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28. 몽골 흡수굴.
춥기도 하고 호수의 여명이 보고 싶어서 이른 시각에 잠이 깨었다.
장작불이 사그러진지 오래 된 듯 난로의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불을 다시 지필 수도 없어서 밖으로 나갔다.
밤새 추위로 찌부둥하게 굳은 몸을 풀면서 호숫가로 나가니 마악 동이 트려 하고 있다.
털봄맞이 Androsace incana
이 녀석도 밤새 추위에 떨었을까?
얼마나 추웠으면 서리로 제 몸을 감싸고 을 밤을 새웠을까
게르 입구 한 쪽에 투숙객들의 차량이 줄을 서서 밤새 보초를 서 주었다.
털봄맞이에 얼어붙은 서리가 떠오르는 붉은 햇살에 보석꽃이 된다
동의나물 속 녀석 잎에도 서리가 석영처럼 하얗게 반짝인다.
호수변의 쇠뜨기말풀 Hippuris vulgaris L.
호수가 아니라 바다다. 해는 저만치 호수면을 멋어나고 있다.
떠오르는 해를 따라 갈매기가 날아오른다
식사를 준비하기 위하여 부리나케 게르로 돌아선다.
오늘 아침과 점심 준비를 나와 박샘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용 밥을 한 솥 해서 배급을 하고
점심 식사용 주먹밥을 만들기 위하여 두 번째 밥을 지어서
자잘하게 다져 볶은 야채와 햄과 함께 섞었다.
여럿이 둘러 앉아서 공처럼 만든 밥덩어리 속에 볶은 멸치 반찬을 집어 넣고
김자반 가루에 굴려서 랩으로 말면 훌륭한 주먹밥이 된다.
5명의 여자 중 4명은 계속 식사를 준비하였고 제일 젊은 1명은 몸이 여기 저기 아프다는 이유로 딱 한번 식사 준비에 동참하였다.
그녀는 아침마다 곱게 화장하느라고 아침 시간이 바빴는데,
자기 침낭을 다른 사람에세 정리해 달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서 깜짝 놀라 외면하고 말았다.
사진을 찍을 때는 요상스런 요가 자세까지 하면서 촬영에 집중하던데 그럴 때는 전혀 아프지 않아 보이는데 말이다.
아프다는 사람에 좀 동정적이었던 최고 연장자 박샘도 여행 마지막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미 이태 전에 함께 동행을 했던 나는 '한 번 겪어 보시라 그러면 그 동정이 얼마나 가치 없는 것이 되어 버리는지 아실거다' 라고 혼자 중얼거렸더랬다
5명의 남자 일행 중 젊은 두 분은 항상 식사 준비에 와서 이 것 저 것 일을 도와 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식사 준비가 다 되어 밥 먹으러 오라고 하면 밥 그릇만 들고 와서 먹고 '잘 먹었습니다' 한 마디로 끝내버리고
뒷정리는 신경도 안 쓰고 자기 텐트로 돌아가는 남자와 여자.
우리 4명의 밥순이 여자도 180만원 내고 이 곳에 왔는데 말이다.
함께 여행을 하게 되면 어떤 사람인지 파악이 된다더니 정말 그랬다.
나는 주방일이 서툰 것도 있지만 그건 내가 할 수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도우면 된다. 그 보다 그 시간이 아까운 것이다.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에 주변을 탐사할 수 없다는게 더 아쉬운 것이었다
드뎌 숲으로 출발이다.
대기 중 잠시 숙소를 배경으로 털봄맞이 몇 컷을 날린다.
호수변을 배경으로 금매화속 Trollius asiaticus 군락이 나타난다.
다들 환호로 금매화를 반긴다.
여긴 다음 숲에 나타나는 군락에 비하면 아직 시작에 불과하였다.
설앵초류가 자리를 깔고 있다.
큰바람꽃인지 아무튼 바람꽃 식구 도 이제 가까이 들여다 본다
털봄맞이
분홍할미꽃
사람들이 한 쪽으로 우루루 몰린다.
담자리꽃나무를 찾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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