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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네번째 제주 꽃나들이 2(털장대,등수국,덜꿩,팥배,윤노리,솔잎미나리,병풀

by 여왕벌. 2010. 6. 14.

2010. 6. 12. 제주.

 

새벽 0시 10분.

"여왕벌님요. 비가 와서 한라산 포기해야겠슴더"

 

혹시나 해서 출발 여부에 대한 전화를 기다렸더니 역시나다. 

제주 시내에서 비가 오는 기세가 이 정도면 한라산은 엄청 쏟아질 게 분명하다.  

 

아침이 되니 빗줄기가 가늘다. 그래도 한라산에는 호우경보까지 발령되었다니 아마 통제가 되었을 건 분명할 터라.

해서 그냥 이곳 저곳 둘러보기로 하고 1100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출발하였다.

 

가는 도중 안개비로 변하면서 서서히 비가 그치는데...

잦아지는 빗줄기에 용기를 내어서 어리목으로 해서 윗세오름까지 올라 가 보잔다.

 

일단 우의를 걸치고 한 1km쯤 올랐을까? 천둥 소리가 요란하더니 후둑후둑 비가 다시 내린다.

천둥소리에 겁 날 일이 있는지 자꾸만 뒤가 캥긴다.

 

산을 얕 보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특히 변화무쌍한 한라산이 아닌가?

되돌아 내려서 4월에 세바람꽃을 보았던 계곡을 잠시 걸었다.

 

 

비가 오락 가락하는 계곡은 물줄기가 시원스럽다.

 

 

털장대가 보이긴 하지만 계곡 오락가락 하는 비와 바람 때문에 담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한 손으로 줄기를 잡을 수 밖에. ㅎㅎ

 

 

 

5월에 내려 왔을 때 바위수국이 막 피기 시작하는 걸 담았었다.

제주에 자생하는 바위수국과 비슷한 녀석으로 등수국이 있는데 이번에 보고자 했더니

비오는 계곡 숲에 하얗게 덩굴을 올리고 있다. 바위수국은 헛꽃잎이 1장이고 등수국은 헛꽃잎이 4장이다.

 

 

올해 담지 못한 덜꿩나무는 이미 꽃이 다져서 대부분 꽃자루만 남아 있는데..

와우!  마악 피기 시작한 녀석이 나타났다. 봉오리는 분홍빛이 돈다.  참 곱다.

 

 

몇 가지 더 담고 싶었지만 이 우중충한 변덕스런 날씨는 카메라를 꺼낼 엄두를 못내게 한다.

헌데 꽃동무의 카메라 끈이 풀리면서 시멘트 바닥에 카메라가 떨어졌다. 에러 신호가 뜨는 걸 보니 병원 신세를 져야 할 거 같다.

계곡을 빠져 나오니 비가 거의 멈춘다.

 

1100습지를 둘러 보러 가까이 오르니 에고야~! 아랫 동네와 윗 동네는 날씨가 다르다.

우의를 다시 꺼내어 걸치고 1100습지를 한바퀴 돌았다. 

5월에도 똑 같이 비바람치는 날 이 곳에 들렀는데 참 별일이다.

 

 이 산딸나무 녀석은 꽃이 왜 붉을까 싶어서 들여다 보니 지고 있는 것 같다.

 

팥배나무 열매는 담은 적이 있는데 꽃은 처음 담는다.

꽃은 열매와 달리 시기가 짧아서 제 때에 만나지 못하면 일년을 기다려야 한다.

 

 

겹톱니에 잎맥도 유별난 녀석이어서 잎만 봐도 팥배나무인지 쉽게 알 수 있는 녀석이다.

 

1100 습지에 나같은 못 말리는 사람들이 더러 보인다.

다들 우의를 입고 카메라를 들고 습지의 꽃과나무를 살피느라 분주하다.

지난 5월이 담은 윤노리나무 꽃이 만족스럽지 못하였는데 이번에도 비가 와서 제대로 담을 수 가 없다. 흑!

 

 

비바람이 심하여 서귀포 쪽으로 가는 걸 포기하고 제주시로 되돌아 가자 하였다.

풀꽃동무 카메라도 바닥에 떨어져서 병원을 찾아야 하고 더 이상 진행하기에는 너무 미안하다.

 

1100습지로 올라갈 때 도로 옆 나무 위에 등수국 하얀 꽃이 보이길래 손가락질을 했었는데,

돌아올 때 담자고 하였던 곳에 차를 멈추었다. 이 녀석 등수국은 헛꽃잎이 4장이다.

 

바위수국은 헛꽃잎이 1장이다. 이 녀석은 5월에 담은 바위수국이다.

 

 잎은 톱니가 뚜렷하게 구분이 된다.

 

1100도로 주변에는 산딸나무며 때죽나무 꽃이 하얗게 피고 있었다.

 

이 녀석은 꽃 모양이 조금 다르다.

 

조금 붉은 기색이 있는 때죽나무도 보인다.

 

나무꽃을 담고 있는 사이 꽃동무가 사라졌다.

한참을 기둘리도 안 오길래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숲 속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 들어가니 도수로 주변에 옥잠난초가 연두색 꽃을 곱게도 피웠다.

 

 

고사리삼도 포자를 다글다글 매달고 있는데. 산고사리삼인감?

 

 

 

숲 가장자리 볕이 드는 곳에 거지덩굴도 덩굴손을 뻗치면서 기어오르고 있다.

 

곰의말채나무다. 말채나무와 층층나무, 곰의말채나무는 잎과 꽃이 거의 흡사하여서 구분 포인트를 잘 알아야 한다.

말채나무는 잎의 측맥이 4~5쌍, 곰의말채나무는 6~10쌍이다. 둘 다 잎이 마주나기다.

층층나무는 어긋나기로 측맥이 5~10쌍이고 잎자루가 길다.

 

 

 

곰의말채나무 잔가지는 황갈색 즉 누른빛이 강하다.

 

 

돌아다니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어쩐지 배가 고프다 했더니 1시가 넘었다. 

 

제주에는 길목 곳곳에 포장마차가 있다.

여행이나 탐사를 하는 사람들이 이 포장마차에 들러서 따뜻한 커피나 국수를 한 그릇으로 시장기를 떼우기도 한다. 

국수 한 그릇을 주문해 놓고 주변을 또 어슬렁 거려본다. 산뽕나무 열매 오디가 빨갛게 여물어가고 있다.

 

 

헌데 같은 나무인데도 이렇게 결각이 심한 가지가 있다. 가새잎뽕나무라 할 수 있을까?

 

 

 

비오는 계곡에서 덜꿩나무 꽃을 담아서 좋아라 했는데, 포장마차 주변에 가막살나무도 곱게 꽃을 피웠다.

내 블러그에 가막살나무와 덜꿩나무 비교 자료를 만들어 둔 게 있다.

 

헌데 꽃 자료는 내 것이 아니길래 올해 덜꿩과 가막살나무 꽃 자료를 꼭 담으리라 했는데

이번 제주 꽃나들이에서 모두 확보를 하게 되어 다행이다.

 

 

 

내려오는 길에 탐라연수원 부근 숲에 들렀다. 노루발꽃이 피었는가 가 보자는 게다.

노루발풀 꽃이야 육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내 관심은 숲의 나무 꽃에 가 있었다.

특별하게 눈에 띄는 꽃도 없고 노루발풀 꽃도 아직 피지 않아서 돌아오려는데...

 

어? 정금나무다~! 오예!

이 녀석 열매는 담은 것이 있는데 꽃을 담은 게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다. 국립수목원에서 봉오리를 담은 게 있긴 하다.

조롱조롱 열린 정금나무 꽃이 너무 귀엽다. 둘러보니 숲이 온통 이 녀석 더배기다.

 

 

 

꽃동무가 해녀박물관 앞 카메라 점에 들르는 동안 또 주변을 어슬렁 거렸다.

제주는 어느 구석이라도 담을 거리가 넘치니까. 등심붓꽃이 아직도 여전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이름 모를 이상한 녀석이 눈에 띈다. 꽃잎은 없고 국화과 같고.....

일부러 심은 건 아닌 듯하니 외래식물 같은데....개꽃이라고 한다.

 

  

이 녀석은 고본일 거다. 절 ~때로 개회향은 아니다. 나무 그늘 아래 다른 풀꽃들과 함께 잡초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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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고본이라 생각했더니 블방 칭구가 솔잎미나리란다. 새로운 종 하나 공부하게 되었네.  

 

 

  

병풀이 분명 꽃을 피우고 있겠다 싶어서 기는 줄기를 들어 올리니 잎겨드랑이에 꽃 같은 게 달려 있다.

너무 작아서 꽃인지 열매인지 모르지만 일단 담는다. 원본을 확인해 보니 꽃술이 보인다. ㅎㅎ

못말리는 여왕벌의 눈썰미. 원본을 크롭하였다.

 

꽃은 산형화서이고 꽃잎은 5개로서 넓은 난형이고 수술도 5개로서 작으며 꽃밥은 흑자색이다. 암술대는 2개이다. 

근데 이거 아직 활짝 핀 게 아닌 듯하다.

 

길쭉한 총포엽도 한 쌍이 있다. ㅎ

뿌리가 내리는 마디에 2개의 비늘같은 길쭉한 퇴화엽이 있다. 정상엽은 비늘같은 잎에서 액생한다.

  

 

국수로 점심을 떼웠으니 저녁 식사는 든든하게 해야겠지?

주말마다 바쁜 꽃동무 A님과 연락하고 오늘 함께한 B님 후배와 함께 넷이서 저녁을 먹는데....

 

어제 오후 안내를 해준 D님으로 부터 전화가 온다. 비가 그쳤으니 내일 새벽에 한라산에 오르자는 거다.

아하~! 뱅기 시간이 문제다.

일요일 새벽에 한라산에 오르려고 하다가 토요일 새벽으로 바꾼 이유가 뱅기 시간 때문이었는데... 

 

망설이다가 결국 내 일정을 조정하여 한라산에 오르기로 하였다.

이번에 내려온 목적이 바로 한라산 꼭대기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무가 아니었던가.

 

8시 30분부터 월드컵 한국 축구 경기를 보느라고 잠을 못잤다.....

2시에 산행을 시작하려면 12시에 일어나서 슬슬 준비를 해야 한다. 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