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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

풍산장터

by 여왕벌. 2010. 2. 28.

2010. 2. 27.

 

종일 흐린 날씨에 길 나서기도 마뜩 찮고 그렇다고 방구들만 등에 업고 있기도 머식해서 풍산장터 한 바퀴 돌았다.

내일이 보름이지만 보름장은 따로 서지 않았다. 풍산장은 3, 8장이라 내일이 정상적인 장날이다.

장터 입구에 세운 대문이 꽤나 거시기 하다. 이 자리는 어릴적 장날 어물전이 서던 자리였다.

 

 

이 풍산장터는 관광객을 유치한다꼬 투자를 해서 현대식 차양을 세워 두고, 한옥 몇 채를 지어서 한우식당을 열어 두고 있다.

지자체에서 풍산 한우를 특화시키고 홍보한 덕분에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기간에는 손님들이 많이 온단다.

그런데 장터에 올 때마다 몽골족 천막 같은 이 뾰족한 지붕의 차양이 시골장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비가 오면 질벅하던 장터 바닥을 깨끗하게 포장을 한 건 잘 했다. 휴장일 때는 이 곳은 주차장이 된다. 

 

 

 

 

주변의 건물들은 거의 새로 지어서 옛모습이 사라졌는데 몇 채 정도 아직 60년대 건물이 남아 있다.

꽃 담으러 산으로 쏘다니다가 찢어진 바지 수선을 맡겼던 옷수선 집.

바지 두장을 수선하여 다시 입을 수 있게 되어 바지 살 돈을 굳혔다. 한 장 수선에 1000원이다. 시골이라서 수선비도 싸다.

 

 

 

학생사 문구점이 아직도 그대로 있다. 학교를 파하고 문구점을 지날 때 여기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였다.

팥짝꼼 달콤한 유혹이 발걸음을 붙잡기 때문이다.

연탄 화덕 위에 국자처럼 생긴 걸 올려 놓고 설탕에 소다를 녹여서 붕그레 부풀어 오르면

철판 위에 탁 엎어 눌러서 오징어 모양이나 별모양을 찍어 주던 팥짝꼼은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군것질 거리였다.

그 별 모양과 오징어 모양을 성공할려고 침을 발라가면서 떼어내느라 쪼그려 앉아서 정신없이 집중하던 유년의 기억자리다

 

 

28일 풍산 장날 앉은부채 만나러 가느라고 장이 서는 걸 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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