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25. 제주 둘째 날. 서쪽 해안. 한라생태숲,1100습지
어제 제주 도착 첫 날 한라산에 내리는 비 때문에 윗세오름을 오르려다가 동쪽 해안과 습지로 방향을 바꾸었다.
아침에 비가 그쳤기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서 영실로 출발을 하였다.
한라수목원 옆을 지나는데 6월에 꽃을 보았던 유동나무에 열매가 풋사과처럼 주렁주렁 달렸다.
가는 도중 길 아래 좀비비추를 담는데 우쒸~! 비가 또 뿌린다.
하늘은 여왕벌캉 무신 원수진 일있단 말가? 어제도 비가 온다기에 하루를 미루었는데 또 비라니.
에혀! 변화무쌍한 한라산이라 아무래도 또 하루 뒤로 산행을 미뤄야 할 것 같아서 할 수 없이 삼방산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서귀포 쪽에 비가 제법 내린다는 연락에 꽃동무가 한 마디 한다. 우째 내려 올 때마다 비를 델꼬 오냐고.
저녁에 내린 비에 젖어서 물기가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또 비라니.
에혀~! 포기할 수 밖에 없다. 비가 오는 한라산에 꽃을 담기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할 건 뻔 한 일.
1100습지라도 들르려고 했는데 비가 오는 기세가 여유를 부릴 정도의 비가 아니다.
산 아래로 내려가기로 결정하고 서쪽 해안으로 방향을 돌린다.
한라산을 넘어서 서쪽으로 오니 비가 그쳤는데, 한라산 위 쪽은 구름이 덮여 있다.
삼방산 아래서 꽃동무 한 분과 함류하여 한 녀석을 보러 산 위로 오른다.
산으로 오르는 계단이 제법 부담을 느끼게 하는데, 기와 돌담 위의 능소화가 운치가 있다.
뒤돌아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더 멋진 풍광이다.
옴마야~! 이 녀석 식용달팽이가 가출한 게 아녀?
그늘 깊은 숲 아래는 우렁이만한 달팽이가 보인다.
천선과가 익고 있다. 5월에 화낭이 생기면서 꽃피기 시작한 녀석은 무화과라고 한다.
사실은 이 열매 속에 암꽃과 수꽃이 꽃술 모양으로 들어 있다.
다 익은 녀석을 갈라보니 암꽃과 수꽃이 엉겨 있다.
습한 축대 돌틈에는 연두색 물통이가 좁쌀같은 꽃을 다글다글 매달고 있다.
동그란 잎이 귀여운 녀석이다.
봉의꼬리도 꼬리털을 길게 늘어뜨리고. 큰봉의꼬리인가?
굴 아래 까지 도착하였다. 굴 앞에는 수령이 아주 오랜 소나무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꽃동무가 손가락질 하는 곳을 쳐다보니 금방 눈에 들어 오는 게 없다.
한참동안 주변의 밝기에 적응이 된 시선으로 다시 소나무를 올려다 보니 뭐가 있다.
이 녀석 보자고 이 계단을 올랐는데..아쉽게도 꽃봉오리가 안 보인다. 그냥 이 귀한 녀석을 본 것 만으로도 만족해야지.
삼방산을 내려와서 애기마름이 가까이 있다기에 작은 습지에 들렀다.
에거거~! 애기마름은 벌써 다 사그러지고 개구리밥이 온통 도배를 하고 있다.
근데?? 핫~! 있다. 딱 한 송이 그것도 바로 발 아래. 역시 여왕벌은 꽃 복이 있당게여.
애기라서 그런지 참말로 쪼꼬만하다.
습지라 질경이택사며 송이고랭이도 기세가 장하다.
5월부터 오매불망 보고자버 하던 갯대추. 7월 말에 내려온 것도 갯대추가 꽃피는 시기를 맞춘 것이었다.
녀석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단다. 멸종위기 2급 위기 식물로 우리 나라에서는 제주에서만 자생하는 녀석이다.
다행하게도 가까운 해안도로 옆에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정보를 삼방산에서 만났던 꽃동무가 알려 준다.
꽃이며, 나뭇가지며 잎까지 대추이긴 한데, 열매가 아주 재미있게 생긴 녀석이다.
잠시 장소를 못 찾아서 우왕좌왕하다가 제대로 찾았다. 반갑다 아그야. 이리 곱게 꽃피우고 기다려 주었고야.
생태 숲 연못에 순채가 피었다고 연락이 와서 1100습지를 뒤로 돌리고 급하게 달린다.
순채는 1시 이후 입을 닫아버리기 때문에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비는 그치고 단산 뒤로 하얀 구름이 걸린 한라산이 멋지다.
헌데 습지 연못을 돌아가는 내 앞에 자그마한 꽃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첨 보는 녀석이다. 방패꽃 같기도 하고 물칭개 같기도 하다.
순채와 통발이 급해도 이 녀석을 지나칠 수 있간디? 있다가 담아야지 하다가 놓치기 일쑤인데. 좀개불알풀이란다.
점심 식사 때문에 시간이 지체 되어서 아무래도 순채를 볼 수 없을 것 같던 불길한 예감이 적중하였다.
녀석은 야속하게도 입을 닫아 버렸다. 이 녀석 때문에 마지막 날 발걸음 한번 더 했다.
대신 참통발과 수련만 신나게 담는다.
잠시 생태숲 몇 군데를 둘러 보았다.
곶자왈에서 으름난초를 만나지 못하였는데, 으름난초가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나 봐란 듯이 피어 있다.
일부러 심어둔 것이 아니라 저대로 자란 녀석이란다.ㅎㅎ...역시 감당할 수 없는 내 꽃복이여.
한라개승마다. 전초가 무척 작다.
꽝꽝나무는 잎도 열매도 쪼꼬만 게 앙징스럽다.
이 십자화과는 냉이이긴 한데...가새잎개갓냉이일까?
1100 습지로 급히 달렸다. 생태 숲에서 1시간 여 머무르다 보니 늦지 않을까 맘이 조급하다.
습지 가까이 흰제비란이 촛불 밝히듯이 길을 밝히고 있다.
검은 현무암에 턱을 괴고 백리향도 감미로운 향으로 반겨주고
습지에는 나무 종류도 다양하다. 화려한 꽃의 축제 뒤에 그 결실이 참하게 여물고 있다.
참빗살나무, 산개벚지나무, 털윤노리나무, 분단나무 열매다.
산개벚지나무는 작은 잎을 닮은 과경의 포엽이 매력적인 녀석이다
털윤노리나무이다
분단나무 열매다.
기어이 이 습지에 오고자 한 이유가 바로 이 녀석 흑박주가리와 덩굴박주가리 때문이었다.
육지에서 볼 수 없는 녀석이라 6월 개체만 확인하고 꽃이 피길 기다려 찾아 온 거다.
습지 테크 주변에는 온통 이 흑박주가리 천지였다.
제주 꽃님이 덩굴박주가리라고 하길래 흑박주가리와 뱔반 차이가 없어서 이상타 했더니
역시 흑박주가리 노란 꽃으로 봐야할 거 같다.
그 사이 무릇이 붉게 꽃술을 터뜨리고 있었는데 육지의 무릇은 비교가 안될 정도로 고왔다.
급한 연락을 받고 습지를 빠져 나오는데 산매자나무가 곱게 꽃잎을 말고 있다.
헤어스타일이 박쥐나무처럼 멋지다.
급한 연락은 한라옥잠난초 때문이었다.
조릿대 숲을 아무리 뒤져도 그 녀석의 행방이 묘연하야 도움을 요청한 거였다.
허 참~! 조릿대 밭을 한참을 헤치고 도착한 한 뼘 햇살이 드는 습한 곳에 한라옥잠난초가 있었다.
이미 거의 시들어가는 상태로. 그래도 귀한 녀석이라 고생하여 만난 보람이 있다.
잎맥이 도드라져 보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한 게 옥잠난초와 달랐다.
이 녀석 덕분에 사이버 상에서만 인사 나누던 꽃동무 한 분을 반갑게 만나게 되어 고맙다.
습지 주변에는 자주땅귀개가 잔디처럼 자리를 깔기 시작하였다.
쪼꼬만 녀석과 눈싸움하느라 땀 꽤나 흘렸더니 멋지게 담겼다. ㅎㅎ....또 한번 자뻑이다.
자주땅귀개 사이 사이 잠자리난초가 곱다.
1100 습지에서 내려오다가 어두운 숲 한참을 헤치고 만난 백운난초다.
이 녀석은 제대로 담을 수가 없었다. 6시가 훨씬 넘은 시간인 데다가 숲이 너무 어두웠다.
사흘 째 날 아침에 다시 담았지만 별로다. 엥~! 귀한 녀석인디..
이틀째 제주 꽃나들이 오늘도 바쁘게 다녔다.
한라옥잠난초 덕분에 인사 나눈 꽃동무와 함께 꽃 이야기와 소주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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