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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

3년만에 산에 올랐지라.

by 여왕벌. 2007. 10. 3.
야호!

지가요
2시간의 산행을 완주 했습니다요.

오늘 오후 원내 행사로
영국 여왕할매가 다녀가신
봉정사가 앉아 있는 천등산 등산 행사가 있었지요.

원내에서 야생화 고수로는 두번째 쯤 되는 선생님이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 같이 가야
풀꽃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추켜세우는데,
제분수 모르고 그만 까불다가
얼결에 따라가버렸지요.

맨날 무릎 아프다고 열외 취급을 받았던 터라
이번에도 봉정사 도랑에서 현호색이나 찾으리라 생각했거덩요.
ㅎㅎㅎ 애나 어른이나 칭찬에는 약이 없응게.

지난 달에도 갈라산 산행 때도 절 마당에 주저 앉을 요량으로
차 트렁크에 있는 담요를 휘휘 흔들며 남정네들을 유혹하였지만
결국 혼자서 작은 절터만 돌다가
혼자 돌아 와 버렸던 일이 있었던 터라
이번에도 역시나 했지 않았갔어요.

ㅋㅋㅋ...제 트렁크에는 동양화 48장과
착착 두번 접으면 적당한 크기가 나오는
담요를 싣고 다니거덩요.
그렇다고 제가 고수가 아니라 기냥 싣고 다니지라
ㅎㅎ.딱 한번 사용한 적 있응게요.
(제 실력은 옆에서 가르쳐 주면 잘 합니다. 낄낄..)

에구. 이래 뵈도 한창 나갈 때
히말라야에 갔다가 왔다고
목청 돋우면 뭘 하남요.
산이라면 지레 겁먹고 뒷걸음질인디요

암튼 꼬임에 넘어가서 슬금슬금 따라가는디
오르막 부터 경사가 급한기라
힘이 좀 든다 싶으면
"어! 여기 양지꽃이다!"
괜히 호들갑 떨면서 큰 발견이나 한듯 소리르면
우루루....

ㅋㅋㅋ 그 사이에 지는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면서
"에! 양지꽃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디 솜양지는...."
히히! 설명이 길어진당게요.

다행하게도 능선에만 오르면 완만한 코스라서
힘들지 않고 쉬엄쉬엄 산허리를 감아도는디
핫! 이 높은 곳에 남산제비가? 어라? 개별꽃까지.
이 녀석들은 산 높은 줄도 모르고 위로 올라오고 있구먼요.

작은 암자 옆으로 난 둑에는 쇠뜨기 생식경이 줄나라비를 서 있고
꽃을 달고 있는 애기나리며, 붉은꽃밥을 자랑하는 개별꽃
절 앞 풀밭에 꽃밭을 이루고 있는 정말 각양각색의 현호색
바위를 빙 둘러 싸고 하얗게 졸망졸망 꽃피우고 있는 단풍제비며
싹을 밀어 올리고 있는 은(금)대난(은난?)
아고고, 넘 많아서 다음에 또 한번 와서 뒤져봐야겄시요.

푹신푹신한 솔검불 깔린 길을 오랜만에 걸어보니
이제 조금씩 산으로 발길 돌려도 괜찮겠지라.

헤헤! 그래도 모르겄소.
지 무릎은 내일 모레까지 가 봐야 알겠지라..

3년만에 산꼭대기라는 데를 가 봤응께.
기분이 꽤 거시기 하요.
짱벌님 등장하면 지 배꼽이 긴장합니다. 한번 날아갈뻔 했거등요. 48장 동양화하고는 친하지 못해서... 그 봉정사 뒷산을 기면서 넘어가서 (그때가 3월 초순이라서 꽃이 없었당께) 개목사 넓은 개활지를 만났을때. 눈물 쏟았지라. 그때 느낌을 안동 토박이 지인에게 말했더니, 05.04.13 23:30
 

"안동에 널린기 그 풍경인데 무신 소린지. 눈물도 억시 흔하네." "..... ?? .....!!!"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05.04.13 23:39
 

봉정사를 조금 돌아 1km쯤 올라가면 개목사가 있지요. 봉정사 바로 오른쪽에는 영산암이 있는데 "달마가 동쪽으로간 까닭은" 이란 영화를 촬영한 곳이고요. 영산암의 아기자기한 정원보다 더 예쁜 사찰 정원은 없다던데요 05.04.13 23:57
 

글이 재미있네요, 처음엔 48장 동양화가 무언지 몰라서 갸우뚱했는데 고수라는 단어, 친하다는 단어에서야 확 감이 오니 둔한 사람은 어디 가도 고생입니다. ㅎㅎ 05.04.14 00:06
 

호호호 좋으셨겠어요(^_^) 05.04.14 00:36
 

이참에 여왕벌님 다리 힘받아서 씨언하게 나아 버리십시요. 그래서 달음박질 쳐서 산에 다니시라요...예-_- 05.04.14 07:18
 

여왕벌님 학년이 우찌되시는지 모르겠사오나, 지도 무릎에 허리에 고장이 있다는 의사섐의 진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근육을 강화해야한다는 명목으로 꽃 보러 이산 저산 쫓아다니지요. 물론 갈 수 있는 곳까지만요,,,,봉정사 아름답던 절집, 그립군요. 05.04.14 07:38
 

좋으셨겠에요 ㅎㅎㅎ 전 며칠동안 조금씩 올라가던 산에 못갔는데 ㅎㅎㅎ 연습삼아 매일 조금씩 오르려고 계획 잡았는데 ㅎㅎㅎ ^^ 축하드립니다. 05.04.14 11:00
 

여왕벌님! 훌씬한 키에 처자같이 상큼한 미모로 한때 산에서 날쌔게 날린적도 있었음을 알았지만 그동안은 내내 좀 안쓰럽더니 정말 축하하고 다행스러워요! 다음엔 우리 랄랄라 손 잡고 산봉우리에 핀 들꽃들 보러 가요!! 05.04.14 12:16
 

아따~~억수로 기분 좋았겠네요. 내 담주에 갈려고 벼르고 있는디 겨울 내내 침대에서 찌짐 구웠더만 궁디가 얼매나 무거버졌는지....드뎌 다이어트과에 입문 했지라....몸이 무거우이 맴도 무거버져서 앉을 궁리 누울 궁리만 해싸서...산그리메님 소녀 나이는 묻는게 아니지라..우리는 아직 18세 랑께요.ㅎㅎ 05.04.14 18:01
 

참 좋은 시간이었네요. ^^ 저도 어제 잠깐, 옛날에 오르던 산 좀 오르다 왔는데, 솜나물, 남산제비꽃, 알록제비꽃... 그렇게 몇 몇 만나고 왔습니다. 05.04.14 20:19
 

역사가 이뤄졌네요 가히 피천황이라해도............. 05.04.14 20:33
 

건강하시구 늘 좋은날 이름값...ㅎ ^^*~ 여왕벌... 풀꽃나라 여왕별 되소서! ㅎ^^*~ 05.04.14 22:24
 

오랜만에 여왕벌님 글을 대합니다. 그 동안 적조하셨습니다? 3년만에 산에 오르셨다니 그 기쁨이 얼마나 크실까? 다리 수술 후 10여년이 흘러도 산에 가보지 못한 저는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더 건강하시고 더욱 활기찬 날들 보내세요^^* 05.04.1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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