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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

목마와 숙녀--추억하며

by 여왕벌. 2007. 9. 16.

함께 자폭하고 싶은 사람을 

추억하기에 격 맞는 계절

가을이 진한 기침으로 안개를 토하고 있다.

 

희뿌연 외로움은 뒤통수를 간지르고

발바닥 끝 마지막 모세혈관까지 쓰러지려 한다.

 

진공의 머리 속에서는

외로움이 혀를 빼물고 문고리를 잡아 흔든다.

이 녀석과 혼자서 길 떠나기라도 해야 될 것 같다.

 

그렇다. 가을.

볕이 좋을 때,
대지의 앞 가슴 풀어 헤친
억새 숲 언저리라도 헤매어야 겠다.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고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등대 ......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

(두 분께 죄송,저는 영광..)세 명의 전범입니까 ?? ^^ 우리나라에서 지금처럼 비가 많으면,가을도 폐렴에 걸린 만하지요 ??..^^ 07.09.16 16:40
억새 숲에 드시면,겨우내 쓰일 [갈목비 = 갈비]를 꼭 엮어 오십시요... 에구 ~,그것들 끌어 안고 겨우내 속울음 하시라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전범이 된 입장에서 살아남으려는.......................^^ 07.09.16 16:44
안동의 가을은 늘 바튼 기침 연속입니다 각혈을 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지요. ㅎㅎ..전범은 아니지만 진범 혐의자 3명이져. 07.09.16 17:51

여왕님의 소녀티가 여지없이 드러나는 억새숲의 가을 - 매년 이맘때면 가슴앓이 도지는가 봅니다 가을을 노래한 여왕님의 어악새 소리를 들고갑니다 07.09.16 23:19
아직도 가을이 되면 아무데나 떠나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하니...언제 이 병증을 다스릴 수 있을 런지요. 07.09.17 11:49

여왕벌님 기침입니까? 병산천의 안개가 그리워서 목이 메이고 기침 나는 가을이네요. 07.09.17 03:08
태풍 사라진 뒤 볕이 너무 아름답네요. 서원 가는길, 그 휘어진 구비 길에서 가을 볕에 용틀임하는 낙동강 등에 올라 앉아 볼까요? 07.09.17 11:51

가을이 기침을 토하고 바람은 태풍을 토하고 사람은 그리움을 토하는군요 ^^ 07.09.17 22:18
2007년 형 매월당 ???..^^ 07.09.17 23:33

ㅋ~~ 시리도록 찐한 가을을 맞이 하시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그러지 마셔요,,, 넘 아픕니다... 바람과 어우러지는 억새 숲 보다는 볕이 강한 동산에서 가슴속 습한것들을 다 말려 버리세요... 쨍쨍 말리세요... ^^ 07.09.18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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