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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가까운 곳 한 바퀴(원지/방울비짜루/나도수정초/죽대/함박/나도국수/갈기조

by 여왕벌. 2010. 6. 7.

2010. 6. 6.

 

미루어 두었던 가까운 곳 4군데를 한바퀴 돌았다. 큰방울새를 먼저 만나러 출발하려는데

엊 저녁 원지가 있는 곳을 물어 봤던 ㅊ님한테서 연락이 있었다. 에그~~! 폰을 차 안에 두었으니 밤새 지혼자 울어대었다.

 

아침 통화로 자생지 장소를 알아 내어서 집에서 20 여분 거리에 있는 낙동강 건너 산 비탈을 뒤졌다.

장소를 잘 못 찾아서 포기하고 돌아 갈려다가 혹시나 하여 다른 곳을 뒤지다가 결국 찾아 내었다.

 

흔하게 만날 수 없는 녀석을 만났으니 오늘 탐사 첫 시작 조짐이 무척 기대가 된다.

잎도 선형이고 줄기도 가늘어서 애처로워 보인다. ㅎㅎ...포기가 없는 여왕벌.

 

 

도로 옆 산은 나무를 다 베어버려서 풀들이 살기에 안성 맞춤인 환경이 되었다.

방울비짜루 암그루는 벌써 방울을 주렁주렁 매달았고, 수꽃은 메마른 채로 달려 있다.

 

 

 

온 산비탈이 백선 꽃으로 하얗게 덮여 있다.

 

 

원지를 몇 장 담고 있는데 빨리 오라는 전화다. 나도수정초는 오전에 해가 들 때 담아야 한다고.

한 시간 여 부리나케 달려가니 아직 꽃동무 두 분 도착하지 않았다. 잠시 후 도착한 두 분과 반갑게 인사 나누고 골짜기를 오른다.

 

작년에 혼자 왔다가 엉뚱한 곳만 헤매다가 이 녀석 만나지 못하고 갔는데

한적한 등산로를 한참이나 오르는 걸 보니 장소를 알았더라도 혼자서는 겁이 나서 포기했을 것 같다.

 

 

꽃동무 두분이 지난 주에 왔을 때 보았다던 큰 무더기 하나를 누군가 뽑아서 던져 놓았다.

가장 멋진 모델이었다는데 저 혼자만 가져야한다는 그 소행이 괘씸하기 짝이 없다.

 

 

산새가 인기척에 놀라서 달아나는 걸 보니 알을 품던 둥지가 보였다.

미안타! 녀석 참 놀랬을텐데...어두워서 흐리다.

근데 이 녀석 배암이 나타나믄 어쩔라고 이리 낮은 곳에 둥지를 품었을꼬.

 

 

숲 아래 죽대가 양팔을 벌리고 하얀 꽃을 두 줄로 매달고 있다.

 

 

함박꽃은 거의 다 졌는데 마침 석문 근처에 복스럽게도 피어 있다.

올해 이 녀석 담지 못했던 차에 반가워서 몇장 담는다.

 

 

 

석문이 멋지다. 산 위에는 산성이 있다고 한다. 백두대간 줄기 곳곳에는 산성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잠시 꽃동무와 행선지를 달리하여 나도국수나무 꽃을 담으러 단양으로 급하게 출발하였다.

열매 자료는 있지만 나도국수 꽃을 담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 가까운 길을 일러 주기에 생각보다 일찍 나도국수나무가 있는 골짝에 도착하였다.

헌데...에게게~! 벌써 사그러지고 있다! 그래도  아쉬운대로 담을 수 밖에..

 

 

잎이 국수나무보다 더 넓다.

 

국수나무 사이에 갈기조팝 흰색 꽃이 유난스럽다.

국립수목원에서 보긴 했지만 야생의 갈기조팝나무는 첨이다.

 

 

복분자딸기도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안 그래도 이 녀석 꽃 담으려고 농업기술센터에 갈려고 했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 야생이니 때깔도 더 좋다.

 

 

세 가지를 담는데도 한 시간이 넘게 시간이 흘렀다. 에거 바쁘다. 아침에 갔던 장소 근처로 다시 한 바퀴 돌아가야 한다. 

두분과 통화를 하니 아직 점심 식사 중이란다. 큰방울새란이 있는 곳으로 급하게 차를 몬다.

휘유~! 열씨미 달려서 도착하니 두 분은 벌써 큰방울새와 너무 오래 놀아서 지루해 하고 있다.

 

큰방울새란은 처음 대면한다.

6월에는 이 곳에 들른 적이 없기에 큰방울새 고운 울음소리는 올해 처음 듣게 된 거다.

방울새가 울고 있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그렇게 되어 버렸다.

 

 

작년에 이 곳의 끈끈이주걱이 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 딱 한 개체가 붉은 촉수를 가지끈 펼치고 먹이 사냥을 하고 있다.

혼자서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애처롭다. 식구를 늘릴 방법이 없을까?   

  

 

언덕 위에 들떡쑥이 산다. 들떡쑥이 꽃 필 때 를 맞추지 못하여 꽃이 없다.

왜솜다리도 있다고들 하는데 그것도 확인하고 들떡쑥 꽃도 담으려고 언덕 위로 오른다.

들떡쑥은 늦은 꽃이 조금 남아 있고 벌써 씨앗을 날리고 있다. 왜솜다리는 보이지 않는다.

 

 

 

으아리 덩굴 뒤로 내려다 보이는 마을이 평화롭다.

 

 

이 언덕에는 백령풀도 산다. 어린 싹이 보이나 싶어서 살펴 봤더니만 이제사 마악 싹이 트고 있다.

 

 

4시가 흘낏 넘어버렸다. 꽃동무 두 분이 원지를 만난 적이 없다 한다.

급하게 30 여 분을 달려 원지가 있는 고개 마루에 올라서니 해가 서편 기웃하다.

두 분은 가느다랗게 흔들리는 원지를 담으면서 오늘 원지가 대박이라며 즐거워들 하신다.

 

 

아침에는 원지가 있는 것만 확인하고 급하게 출발하느라 주변을 둘러 보지 못하였는데

찬찬히 살피니 식생이 참 재미있는 곳이다.

 

그렇게 만나고 싶어하던 멱쇠채가 이렇게 많이 있었던 것을 몰랐다.

진즉 알았더라면 노란 꽃을 담았을텐데....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해야겠다.

 

 

무덤 옆에는 꽃자루가 붉고 잎도 붉은 홍띠가 보인다. 

 

 

산해박도 곧 필 것 같고 이스라지며 애기풀들이 개체가 아주 실하다.

무덤 옆 땅비씨리가 하도 고와서 한장 담아준다.

 

 

안동에서 문경으로 단양으로 다시 풍천으로 한 바퀴 돌았다.

시기를 놓지지 않고 많은 꽃과 조우할 수 있어서 늘 고맙고 즐겁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과 눈 맞춤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