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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식물/몽골 식물

2023 몽골 식물탐사기 3 : 흡수굴 도착

by 여왕벌. 2023. 7. 16.

2023. 6. 27.  사흘 째 흡수골로 이동하는 길. 
 
아마도 대장의 계산 착오였으리라.
울란바토르에서 출발하여 하루만 야영하면 이튿날 늦게 흡수굴에 도착할 거라는 건 천만의 말씀이다.
하루를 중간 작은 소도시 다르항 호텔에서 숙박(비 때문에 야영이 불가), 다음 날 또 달려서 불강에서 야영하고 
사흘 째도 쉬임 없이 달려서야 흡수굴에 도착을 했으니....
 
열흘 일정 중에 오가는데 6일이 소요되어 버리는 시간의 낭비라니.
물론 이동 중에 차를 세워서 무작정 탐사로 쏠쏠한 소득은 있긴 했지만 목적하는 흡수굴에서 시간이 부족하였다는 것이다.
 
첫 숙영이 추울까 걱정하였지만 등짝과 허리에 온열팩을 붙이고 두터운 옷과 오리털 침낭 덕분에 꽤 숙면을 한 것 같다.
생각보다 추위는 크게 느끼지 않았다. 팩이 너무 뜨거워서 좀 뒤척이는 것 외에는 큰 불편은 없었다.
 
저녁에 모기가 날아다니는 듯 했지만 물리는 일은 없었다.
재작년 파리와 모기, 작은 날벌레들로 고생한 걸 생각하면 천국과 같은 환경이었다.
4시 30분이면 저절로 눈이 떠졌는데 텐트 문을 열면 상쾌한 초원의 기운에 온 몸의 세포들이 살아나는 듯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6시 뜨끈한 누룽지로 이른 아침 식사를 마친 우리는 이슬이 마르지 않은 텐트를 철거하여 짐을 꾸려야했다.
오늘 하루 부지런히 달려야 흡수굴에 도착을 한다고 전한다.
 
이 정도 날씨면 굳이 두꺼운 옷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그건 잠시 행복한 착각이었다.
사흘 째 이동하는 중에 비와 우박과 세찬 바람이 우리를 괴롭혔는데,
야영지에서 출발한지 얼마 가지 않았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지평선 멀리로  한 곳에 소나기가 쏟아져내리는 모습이 그대로 보여진다.
 

 
차창을 비껴가는 바람도 소리도 거세어지는게 심상치가 않았다. 
탐사를 하려고 잠시 차에서 내렸다가 얼마나 춥던지 손이 시리고 온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워서 혼비백산을 하였더랬다.
 
두꺼운 옷을 준비하긴 했지만 캐리어 안에 넣어서 짐칸에 실려 있으니 옷을 꺼내자고 짐을 다 내릴 수 없는 일이라.
날씨를 만만하게 생각했던 내 잘못이거늘. 일행이 건네주는 패딩조끼를 얻어 걸치고서야 추위를 견딜 수가 있었다. 
 
대장은 이동 시간이 바쁘다고 재촉을 하였지만 볼 건 봐야하니
주유소 주변에서 짬짬이 촬영과 이동 중에 몇 번 차를 세웠다.
 
좀낭아초

 
명천봄맞이꽃 잎에 톱니가 보인다

 

 

털을 뽀얗게 덮어쓰고 있는 좀스러운 메꽃속 Convolvulus ammannii(315p) 로 녀석이다.

 
남가새

 

 

2015년 두 컷 밖에 담지 못해 아쉬웠던 털광대나물 Panzerina ranata(478p)  은 이번에 질리도록 만났다.

 

 
현삼속 녀석인데 화서가 아주 풍성하게 발달하였다.

Scrophularia incisa Weimn (몽골도감 717p)

 
실부추

 
둥근잎명아주와는 또 다른 명아주속 녀석이다. 

 

동글동글 뭉친 모양의 털이 엄청 많다.

 
십자화과가 얼마나 다양한지 구분하여 담는 것 포기다.

 
허브 식물같이 향이 좋은 꿀풀과 녀석 Nepeta lophanthus = Lophanthus chinensis 이다

 
 
얼마나 달렸을까? 12시 가까운 시각에 공항이 있는 무룬에 도착하여 식수를 보충 하기 위하여 멈추었다. 
 
몇 분이 간식과 식수 구입을 위하여 대형 마트에 들어 간 사이
남은 사람은 또 길거리 주변을 뒤지며 식물 사냥에 여념이 없다.
잎새의 갈림과 향이 국내에서 만나는 산흰쑥과 같아서 반가웠던 녀석이다

 
거리에는 황철나무가 가로수로 심겨져 있었는데 한창 열매가  날리기 시작할 때라
길바닥이 온통 이 녀석의 열매로 솜뭉치같이 하얗게 뭉쳐서 굴러 다닐 정도였다.
 

 
 
 골무꽃속 Scutellaria scordiifolia Fisch.

 
무룬을 출발하여 하트갈로 가는 고속도로변에 대극과 식물 군락을 보고 차를 세웠다.
흰대극에 흡사한 녀석이었는데 가지를 많이 발생하여 덩치가 아주 컸다
날씨는 여전히 추웠다.

 
흡수굴 바로 직전 소도시 하트갈에 도착을 하였다.
점심식사를 해결하려고 식당을 찾았지만 제대로 된 식당이 없어서
이미 만들어진 만두와 컵 덧밥 같은 것을 데워서 파는 가게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떼웠다.
만두는 먹을 만 했지만 컵 고기덧밥은 노린내가 심하여 거의 먹지 못하였다.
 
간단하게 한끼를 해결하고 곧바로 흡수굴로 달리기로 한다.
우리 차 기사가 길 방향을 잘못 잡은 덕분에 싱싱한 붓꽃 종류를 만났다.

Iris tigridia 로 확인이 된다.

 
방향을 다시 잡은 차는 제법 너른 하천 초지를 달리기 시작한다.
앞서 달리던 차가 하천변 초지에서 차를 세워서 잠시 야술 놀이를.
 
국화과 참취속 Aster alpinus L. (몽골도감 152P) 이다

 
긴제비꿀인가 싶어서 열심히 들여다 봤는데 아닌 것 같다.
긴제비꿀은 고산에 나며, 제비꿀에 비해 화경과 잎이 길고, 줄기 위쪽에 붙은 잎은 2-3갈래이다.

 
솜방방이를 닮은 녀석

 
이 녀석도 작년에 만났던 녀석으로 학명을 찾아둔 것 같은데.....

장미과 Chamaerhodos altaica(660p) 이다

 
안드로사케 인카나 Androsace incana
털봄맞이꽃으로 김찬수박사가 명명

 
마타리속 녀석

 
 
숲이 가까워지면서 산지 가까운 길로 들어섰다.
자갈이 많이 깔린 마른 하천을 지나자 초지에서 보지 못하던 달라진 식물들의 모습에 차를 세웠다.
 
여태 보지 못한 다른 종들이 많이 보여서 급하게 촬영을 하는데
20여분의 시간도 안 되어서 출발을 해야한다고 독촉이다.
자갈 밭 하천에서 본 녀석들이다. 마음이 급하여 폰으로 퍽퍽 담은 것이다.
 
처음 대면하는 꿀풀과 녀석으로 용머리속으로 보인다.
 Dracocephalum fragile Turce.(몽골도감 467p)  김찬수박사는 알타이식물 식물 탐사기(158p)에서 가는용머리라 명명하였다.

 
달구지풀 식구 같은데 꽃이 백색 꽃이다.

3출엽의 잎을 가진 토끼풀속 Trifolium eximium(420p) 이다.

 
국내의 황기와 많이 닮았다.

 
비는 계속 부슬거리고 있었다.

 

산형과 녀석을 담긴 했는데 학명 찾기는 어려울 듯하다

 
버드나무속 녀석이 열매를 달고 있다.
이후 흡수굴 주변에서 몇 종의 버드나무속 녀석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늦둥이 분홍할미꽃

 
초지에서는 잎이 가는 싱아속 녀석이 보였지만 하천 자갈밭에서 잎이 넓은 싱아속 녀석을 만났다.

 
노랑붓꽃을 처음 만났는데 싱싱하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그것 조차도 반가움이었다

극동러시아 (남서부연해주) 도감에  Iris vorobievii N.S.Pavlova 으로 실려 있다.

 
빨리 출발해야 한다는 성화에 아쉬움을 뒤로하였지만
제대로 관찰도 못하고 퍽샷만 날려서 좀 짜증스러웠다.
 
바쁘게 달리는 길 옆 숲에는 금매화가 지천이었지만 도착하면 질리도록 볼 수 있다는 말에 차를 세우자는 말도 꺼낼 수 없었다.

 
 
드뎌 호수가 나타났다.
비가 와서 야영이 안 되어 게르에 들어 가기로 하고
5년 전의 그 게르를 찾는다고 포장이 안 되어 깊게 패인 길을 30분이 넘도록 출렁거리며 달렸다.
 
내일 탐사해야 할 산지에 최대한 가깝게 들어 가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5년 사이 길도 다시 나고 게르 시설도 많이 들어서서 
우리가 묵으려고하는 게르를 찾는데 긴가민가 하며 거의 끝까지 들어가니
이 곳이 맞다!! 는 안도의 한 마디가 떨어진다. 거의 오후 7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휘유~~!  3일간의 이동 끝에 드뎌 흡수굴 도착이다.
기사 3명과 가이드까지 합하여 게르  5동을 빌어서 숙소 하나당 3명씩 배정을 받았다.
캐리어 안에 있던 오리털 파카를 꺼내 입으니 그제사 추위에 웅크렸던 온몸의 세포들이 진정을 한다.
 
게르 뜰 안에 털봄맞이 꽃이 귀엽다.

 
 
짐을 제대로 풀 겨를 도 없이 여자들은 저녁 준비로 분주하다.
이미 두 분이 저녁 준비를 거의 마쳤고 나는 보조 일만 하였다.
 
대신에 나와 룸메이트 박 샘은 내일 아침 준비로 쌀을 씻어 놓았다.
나는 저녁 준비를 제대로 돕지 못한 미안함에  점심 주먹밥을 만들 재료를 다 썰어 놓기로 해서 밤 늦게 서야 일을 마칠 수가 있었다
10시가 넘어서야 내 숙소로  들어 오니 어수선한 짐이 가다리고 있다.
에혀~! 밥순이로 따라 온 것도 아닌데.......
 
게르 안에는 난로불로  온도를 높일 수 있도록  장작을 한 아름 가져다 놓았는데 비에 잦은 장작으로 난로에  불을 지피고 열기를 유지하기 쉽지가 않았다.
12시 가깝도록 장작을 넣으며 불을 지피다가 결국 나도 잠이 들었는데,
침대에는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온기가 없어서 몽골에서 가장 추운 밤을 보내야 했다.
두꺼운 외투와 바지를 입고 양말까지 신고 자면서도 왜 침낭을 꺼내어 덮을 생각을 못했던지..... 
 
화장실과 수도는 늦은 시각에는 잠그어 두었는데 세수와 머리를 감을 수 있겠다는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추위에 찬물로 머리를 감을 수도 없었거니와 수건을 물에 적셔서 몸을 닦는 것조차 가능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