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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네번째 제주 꽃나들이 3(섬매발톱,마가목,산개벚지,좀고채목,구상나무,암매

by 여왕벌. 2010. 6. 15.

2010. 6. 12. 성판악에서 관음사까지1

 

새벽 1시 30분 경. 제주 시내 비는 완전히 그쳤다.

월드컵 축구 승리에 들떠서인지 눈도 못 붙인 채로 출발하였다.

2시 30분 성판악으로 오르는 등산로 주차장에 도착하니 안개비가 부슬거리는 정도다.

행여 모르니까 다들 우의를 입고 헤드랜턴을 불을 켠다. 어제 내린 비로 등산로 곳곳에 물이 철벅거린다.

 

숲 속은 바람 한 점 없이 조용하고 세사람이 철벅거리는 발걸음 소리만 적막을 깬다.

다들 가빠 오는 호흡에 묵묵하게 불빛만 따라 걷는다.

 

30분 쯤 걷고 잠시 쉬기를 반복하니 4시 30분 쯤. 하늘이 훤해진다.

눈꺼풀이 무거워지면서 몽롱한 상태로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데

경사가 가장 완만한 코스이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걸음 내딛는 속도가 자꾸만 느려진다.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하기 직전 해가 떠오른다.

7시, 갑자기 눈앞이 훤하게 트이면서 시야가 넓어진다. 진달래 대피소가 저만치 보인다.

휘유~! 이젠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무거운 다리가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앞 선 꽃동무가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다. 노란 포도송이같은 섬매발톱니무가 물방울 구슬을 대롱대롱 매달고 반겨 준다.  

매발톱나무랑 섬매발톱나무랑 뭐가 다르지?

 

 

모두 셔터 누르기에 여념이 없다. 진달래대피소 주변에는 붉은 산철쭉이 한창이다. 

6월의 한라산은  풀꽃보다 나무 꽃들로 화사하였다. 마가목도 톡톡 꽃송이를 열기 시작하고 있다.

 

 

 

아직 숲은 잠에서 깨어나기 직전이라 조용하다.

가끔 산새 울음소리가 고요를 깬다. 검은구상나무 열매가 신기하다.

 

 

산개벚지나무는 고도가 1500m 이상 되는 곳에서는 노란 꽃술과 꽃잎이 살아 있는데.

 

아랫쪽에서는 어제 비바람으로 꽃잎이 다 떨어지고 꽃받침과 꽃술만 안개비 물방울을 장식처럼 달고 있다.

 

 

좀고채목 나무 암꽃은 벌써 열매로 모양을 바꾸는 중이다.

제주도와 지리산에 자생하는 소교목으로 암수한그루다. 작고 불규칙한 톱니가 있는 잎이 앙징스럽다. 

이 녀석은 거제수나무에 통합되어 자기 이름을 잃었다

 

 

 

 

나무 꽃을 담느라고 자꾸만 뒤쳐진다. 최소한 8시 이전에 정상에 도착해야 한다면서 N님이 걸음을 재촉한다.

진달래밭에서 7시 10분 출발인데 2.4Km 거리를 한 시간에 오를 수 있을까? 가장 경사가 급한 곳인데...

 

점점 힘이 든다. 마음은 가득한데 다리가 마음대로 안 된다.

늦으면 못 본다는데...줄을 잡고 지팡이로 버티면서 악을 쓰면서 마지막 힘을 낸다.

아무리 바빠도 붉은호장근은 담고 가야지.

 

 

정상이 저만치 다가왔다. 400m만 더 가면 된다. 이미 8시 10분이다.

 

 

와~~~!

풀린 다리를 추스르느라 잠시 쉬다가 뒤를 돌아 보니 정말 장관이다.

앞만 보고 오르느라 뒤를 돌아보지 못하였다.

 

 

피로가 사악 가시는 기분이다. 이젠 내개 어떤 어려움도 힘든 일고 이겨낼 수 있을 거다.

 

 

7시에는 정상에 올라야 그 녀석을 볼 수 있다고 그랬다. 헌데 우리는 8시 30분에서야 정상에 올랐다.

 

 

등산로 주변에는 붉은구상, 푸른구상, 검은구상나무 열매가 멀리 한라산 자락어 걸린 구름과 어울려 장관을 연출한다.

 

 

구상나무 열매와 좀고채목을 담느라고 또 뒤쳐지는데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

너무 감격스러워서 말을 잊고 한동안 멍해 있었다. 

고맙다. 아그야! 너를 만날 수 있다니.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무 바위 위에 피는 매화다. 그래서 암매라고 한다

흙이 무너질세라. 조심조심 발걸음 옮기면서 급하게 몇 장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