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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

까치설 아침에

by 여왕벌. 2010. 2. 13.

2010.2. 13.

 

엊 저녁에 풀 폴 날리는 눈송이가 걱정스러웠는데 까치설 아침에 흰눈이 수북하게 쌓였습니다.

귀성길 미끄러운 건 걱정인데 이렇게 풍성하게 눈이 내리는 걸 보니 올해 풍년이 들 것 같아 벌써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까치설 새벽에 반가운 손님이 다녀갔네요.

대문을 닫지 않고 두었더니 밤새 내린 눈위에 발자국이 폭폭 찍혀 있습니다.

 

 

 

마당을 한바퀴 돌아 다닌 자그마한 발자국을 보니 오소리가 아닐까 짐작을 해 봅니다.

늦은 저녁 자동차 불빛에 오소리 한 쌍이 밤마실 다니는 걸 본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한마리 인 거 같습니다. 아니 다시 보니 나가는 발자국이 두마리인 거 같네요.

 

헌데 참 이상도 합니다. 분명 아침에 나가면서 담은 대문간에는 들고 난 발자국이 두 줄인데

동네를 돌아 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담은 사진에는 오른쪽에 발자국이 한 줄 더 나 있습니다. 

아침 내내 집 안에서 먹을 것을 찾았나 봅니다.

 

 

 

지 먹을 거리가 별로 없었을텐데 빈 배로 돌아갔을 걸 생각하니 안타깝네요.

배나무 밑에 과일 껍질이라도 던져놓고 설 쇠러 갈까 봅니다. 역귀성이라 길막힘 걱정은 없겠지요?

 

 

 

까치설 새벽부터 반가운 손님이 마당에 지신을 밟아 주는 걸 보니

올해는 상서로운 일이 많을 것만 같습니다.   

논 가운데 집가래도 흰 눈을 덮어 쓰고 고향을 찾는 귀향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집앞 둑 세로티나벚나무 가지에 참새가 재재 거리길래 무심코 담는데

우는 소리가 가냘프네요. 자세히 보니 머리에 뿔난 멧새 같습니다.

 

 

 

둑길은 부지런한 앞집 어르신이 눈을 말끔하게 쓸어 놓으셨습니다.

 

 

제 블방을 찾아주신 님들 즐거운 설 명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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