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13. 울릉도. 내수전
울릉도에 들어와서 기상 악화로 발이 묶였다.
다행하게도 내일 오전에는 풍랑주의보가 해제되어서 후포에서 배가 오후 2시에 늦게 울릉도로 출항을 한단다.
그 배가 울릉도로 들어 와야 후포로 나갈 수가 있으니 그제사 조바심을 내려 놓을 수가 있었다.
포항으로 오가는 크루즈는 커서 별 문제 없이 운항을 한다기에
크루즈를 타고 포항 쪽으로 나갈 수가 있지만 후포 터미널에 차를 두고 와서 그럴 수도 없다
포항으로 가서 후포까지 이동할까도 생각했는데 후포까지 택시비가 10만원이라는 말에 포기를 했다.
하루 정도는 출장 일정 늘어지는 건 덜 미안 하지만 이틀 사흘이 되면 참 난감한 일이었는데
다행하게도 출장 일정이 하루 정도만 지체가 되어서 걱정을 덜었다.
코로나가 해제된 후 울릉도는 배편과 숙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평일에는 한 장 정도는 구할 수 있어서 식물조사 차 들어 왔는데
예정에 없이 하루가 늘어지는 바람에 갑자기 숙소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하루를 묵은 나리분지 민박도 다음 날 예약 손님이 있어서 연장이 안된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자주 이용했던 도동의 민박집에 전화를 하니 거기도 방이 없고 주변에 알아 보고 연락주겠다고만 한다
도동이나 저동은 아예 포기하고 나리분지에서 다른 민박집을 수소문하여 겨우 숙소를 구할 수 있었다..
지금은 시기가 어정쩡 한 때라 이 시기의 울릉도는 섬말나리 외에는 크게 볼 만한 꽃은 없다.
숲 바닥은 양치 식물로 가득하고 풀들이 크게 자라서 그림도 안 나온다.
첫날 도착하면서 도동 주변에서 한 가지를 조사하면서 섬나무딸기 열매를 한참 따 먹었다.
산딸기의 대형 정도로 잎과 전초가 큰데 산딸기와 달리 가시가 전혀 없어서
열매를 따먹기에는 아주 적당한 착한 산딸기이다.
주택 가 담장에 섬쥐똥나무가 은은한 향을 날리고 있다.
쥐똥나무에 비하여 잎이 약간 크고 끝이 뾰족하며, 꽃이 원추꽃차례에 달리는 점이 특징인 울릉도 특산식물이다.
'섬'이란 접두어를 가진 식물은 대부분 울릉도 특산으로 생각하면 된다.
잎끝과 밑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고 앞면에는 털이 없으며 뒷면은 맥 위에 잔털이 있다.
잠깐의 조사 후 저동에서 10,000원짜리 셀프정식으로 점심을 해결,
내수전 입구에 차를 세운다.
붉은 열매가 아래로 주렁주렁 늘어져 있는 말오줌나무,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녀석이다
전망대 쪽으로 올라가다가 길을 버리고 소로로 들어 선다.
바다를 향해 서 있는 섬쥐똥나무, 멀리 섬목 터널이 눈에 들어 온다.
경작을 포기한 듯한 산비탈 밭에는 들묵새만 누렇게 누워 있다.
들묵새는 울릉도 전역에 제 집처럼 자리를 깔고 있었다.
길섶에는 아직 싱싱한 녀석들도 있다.
바위수국이 개화를 시작하는 것 같다.
제주도에서도 흔하게 만나던 숲의 나무와 바위를 기어오르는 덩굴식물이다.
등수국에 비하여 가장자리 헛꽃잎이 1장이고 잎의 거치가 크고 억센 느낌이다
개화가 빠른 등수국은 벌써 꽃잎이 다 말라 버렸다.
바위수국에 비하여 잎자루가 길고 잎의 톱니가 자잘하다.
헛꽃도 완벽한 꽃오먕을 한다.
어두운 숲 아래 공작고사리가 손바닥을 펼쳤다.
숲이 어두워서 셔터 속도를 내기가 만만하지 않다.
4월 하순에 왔을 때 한창 꽃을 피우던 큰연영초는 까만 열매를 여물리고 있다.
미역고사리다.
울릉도 숲 길에서는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귀화식물 서양개보리뺑이가 이젠 여기 저기 많이 퍼져 있다.
오후 시간이라 벌써 꽃잎을 접은 건지 아니면 흐린 날씨에 아직 펼치지 않은 건지 모르겠다
전망대를 포기하고 내수전으로 길을 선택한다.
초입 산사면에 바위수국이 주렴처럼 덩굴을 늘어 뜨렸다.
여기도 섬나무딸기는 풍성하게 열매를 달았다
섬초롱꽃이 한창 초롱불을 밝혔다,
초롱꽃은 잎과 줄기에 털이 많지만 섬초롱꽃은 전초에 털이 없다.
넓은잎쥐오줌풀은 꽃이 사그러지는 중이다.
쥐오줌풀에 비하여 대형이고 잎이 넓다.
쥐오줌풀은 줄기에 퍼진 털이 있는데 비하여 이 녀석은 전초에 털이 없다.
볕이 잘 드는 산책로변에는 약모밀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두운 숲이 시작된다.
한참을 걸어가는데 섬꼬리풀 겨우 한 포기 찾았다.
숲이 우거지고 여우꼬리사초에게 말려나서 이 녀석도 도태되고 있다
지금 한창 흔하게 보이는 섬말나리다.
말나리처럼 6~8장의 잎이 돌려나는데 오래 묵은 녀석은 2~3층으로 돌려나기를 한다.
군데 군데 이 녀석을 꺾었다가 던져 놓은 줄기가 보인다
아마도 관광객들이 함부로 꺾어가면 혼난다는 말에 던져 놓은 것 같다.
드뎌 꽃이 핀 섬꼬리풀 한 포기를 만났다.
선갈퀴도 열매를 떨어뜨릴 준비를 마친 것 같다.
6~8장의 잎이 돌려나고 무리지어 자란다
울릉도에는 성인봉 숲 아래에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화관 통부가 없는 갈퀴덩굴속 녀석들에 비하여
선갈퀴속 녀석은 화관이 완전하게 갈라지지 않고 화관 통부 부분이 있다.
개갈퀴와 갈퀴아재비도 선갈퀴 처럼 화관 통부가 있다.(근데 선갈퀴속 녀석들이 갈퀴덩굴속으로 속이 합쳐졌다)
더 이상 진행하다가는 오늘 일정을 소화할 수가 없어서 내수전 숲 탐사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