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25.
친구야
오늘 몽골 출발부터 생난리를 쳤네
밤 12시 30분 쯤 인천으로 출발하려고
지하주차장에 가니 차가 안 보이네
가끔 1층에 세웠는지 2층에 세웠는지 헷갈릴 때가 있거덩
그래서 지하 1, 2층을 두 번이나 오르락 내리락 해도 차가 안 보이잖여
황당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제 저녁 때 길 건너 천년 숲 갈 때 차를 끌고 갔던가 봐
바로 집 앞에 있는 거길 왜 차를 끌고 갔는지 나도 이해가 안 되네 .
아마도 습관성으로 차에 시동을 걸었는 거 같아
그리고 집에 올 때는
내가 차를?? 가져왔던가?? 그러다가
그냥 걸어서 집으로 들어 왔잖여
차를 천년 숲 주차장에 세웠다는 사실을 어제 벌써 잊었다는거야
그걸 모르고 지하 주차장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아무래도 천년 숲에 세워 두었나 보다 하고
캐리어와 텐트를 들고 천년 숲 주차장에 가니 거기서 차가 밤을 새우고 있더만
내 애마가 자기를 잊어버리고 집으로 들어가는 주인을 보고 얼마나 기가 막혔겠나?
이게 첫 번 째 사건이여
그런데 두 번 째 사건이 또 한 건 터졌어
텐트를 차에 실었는지
아니면 캐리어만 싣고 텐트는 싣지 않았는지 토옹 기억이 안 나는 거야. ㅠ
돈 몇 푼 아끼려고 공항 가까운 운서역 공영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려고 했지.
운서역에 도착해서 무거운 캐리어 옮기느라고 낑낑 거리면서 전철에 올라탔는데 전철에서 뭔가 허전한 느낌인 거야.
그 때서야 내 손에 텐트가 없다는 걸 알아챘지.
집에서 나올 때는 분명히 캐리어 위에 텐트를 올려서 끌고 나왔거덩.
천년 숲 주차장에 밤 새우고 있는 내 애마를 찾느라고 진이 빠져서
차에 캐리어를 실을 때 텐트까지 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거야.
열흘 동안 텐트 치고 야영생활을 하며 탐사하는데 텐트를 안 가져 왔으니 이런 기막힌 일이 워디 있단 말시?
꼼짝 없이 침낭 속에서 비박을 해야 할 거 같았네.
이 번에 새로 장만했던 텐트가 너무 길어서 캐리어에 못 넣은 게 화근이었어.
재작년에 몽골 탐사 때는 남동생한테 빌린 굼벵이 텐트가 캐리어 안에 들어가서 텐트에 별도로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거덩
무거운 캐리어에만 신경 쓰다가 익숙하지 않은 짐인 텐트는 까맣게 잊어 먹은 거지
결국 몽골에 도착해서 이마트 앞 캠핑 용품점에서 10마넌 주고 다시 텐트를 구입해서 비박은 면하긴 했다네.
세번 째 황당 사건이 또 있어
초저녁에 잠 좀 자야하는데 눈도 못 붙이고 출발했지 않은가?
그러니 문경까지도 오기 전에 국도에서 부터 졸리는 거야
겨우 겨우 고속도로 올려서 문경 휴게소에서 1시 경 조금 넘은 시각에 30분 타이머 눌러놓고 바로 잠에 빠졌는데
화들짝 놀라서 눈을 뜨니 4시 11분인 거야.
거의 세 시간을 잤네. 며칠의 피로가 몰려서 얼마나 곯아떨어졌는지 알람 소리도 못 들은거지.
문제는 6시에 인천공항 2터미널에 모이기로 했는데
차를 주차해야 할 운서역 도착이 6시 25분 이라고 알려주네.
뱅기는 7시 30분 탑승 시작 8시 10분 이륙인데 말이지. 와~! 미치겠더라.
몽골을 못갈 수도 있겠다 싶어서 참으로 절망스러운 상황이라.
누굴 탓할 수도 없는 내 탓이라
그래도 일단 달려보기로 하고 시속 130~160 km 로 마구 내달렸지
다행하게도 새벽이라 차량이 뜸한 게 나를 살렸네.
날아간 덕분에 6시에 운서역 부근에 도착은 했는데 주차장 출입구 찾느라고 헤매고,
짐 내려서 엘리베이터 찾느라고 지체하여 마음은 더 급해졌지 않간?
그러니 텐트는 생각도 나지 않을 수 밖에.
결국 운서역에서 6시 20분에 출발하여 공항여객 터미넬에 도착하니 6시 47분.
일행들이 모두 기다리고 있는데 어찌나 미안하던지.
그래도 출발 시각에 지장은 없어서 부담을 덜었다네
여유를 두고 12시 좀 넘은 시각에 일찍 집을 나선 게 그나마 신의 한 수가 된 셈이었네
에혀~~~!!
이번 몽골 탐사가 어째 출발부터 이렇게나 요란스러운지
앞으로 또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불안 불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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