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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여섯번째 제주 꽃탐사 2(나도공단풀,하늘타리,지네발란,천선과)

by 여왕벌. 2010. 8. 17.

2010. 8. 13. 첫날2.

 

습지에서 빠져나와 서귀포 쪽으로 차를 몰았다. 점심 때가 훌쩍 넘어서 배가 많이 고프다

도로변에 운치 있는 국수집이 보이길래 차를 세우니 조긋한 목소리의 안주인을 보니 음식이 정갈해 보인다.

셀프로 운영하는 곳이라 음식 값도 더 싸다. 국수 한 그릇 4000원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바로 출발한다.

 

제주에 내려 오기 전 날 가야산을 올랐으니 그 피로가 아직 풀리지 않기도 하고,

무더위도 한 몫을 하여  몸에 무리가 오는 것 같다. 결국 넓은 공터에 차를 세우고 잠시 눈을 붙였다.

서귀포 쪽으로 넘어가는 산악 도로는 시계100m 도 안되는 안개와 부슬비로 초저녁과 같은 분위기였다.

 

강정의 풍림리조트에 차를 주차하고 나도공단풀을 담으려고 올레길로 들어섰다.

이미 오후 시각이라 꽃잎이 다 시들어 버렸다. 할 수 없다. 머무는 동안에 담을 기회가 있겠지.

 

짚더미 위로 하늘타리가 주렁주렁 박처럼 매달려 있다. 꽃만 보이더니 이렇게 열매가 달린 건 처음 본다.

수박잎처럼 결각이 심한 건 하늘타리이고 수세미잎처럼 덜 갈라진 게 노랑하늘타리다.

 

밭둑 한 켠 숲에 하얀 나무 꽃이 보이길래 들여다 보니 식나무 같다. 몇장 담으려는데 숲모기의 집중 세례만 받았다.

이 녀석은 검은색 옷에만 집착하는 습성이 있다. 아마 어두운 걸 좋아하는 모양이다. 엉덩이며 허벅지며 물린 데는 엄청 가렵다.

모기 때문에 급히 담느라고 다 흔들렸다.

 

결국 어두운 날씨와 모기 때문에 제대로 담질 못하고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7월에도 이 모기들한테 헌혈을 제법 하였었는데 뿌리는 모기약을 준비하지 못한 게 내 실수다.

 

산방산 쪽으로 가다가 안덕 소재지에서 뿌리는 모기약 한병을 챙겼다. ㅎㅎㅎ....녀석들 뎀빌테면 뎀벼!

 

   

산방산 앞에 도착하니 4시가 설핏 넘었다.

한 녀석을 보려고 산을 오르는데 입장료를 내야 한다. 2500원. 쫌 아깝다.

 

풍화혈이란다. 바람의 작용에 의하여 생긴 굴이란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이 굴과 함께 굴곡의 세월을 견뎠을꼬

 

헌데 에겅~! 꽃이 안 보인다. 사실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다.

이 녀석 꽃이 핀 게 8월 초순에 사이트에 올라 왔으니 벌써 졌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혹시나 그림자라도 볼까 해서 올랐던 게다.

2500원이 진짜 아깝게 되었다.

 

털레 털레 내려오는데 가야산 후유증으로 다리가 더 땡긴다.

지네마저 꽃을 보여주지 않으니 힘이 빠져 버린 게다.

꿩대신 닭이라고 여러 번 담은 천선과나무 열매로 카메라를 들이대어 본다.

 

 

등으로 땀이 줄줄 흐른다. 얼음보시기 하나를 샀는데 1000원을 그냥 받는다.

50% 운운 했다가 관광지에서 그런 소리 한다꼬 된통 나무람만 당했다. 쭐쭐 얼음 1봉지를 먹으니 땀이 가신다.

 

용머리 해안이 코 앞에 업드려 있다. 한 장면 담을까 하면서 카메라를 찾는데...허걱~! 카메라가~! 없다.

더워서 목에 걸었던 카메라를 손에 들었었는데....

 

아차! 얼음보시기 50% 한 마디 하다가 얼음만 입에 물고 가게를 나와버렸다.

휘유~! 다행스럽게도 카메라는 얼음과자 냉장고 위에 얌전하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용머리 옆 해안 마을 정경이 뿌옇게 흐리다.

첫날 일정은 동쪽 습지와 산방산으로 마쳐야 할 것 같다.

온 몸이 파김치가 되는 느낌에 더 이상 움직이는 게 무리일 것 같아서 제주시로 방향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