도를 하던 등 굽은 아저씨가

아직도 신신이발관에서 동네 어르신 머리를 자르고 있다.

 

 

 

꼬맹이 시절부터 청년이 되도록 이발관 문을 드나들던

내 동생이 이제 40 대 후반을 넘기고 있는데.

 

뼁끼 칠 벗겨진 유리 창문 너머로

여직도 준수한 이발사 아저씨 오늘도 동네 어르신 기다리고 있다.

 

 

 

연탄 난로 위의 주전자는 하얀 입김을 토하고

창밖으로 목 빠진 연통에서는 파랗게 겨울이 타고 있는데

 

 

 

눈 내린 아침 신신이발관 

이발사 아저씨 기침소리 들리지 않고 

진눈깨비만 차락차락 아침 고요를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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