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11. 둘째 날 1.
전날 저녁에 pc 방에서 몇가지 올리느라 잠이 늦게 들었지만 새벽에 일찍 잠이 깨었다.
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에 잠이 깊게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행하게도 비가 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어슴프레 밝아오는 밖을 보니 하늘이 흐리기는 하다. 131 일기 예보 전화를 연결하니
제주 산간에 소나기성 비가 오락가락 한단다. 이런 제길 헐~~!
아침 일찍 꽃동무도 걱정이 되는지 제주 쪽에 비가 오냐고 메모가 온다.
영상 화면에 한라산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고...우쒸~! 내가 기우제를 올린 것도 아닌데 왜 나만 내려오면 비가 오냐고!
잠시 출발 시각이 1시간 정도 늦춰지는 바람에 기다리는 동안 한라수목원을 살펴 보았다.
제주에 올 때마다 반나절 정도 이 곳에서 나무를 살피려고 하였지만 어째 시간이 나질 않았다.
으갸! 도착해서 막 둘러보려고 움직이는데 비가 내린다. 우이씨!
우의를 꺼내 입고서 수목원을 살피다가 잠시 비가 그친 사이에 몇 가지 나무 열매를 담았다.
어두운 숲에서 말오줌때 붉은 열매가 유난히 두드러지게 보인다.
가래나무잎처럼 큰 깃꼴 잎을 가진 무환자나무는
순수한 우리 나라 자생수종은 아닌 듯 하며 중국 등지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된단다.
비바람에 떨어진 열매를 주워보니 꼭지 부분이 재미 있다. 스님 목탁처럼 생겼다.
가시가 꽤 위협적인 주엽나무다. 깃꼴잎을 보니 짝수이다.
주엽나무 길다란 콩과 열매 꼬투리가 배배 꼬여 있다.
사람주나무는 골이진 열매가 매우 특이하다.
수목원 바닥에 제주노랑상사화가 어두운 숲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다.
후피향나무 열매도 가을색을 내고 있다. 이 녀석은 어디서 향이 많이 날까?
7월에 담았던 후피향나무 꽃이다.
후피향나무 열매를 담고 있는데 거의 도착하고 있다고 연락이 온다.
1100으로 올라가 보고 여의치 않으면 여기 저기 꽃을 찾아 움직이기로 하고..
아무튼 집결 장소에서 꽃동무들과 만나 어리목 방향으로 출발을 하였다.
1100 습지 쪽으로 오르면서 한라산 정상부를 보니 구름에 덮여서 보이질 않는다. 윗세는 포기다.
산에 오르면서 볼려고 한 몇 가지가 있는데....엥~!
물매화가 피고 있을 거라면서 1100습지에 잠시 차를 세웠다. 헌데 나무 사이에 덩굴용담이 피어 있다고 꽃동무가 손짓을 한다.
야호~! 윗세오름에 올라가지 못해서 이 녀석 못 볼 줄 알았는데, 우히! 그래도 다행이다.
참 이쁘고 정갈한 덩굴용담이다. 어둡고 빗물을 머듬고 있어서 그리 선명하게 담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감지덕지지 않간.
이 곳은 이제 전국구가 되어서 식물 공부하는 학자들이나 아마추어들의 정규 탐사 코스가 되었다.
제주도 올 때마다 이 곳에 들르는데 한 번도 쾌청한 날이 없었다.
그래도 오늘은 안개가 그리 심하지 않아서 그냥 저냥 꽃을 담을 만은 하다.
습지 가득하게 개수염 종류가 깔려 있다. 그 사이 한라부추가 붉은 꽃술을 폭죽처럼 터뜨리기 시작한다.
10월에 내려 오면 이 곳의 한라부추 붉은 꽃 잔치에 푹 빠질 수 있지 않겠나 싶다.
물매화도 하얀 진주알을 품고 꽃밥 멜로디를 연주하기 시작하고 있다.
아~! 그렇지. 손가락 길이 만한 녀석. 눈가막사리도 노랗게 꽃을 피웠다.
헌데 기분을 언짢게 하는 일행들이 보인다. 바깥쪽 습지에 모 학교 소속 교수와 연구생인 듯한 젊은 사람 몇이서
벌금이 500만원 운운하면서 습지의 식물들을 채취하고 있다.
무슨 식물연구협회 회원들 같은데 주고 받는 말을 들으니 채취 허가를 받은 듯하지는 않다.
안쪽 습지 테크에서도 마주 쳤는데 종이 가방 안에 채취한 식물 보따리가 가득하다.
무슨 종식물 관련 연구소나 식물 학회에서 올 때마다 이렇게 채취를 해 간다면
나중에는 남아 나는 게 있겠냐 면서 한라솜다리도 그래서 사라지게 되었다고 꽃동무가 화를 참지 못한다.
습지 테크에서 왕씀배를 담고 있는데 뭐냐고 아는 체를 해서 몇 마디 말이 오가긴 했지만 별로 보기 좋지는 않다.
꽃동무는 만나기 어려운 왕씀배마저 캐 갈까 봐 한 걱정을 한다.
제주도에서만 자생하는 바늘엉겅퀴다. 엉겅퀴 중에서 가장 늦게 개화를 한다.
오름이나 초지에서 사진을 찍다가 보면 바늘엉겅퀴와 가시엉겅퀴가 사정 없이 찔러대어서 깜짝 깜짝 놀라기도 한다.
아마 지금 쯤 윗세오름에는 바늘엉겅퀴로 산자락이 붉지 싶다.
이 녀석은 가느다랗고 긴 총포가 특징이다.
1100에서 나와서 마주오는 차가 있다면 교행하기도 어려운 좁고 어두운 숲길로 들어 섰다.
이 어두운 숲 바닥에 목도리도마뱀 같은 꽃을 펼치고 있는 한라천마가 살고 있단다.
시기가 늦어서 모두 져 버렸을지도 모른다기에 기대를 하지 않았더니
두개의 꽃을 나팔처럼 펼치고 있는 딱 한 개체!
아고야~!! 작기도....!!
녹색을 띤 전초의 색깔도 어둡고, 크기도 작아서 함부로 돌아댕기면 밟혀버릴 것 같다.
빛이 거의 없는 숲에 이 녀석마저 주변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색이 어두워서
무릎 꿇고 수 없이 절을 하여 몇 장 얻을 수 있었다. 여왕벌 꽃복이 또 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다.
이 숲에 들어 오기 전 한 곳에서 섬사철란 서식지를 들렀는데 아직 개화된 녀석이 없어 봉오리만 담았다.
잎은 짙은 녹색으로 무늬가 없고 잎맥이 뚜렷하였다.
꽃은 연한 자홍색이고 화서는 가지나 화경이 없이 엽액에 직접 달리고 3~7개의 꽃이 한쪽 방향을 향한다
이 녀석은 그냥 사철란이다. 잎은 짙은 녹색이고 주맥과 망상맥에 백색 무늬가 얼룩무늬가 있다.
낮은 자세로 한라천마와 한참 눈을 맞추다 보니 벌써 12시가 넘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방울란을 보고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다.
일행이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새비나무가 눈에 들어 온다. 에구~! 이 녀석 털보 열매를 담아야 한다.
연두색 꽃받침에 싸인 열매가 있는 듯하다. 줄기와 잎자루, 화경, 꽃받침에 도돌한 성모가 무지 많은 녀석이다.
기다리는 꽃동무들한테 미안하지만 여왕벌 눈에 띄었으니 그냥 갈 수는 없제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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