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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

씨이~~! 아빠가 보지 말랬잖아

by 여왕벌. 2007. 10. 3.

키 크고 안 싱거운 사람 없다더니.

지난 연수 때
충청도 계시는 도장학사님 한 분
분임 발표 전에 여담 한 마디 하신다기에
다들 귀를 쫑긋하는디.

그 분 며칠 전
우리의 배꼽을 빠지게 한 일이 있던 터라
또 무슨????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 장학사님의 입을 주시하는디.

나이 오십 중반의 장학사님의
초임교사 시절이니.

아마 호랑이 보리 깜부기 따 먹던 시절 쯤이었겠나?

시골 벽지 학교 3학급에 근무하게 된 선생님.
1~2, 3~4, 5~6학년이 복식으로 반을 편성하여
한 교실에 두 학년을 모아 놓고
교실 양편에 두 무더기로 책생을 배치해서
공부하는 것이 일반적인 복식학급인디.

그 샘님 맏 상주가 1학년에 입학을 하였으니
당연히 1~2학년 담임은 하지 않겠지 기대를 했겄다.
허나 절~~~때로, 죽어도 1학년은 못하겠다고
동료 샘 두분이 고개를 절레절레.

부탁하고 애원하고 은근한 협박에도 불구하고
물 먹은 지푸라기 처럼 질긴 고집으로
굳건하게 고사하는 두 분 샘 땜시.

'하긴 속 썩어도 내가 썩는 기 낫지
아들놈 허물을 남이 들추어 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제.'

울며 겨자먹기로 아들 놈 담임을 할 수 밖에 없었겄다.

그 장학사 샘.
두 학년을 한 시간에 공부시키려니 별 수가 있간디.
2학년 수학 공부할 때, 1학년 하나 둘 갈키고
2학년 음악 공부하면 국어책 보고 글씨 쓰게 하고.

헌디 언니들 노래 부르는데 글씨가 눈에 들어 오간?
1학년 꼬맹이들 벌써 2학년 노래 따라 부르니
그 시절에 벌써 조기 유학이 아니라 조기 진급이 다 끝이 났단다.

예나 지금이나 받아쓰기는 1학년의 통과 의례라.
받아쓰기 채점을 하다보면 벼라 별 녀석들이 많다.

또박 또박 깨알 같이 받아 쓴 차단지 형.
지 아는 글자만 듬성 듬성 써낸 뻐끔뻐끔 형
쓰긴 썼는디 도대체 글자 조합이 안되는 묻지마 형
아버지를 써야 하는데 어머니를 쓰는 동문서답 형에....

암튼 하루는 2학년<국어> 공부시키면서
1학년 <받아쓰기> 시험을 치는데.

"야들아, 선생님 부르는 거 받아 써라. 알았나?
"예"
"순이가 어디를 가노?"
1학년 : "몰라요"
"1학년 말고 2학년이 대답하는 거야"
2학년 : "네 학교에 갔어요"
"그래 <학교> "
1학년 : 그거 몰라요. 안 배웠어요."
"아니 <학교>는 받아쓰는 거 아니고"

에거거~~! 아무나 선생하나.
긍께 선생 응가는 강생이도 안 먹는다 하제이요.

"자아~! 1번, <아버지>"..............

잠시 혼란한 사태를 수습하고 받아쓰기를 시작혔는디
녀석들 글씨를 모르니까,
옆에 녀석의 공책을 자꾸만 들여다보는 거여

"이 놈들~! 보지 말고 써! 알았어?"

그 왕방울 같은 눈을 크게 뜨고 으름장을 놓았으니
1학년 아그들 자라목이 되었겄다.

암튼 두 학년을 번갈아 보면서
무사히 받아쓰기를 끝내고 채점을 혔는디.

아뿔싸~!
천재를 바라는 것도,
영재를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우등생 정도는 될 줄 알았던 아들 놈.

받아쓰기 공책에 글자는 간 곳 없고
무슨 기호를 그리 많이 그려 놓았는지...

차단지형은 온데 간데 없고,
성큼 성큼형이라면 그나마 천만다행일 텐데
묻지마형에 배째라니.

왕눈이 장학사샘,
아들 공책 본 순간 머리 두껑 열려뿌렀다.

“이노무 시키!“
어느새 노랑병아리 아들 뒤통수에 손이 가 있더란다.
우와앙~~~!
아들놈은 대성 통곡이고 사태는 수습이 안되고....

저녁.
대문간에서 부터 기척을 살피며 퇴근을 하니

으메! 기죽어라이~
싸모님 새파랗게 도끼 눈을 하고 기다리고 있더란다.

“아를 그렇게 때리는 애비가 어딨어요? 당장 전학시킬라요.”

“무슨 놈이 받아쓰기를 그리도 못하냐? 자가 아무래도 바보 아녀?.”

“근데 너 참말로 배운 글씨를 모르겄냐? 왜 그렇게 틀렸냐?”

“씨이~! 아빠가 보지 말라 그랬잖아.”

“누가 받아쓰기를 보고 쓴다냐?”

"그래서 눈감고 썼단 말이야. 훌쩍~"

“?............................!!!!!”

"푸하하하~~~!"
강의실에 있던 연수생들 완전히 쓰러졌습니다. 


어쩐지 지금도 배꼽이 뻐근한디
아무래도 그 때 옆에 계시던 샘님 배꼽을 주워서 끼웠나 베요.
낄낄.....ㅎㅎㅎㅎㅎ



새로고침꾸미기
 
 
 
ㅋㅋㅋ 보리깜부기 따먹는것도 알아여?^^ 06.05.13 18:18
 
고럼요. 보리깜부기에 밀이삭 서리하면서 핵교 댕겼는디요. 06.05.14 17:09
 

 

궁금증만 더해만 갑니다.. 이궁금증을 푸는일은 사회와 국가가 나서야 할때 입니다... 06.05.13 19:19
 
그럼여... 것도 안되면 씨아이에이,모사드.유에스에스,유에스유,에치아이디..등등 다 동원해야지요^^ 그래도 안됨 핵도 동원해야지요^^ 06.05.14 02:51
 

 

조사하면 다 나옵니데이~~~~~~~~!!!.새벽부터 사람 목 메이게 만드시네..헹. 06.05.14 06:03
 

 

문지밖 다 닳았 습니데이...목에도 디스크가 오니더~~~ㅋㅋ 06.05.14 08:43
 

 

크으! ㅎㅎㅎ....캡틴님, 비우님, 깜희님, 양평지니님......다아 완성해 올렸응께로 인자 씨아이에이 유에스에스 에프비아이 출동 안혀도 되겠지라? 06.05.14 16:43
 

 

ㅍㅎㅎ 아버지 말씀 잘 듣는 모범 학생 이엿네요....선생님 아들이 매 맞았으면 그반 학생들 기합이 확실이 들어서 전체가 다 열심히 했을 겁니다 ㅋㅋ 에에앵~~~~~긴급 수배령을 해제 합니다.국민 여러분은 안심 하시고 생업에 열중 하시기 바람니다.이상은 캡틴님과 비우님을 대신해서 먼저 해제령을 내립니다 .ㅋㅋ 06.05.14 14:51
 
해제령에 일단 안심하고 생업으로 돌아가면서 뒤돌아 보아지는 짠한 마음. 눈 감고 받아쓰기한, 무법천지 동자의 근황이 궁금해서요. 그런 사람이 숨 잘 쉬고 살면 우리나라 좋은 나라인데... 06.05.15 01:50
 

 

기다리다 기다리다 잠시 잠들었는데 어느새..우히히히히...재미있읍니다..또 해줘요..배째는 이고장사람들 이 배째의 후손들인디요..배째 -> 백제 06.05.14 16:46
 

 

쌀에 깜부기 있으면 ...밥 시커먼쓰 되는디 .....ㅎㅎㅎ 06.05.15 00:11
 

 

글을 시간차로 올리셨나보죠? ^^.. 배구좀 하신다잖아요. 여왕벌님이..ㅋㅋ.. 지금읽는 관계로 ..ㅋㅋ. 재밌게 읽었습니다.. 06.05.15 14:06
 
앞 부분 쪼매 쓰다가 급하게 나가야 할 일이 생겨서 하루 뒤에 완성했거덩요. 에구~! 비우님, 깜희님, 양평지니님 캡틴님이 조급증이 생기셨나 네요. ㅋㅋㅋ.. 06.05.15 16:03
 

 

ㅎㅎㅎㅎ재미있네요*^^* 06.05.1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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