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13. 첫째 날.
공항에서 렌트를 한 차를 몰고 곧 바로 습지로 향하였다.
암반 위에 자생적으로 생성된 연못 습지가 모여 있는 있는 이 곳은 다양한 습지 식물을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7월에 이 곳을 들렀을 때 오후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꽃 피는 시기가 너무 일렀는지 모르지만
가래와 마름 이외에 보고 싶어하던 어리연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었다.
해서 오늘 도착하자 말자 동쪽 조천쪽으로 오면서 꽃동무와 통화로 위치를 확인하고 기억을 더듬어 곧 바로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꾸루릉~~! 한라산 쪽에서는 천둥소리가 연이어 들리고 하늘은 잔뜩 흐렸다.
오늘 오후에 약간 비라는 인터넷 날씨를 확인하였기에 그리 걱정은 되지 않지만 제주의 날씨는 믿을 바가 못된다는 ...
탐라풀이 꽃 피었다고 한 야그를 들은 터라 습지 초입에서 이 녀석을 뒤지느라 20분을 소요하였다.
꽃이 피지도 않은 탐라풀을 왜 꽃 피었다고 했을까?
그 옆에 쥐꼬리 망초가 혓바닥을 내밀고 약 올린다.
며칠 전까지 산층층이를 탑꽃으로 알고 있다가 산층층이로 확인하여 정리를 했었다.
여기서 탑꽃을 제대로 만난다. 산층층이보다 잎이 더 작다.
잎이 손톱만하다.
우선 아래쪽에 있는 안쪽 습지에 먼저 들렀다.
우와~~! 장관이다. 연못이 어리연으로 가득 덮여 있다.
어리연과 함께 둥근잎택사도 작은 연못을 우점하고 있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우선 여유있게 물가에 있는 녀석들 부터 살핀다.
이 녀석은 논뚝외풀이다. 외풀 종류도 논뚝, 밭뚝, 미국, 가는미국, 나도미국, 기냥 외풀....등이 있다.
사실 세 군데 연못 중에서 이 곳을 먼저 들른 것은 좀어리연이 있기 때문이었다.
도착하면서 얼핏 둘러 볼 때 좀어리연 꽃이 안 보여 적이 실망했더니..찬찬히 살펴보니 있다~!
아고야~! 새끼 손톱 1/2 정도 되는 꽃이 한 송이 보인다. 정말 작다~!
물이 얕아서 한 두 걸음 정도 안쪽으로 들어 가면 가까이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신발을 벗고 못 안으로 발을 담그었다.
좀어리연을 몇장 담는데 발등이 뜨금하다. 뭐에 찔렸나 싶어서 두어 장 더 담는데 통증이 좀 다르다.
발을 들어보니 옴마야~~~! 거머리가 엄지와 검지발가락 사이에 붙어 있다.
으악~~~~! 우허허헝~~ 엄마아~~!
팔딱팔딱 뛰면서 밖으로 나와서 풀밭에 발등을 정신 없이 문질렀다.
발가락 사이에 물린 자국이 푹 패였고 피가 줄줄 흐른다. 우앙~~~! 눈물이 쏙 빠진다.
물린 자리는 꽉 눌러서 지혈을 하니 피가 멎긴 한다.
못 안에 거머리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나중에 꽃둥무가 거기 거머리가 많다고 이야가 하는 소리를 들으니 아직도 진저리가 쳐진다.
손을 집어 넣고 잠깐만 있어도 거머리가 달려 드는 곳이란다. 으~~~~! 무셔라!!
근데 나는 또 들어갔다. 만나기 어려운 좀어리연을 가까이서 몇장 더 담아야겠기에.
금방 들어가서 거머리가 붙기 전에 담고 나오리라.
헌데~~~! 혹시나 싶어서 발을 들어 보는데,
그 금방 사이에 이번에는 왼쪽 발에 한 마리가 붙어 있다. 아직 물지는 않았다.
으악~~!~엄마야~~! 우씨~~! 이눔의 새꺄!
또 풀밭에 팔딱 거렸다. 오늘 좀오리연 신고식 한 번 된통 치루었다.
근데 바로 물가에 한 송이가 더 피어 있었는 걸 몰랐다. 히잉~! 눈물이 찔끔.
왼쪽에 비스듬하게 누워 있는 게 중대가리풀이다. 크기가 짐작이 될 거다.
옆의 작은 연못에는 물고추나물, 눈여뀌바늘, 구와말, 택사, 좁은잎미꾸리낚시 등 많은 종류가 함께 살고 있다.
물고추나물은 열매를 가들 달고 꽃봉오리는 있는데 샅샅이 뒤져도 꽃이 핀 게 안 보인다.
씨이~! 이 녀석 도 꽃을 봐야하는디....
이건 전날 꽃이 피고 말라 비틀어진 모습이다.
눈여뀌바늘은 꽃 진 자리에 꽃받침만 보인다. 열매도 맺혀 있다.
에고고~! 이미 꽃이 다 져버린 모양이다.
이 녀석은 지난 번에 이름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도감의 그림을 보고 대동여뀌로 추정한다고 했었는데
엽저가 귓볼처럼 생긴 걸 몰랐었다. 제대로 관찰하지 않은 게 실수다. 좁은잎미꾸리낚시였다.
택사는 질경이택사, 둥근잎택사 보다 꽃이 작고 꽃잎가장자리가 붉은색이 있다.
구와말도 개체는 보였지만 아직 개화시기가 아닌 모양이다. 아직 구와말 꽃을 본 적이 없는데...
연못 주변은 목장이라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윗쪽 연뭇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이질풀이 곱게 피어 있다.
부슬거리는 가랑비에 젖은 모습이 더 청초하다.
.
큰 연못의 어리연은 듬성 듬성 무리를 지어서 가장자리에 가까이에도 피고 있어서 물에 들어가지 않고도 쉽게 담을 수 있었다.
한참 담고 있는데 드뎌 소나기가 쏟아진다. 투 닥~! 투다닥~!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꽤나 사납다.
마침 들고 다니던 우산으로 비를 피하면서 비가 멎기를 기다리는데, 에거거~! 한 차례 소나기에 어리연 꽃잎이 순식간에 뭉개져 버렸다.
후유~! 담을만큼 담았으니 다행이다.
마름 꽃잎도 소나기에 멍이 들어 버렸다.
소나기는 소나기였다. 투닥거리던 비가 금새 그쳐 버린다.
연못 주변에 뭐가 없나 살피는데 석류풀이 열매를 맺고 있다.
특별하게 더 담을 게 없다. 배가 고파서 시계를 보니 12시 30분을 넘기고 있다.
아~ 배고파라~! 공항에서 곧바로 오느라고 물도 한병 준비하지 못하였다.
서둘러 서귀포 쪽으로 가기 위하여 차에 시동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