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9.
두 군데 오름 중 어디를 갈까 하다가 한 곳을 선택하였다.
2010년 제주 꽃동무를 따라 처음 가 보았던 장소이다.
이 곳은 세복수초가 일찍 피어나고 개체수도 많아서 꽃쟁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30 여분을 달려서 목적지 주변에 차를 세우고 오름 계곡을 향해서 걷기 시작한다.
정말 오랜만에 세복수초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서 은근한 설레임이 가슴 한 켠을 흔들어 댄다.
잣성이라 부르는 현무암 돌담을 넘고 관목과 나무들이 어우러진 숲에
사람들이 다닌 흔적을 따라 계곡에 도착하니 계곡이 노랗다.
사자 갈기처럼 세열한 잎을 목도리처럼 받치고 노랗게 피어 있는 세복수초.
오랜만이다 그지?
한쪽에는 노루귀가 하얗게 별을 내려 놓았다.
제주에 녀석들을 새끼노루귀라 하던데
새끼노루귀는 남쪽 섬에 주로 분포하며 잎의 길이가 1~2cm, 폭이 2~4cm로 노루귀에 비하여 작고
잎 열편이 난형이거나 난상 원형으로 끝이 둥글거나 둔하다는 특징 외에 노루귀와 별다른 점이 없다.
그래서 이 녀석들이 과연 새끼노루귀인지는 난 자신이 없다.
개구리발톱 잎으로 위장을 한 녀석들
분명 주차한 장소에 몇 대의 차가 있어서 사람들을 만나겠다 생각했지만
계곡에는 바스락 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교교하기만 하다.
뭐 그리 깊은 계곡이 아니니까 걱정 없겠지 하면서 계곡 위쪽으로 더 장소를 옮겨본다.
변산바람꽃은 이미 거의 사그러 져 있는데 그래도 계곡 위쪽에는 꽃잎이 남아 있는 녀석들이 보인다.
변산아씨를 조준하고 있는데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 온다.
고개를 들어 보니 계곡 위쪽에서 두 분이 내려오고 있다.
"혼자 왔어요?"
그렇다고 하니 겁이 안나냐는 물음이 다시 돌아 온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텐데 뭐 어쩐 일 있을라고요.........."
내 대답에 이쁜 꽃 많이 찍으라면서 아래로 멀어진다.
예전에 와 보았던 장소를 지나쳐서 위로 더 올라가니 더 많은 세복수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환상적이다.
벌써 3시 가까운 시각이지만 햇살이 강하여 노란색이 뭉개진다.
조리개를 더 조이고 f 값을 많이 낮추어 꽃술이 살아나게 조정을 해 본다.
카메라에 대하여 제대로 배우지 않아서 내 나름대로 경험에서 익힌 조작법이다, ㅎ
내 실력 가지끈 발휘하여 촬영해 봤지만 요정도 밖에 안된다.
그래도 행복한 시간이다.
다시 바위 위에 나타나는 노루귀
벌깨냉이 잎도 겨울을 넘겼다.
보이는 녀석들은 가득하지만 내 실력으로 더 이상 찍어 봐야 거기가 거기라
눈으로 둘러 보며 계곡을 빠져 나온다
오랜만의 만남으로 가슴이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