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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

얼어버린 상수도

by 여왕벌. 2010. 1. 20.

2010. 1. 20.

 

"야야~! 물이 안나온다!"

 

일어나기 싫어서 이불자락을 더 끌어당기는데 엄니의 당황스런 목소리가 들린다.

올해 같은 추위에 에지간히 견디고 있다고 용타 했더니만 결국 상수도가 사달이 났나 보다.

에혀~! 엊 저녁까지도 잘 나오던 수돗물이 날씨도 풀린 지금 왜 얼었으까이?

 

"계량기를 쐬음달에 만들어 놔서 안 그랐나."

 

엄니는 겨울만 되면 계량기가 응달에 있어서 얼까 봐 노심초사하신다.

올해도 밍크 이불을 계량기 위에 덮어 놓았는데 이번 추위에 결국 탈이 나 버린 거다.

 

  

갑작스런 사태에 아침 밥은 고사하고 세수도 못하고 우째야 될지 잠시 막막하다. 순간적으로 몇 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오간다.

어쩔 수 없이 동네에 있는 상수도 공사를 하는 댁에 전화를 하니 여기 저기서 수돗물이 얼었다는 연락이 많이 온단다.

 

왜 이렇게 날씨가 풀렸는데 수돗물이 안나오냐니까 땅이 서서히 깊게 얼어 들어가니까 날씨가 풀려도 이제사 상수도관이 언 거란다.

그래서 물이 졸졸 거리도록 꼭지를 열어 두어야하는데 그걸 대수롭잖게 생각 했던 게 탈이었다.

 

점검을 하러 언제 올지 몰라서 마냥 기다리고 있는데 다행히도 금방 도착하였다.

상수도 계량기 두껑을 열어 연결관 풀어보니 물이 쫄쫄 거리는가 싶더니만 뚝 끊어진다.

어디 쯤 얼었는지 알 수 없단다. 언 자리를 못찾으면 저절로 풀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단다? 헐~!

 

 

그 와중에 앞집 어르신이 오시더니 앞 집에도 물이 안 나온단다.

그러면 앞집과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부분의 관이 얼었다는 건데, 결국 짐작되는 위치를 포크레인이 파기 시작한다.

올해는 얼마나 추웠던지 땅 속이 1m 이상 얼었다고 한다.

부슬부슬 비가 오는 날씨에 우산을 들고 땅을 파는 곳에 가보니 땅이 얼마나 얼었는지 포크레인도 버벅거리고 있다.

 

 

 

한 군데를 파고 상수도관 속으로 더운 증기를 뿜어 넣으면서 녹이기 시작하는데 가느다란 호스가 끝 없이 들어가간다.

엄청 얼었나 보다. 하얀 호스로 뜨거운 스팀을 수도관 속에 밀어 넣으니 얼음이 녹아서 물이 졸졸 흘러나온다.

 

 

 

이 기계가 뜨거운 증기를 만드는 기계다. 동파된 상수도를 이렇게 녹인다니 참 신기하다.

 

 

 

결국 더 멀리 한 군데를 더 파고 한참을 녹인 끝에 물이 터지기 시작하였다. 휘유~! 다행이여.

 

강추위가 계속될 때는 수도물을 계속 흐르게 해 두어야 한단다.

아직 땅이 언 상태라서 잠궈버리면 또 얼어버린다고 꼭 수도 꼭지를 열어 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상수도 요금이 문젠가 봄이 되도록 세수도 못하고 지낼까 싶어서 오금이 저리더니만. 그만하기 을매나 다행인가.

 

수고비를 드리려니 안받는다고 손사레를 친다. 2년 전에 상수도관을 매설하는 공사를 맡아서 책임감 때문에 그런가?

아무튼 고마운 일이다. 날 풀리면 음료수 라도 사서 보내 드려야겠다. 

 

 

 

덕분에 오늘 출근도 못했다. 하기사 방학인데 뭐 꼭 나가지 않고 급한 건 전화 보고받으믄 됭께.

날씨가 눅어서 종일 비가 내렸다. 앞산의 북사면 눈도 많이 녹는 것 같다. 내일 아침에 안개가 짙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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