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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구절초향 가득한 가을산에서(앉은좁쌀풀,쓴풀,자주쓴풀,고사리삼,물매화,

by 여왕벌. 2010. 10. 5.

2010. 10. 3. 경남.

 

2일 아니 3일 새벽 3시가 넘도록 자료를 올리느라 잠이 들지 못하였다.

혹시나 일요일 경남의 산으로 가볼까 하여 새벽 날씨를 확인해 보니 비가 그치고 갠단다.

 

요즈음 자주 들어가는 야생화 사이트에 들어 갔다가 3일 일요일 경남의 아름다운 산에서

지역 정모가 공지된 걸 보고 안 그래도 가고 싶던 차에 맘이 급해졌다.

 

아침 7시 50분 무조건 집을 나섰다. 마악 고속도로로 진입하면서 꽃동무한테 연락하니 대구 회원들이 모이는 장소를 알려준다.

혼자서 찾아가려면 한 번 가 본 길이라 헤멜 것 같아 걱정이 되었는데 참 다행이었다.

만남의 장소에서 대구 회원들과 합류하여 9시가 넘은 시각에 대구에서 출발하였다.

 

가는 도중 간간이 비가 흩뿌리기도 하였지만 그리 걱정은 되지 않았다. 탐사 장소에 도착하니 10시 30분이다.

아직 산 정상에는 안개 구름이 걸려 있고 하늘에도 구름을 벗지 못하고 있었지만 다들 만남의 반가움에 인사 나누기 바쁘다.

 

200여 미터 걸어 올라 산자락으로 들어 서니  와우~!  바람에 일렁이는 은빛의 억새가 장관이다.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몸이 흔들려서 촬영에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구절초도 최 절정이다. 온 산은 순백의 구절초로 꽃자리를 깔아 놓았다.

억새와 구절초로 가득한 능선 위에서 모두들 천상의 꽃 잔치에 넋을 잃고 한 점의 꽃이 되었다.

 

 

 

 

 

억새밭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꽃동무들이 억새 사이에 코를 박고 있다.

뭐인가 싶어 억새를 헤치고 다가가니 와우! 앉은좁쌀풀이다.

 

이 녀석이 이 산에 살고 있는 줄은 몰랐다, 처음 대면하는 녀석이라 반가워서 연신 소리를 지르니

꽃동무가 여왕벌만 꿩 잡았다고 놀려댄다. ㅎㅎ...맞다 꿩 잡은 거.

 

 

  

키 작은 풀과 잔디 사이나 등산로 가장자리에 쓴풀이 개화를 시작하고 있었다.

대부분 10~15cm정도 밖에 되지 않는 난장이들이라서 귀엽고 앙징스러웠다. 카메라를 들이대기에는 딱이었다.  

 

지난 주 큰잎쓴풀을 만나러 갔을 때 이 녀석은 아직 감감 무소식이어서 결국 눈인사도 못하고 왔었는데

여기 지천으로 깔려 있는 산 자락에서 혼자 신이 났다.

 

  

  

 

그 사이 자주쓴풀이 봐란 듯이 삐죽히 서 있다. 쓴풀보다 확실히 키가 크고 꽃도 크다.

   

 

갈대 사이 드문드문 물매화도 진주알을 품고

 

고사리삼이 포자낭수를 길게 뽑아 올렸다. 바람이 하도 불어서 주변을 정리할 엄두를 못내겠다.

 

앉은좁쌀풀을 담는 옆에 무더기로 반겨준다

 

 어디서나 흔하게 꽃을 피우기 때문에 천덕꾸러기란 의미도 가지고 있는 <개>를 접두어로 달고 있는 개쑥부쟁이도 싱싱하다.  

 

 

 

여기에 왜 자작나무를 심어 두었을까? 지지대 옆에 꽃향유 보라색이 진하다. 

 

 

 

미역취도 가을 축제에 한 자리 차지하고

 

 

용담도  장군처럼 우렁하다.

 

가을 남자 둘. 구절초 향에 흠뻑 취하였다.

 

 하얀 꽃 벌판에 노란색 조밥나물이 유독 눈에 띈다. 녀석. 관심밖으로 밀려 나는 게 싫었던 모양이다.

 

 

빳빳한 가시침 달린 잎으로 꽤나 신경질을 부리는 삽주다.

갈라진 암술 끝이 선명한 암꽃이다. 꽃잎이 원래 분홍색인지 아니면 시들어가고 있는 중인지 모르겠다.

 

산부추가 보라색 부케를 만들어서 목을 길게 빼고 눈짓을 한다.

 

  

마지막 꽃자리는 빗살서덜취로 마무리한다.

바람에 마구 흔들리는 녀석을 달래어서 담느라 다들 진땀을 뺀다. 

  

 

돌아오는 길. 합천호의 가을이 노랗게 깊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