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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개고생-갯고들빼기,나도은조롱,동백나무겨우살이

by 여왕벌. 2020. 10. 19.

2020. 10. 17.

 

 

사흘간 남해의 섬을 다녀왔다.

아침 첫배를 타기 위하여 하루 전에 미리 내려가서 연안여객선터미널 근처 숙소에서 숙박을 하였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동안에 두어 군데를 들러서 몇 녀석을 살피는 짬짬이 소득도 있어서

4시간이 걸리는 먼 여정이었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다.

 

이틀의 섬 일정 중 첫날은 보고 싶은 한 녀석을 찾으러 무인도 탐사를 하였는데

결과적으로 고생만 진탕하고 온몸에 상채기만 가득 얻어 왔다.

 

일행 4명에 안내하는 현지인을 포함 5명이 출발을 하였다.

 

무인도라 여객선이 없으니 낚시꾼을 태우는 작은 어선을 대절했는데

목적지 가까운 해안쪽 바위절벽은 접안이 여의치가 않아서

목적 장소와는 반대쪽에 배를 대는 바람에 섬 정상을 넘어서 가는 가장 긴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계곡부나 북사면의 중간지대는 그래도 큰 나무들이 있어서

청가시덩굴이나 멀꿀, 방기덩굴 줄기만 잘 헤치면 진행할만 하였는데

 

정상부에 다가갈 수록 키높이의 작은 나무들이 꽉 차 있어서

길 없는 숲을 뚫고 다녀야 했기에 진행 속도가 나지 않았고

50m를 진행하는데 30분 정도 소요가 되었다.

 

초본류는 매채나물 정도만 간간이 보일 뿐 우거진 숲이라 초본류는 거의 전멸인 것 같다.

구절초, 갯쑥부쟁이, 갯부추 정도가 섬 가장자리 급경사 비탈을 미끄러질 듯 발붙이고 있긴 했다.

 

길 없는 숲을 어거지로 헤치고 가자니

너무 힘이 들어서 카메라를 꺼내들 여유 조차 없었다.

 

 

옷자락과 베낭이 나뭇가지에 걸리고 팔다리와 머리는 계속 긁히며

나무 밑을 네발로 기기도 하고 몸으로 밀어붙여서 뚫기도 하면서 진행하자니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일행들 모두 완전 기진맥진이었다.

동행한 꽃동무가 담아준 현장의 사투 모습이다.

 

헌데 문제는 대충 짐작이 되는 목적지에 도착한 것 같은데

꽃이 폈다면 꽃색을 보고 찾을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꽉 차 있는 나무들 사이에 어떻게 그 녀석을 찾는다니?

아무리 둘러봐도 비슷한 녀석도 안 보인다. 아니다 제대로 찾을 수도 없었다.

 

 

11시에 시작한 탐사가 목적지에 도착해서 조금 두리번 거리는 사이에 4시가 되어 버렸다.

짧은 해가 넘어가 어두워지기 전에 섬을 빠져나가야 하기에 더 이상 찾기를 포기하고 오던 길을 되짚어 가야만 했다.

목적지에 접근할 때 까지는 기대라도 있었지만 희망이 사라지자 그냥 주저 앉고 싶을 정도로 기운이 빠져 버렸다

 

다시 원점으로 이동해야 할 시간이 빠듯해서 발걸음을 서둘렀지만 역시 만만치가 않다.

 

 

숲에 들어가면 방향을 잡기가 어렵다. 안내하는 분이 계속 폰으로 지도를 확인하며 이동을 했는데

주저 앉고 싶지만 무인도에서 조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행과 떨어지면 안 되니까

모두 입을 꾹 닫고 앞사람만 따른다. 방향을 잘못 잡거나 어두워지면 낭패였다.

 

돌아가는 길은 다리가 천근이다.

나무를 헤치고 나뭇가지를 잡고 다녀야 했기에 마침 가져간 고무입힌 작업용 장갑이 얼마나 유용했던지.....

거의 다 내려 와서 첫 출발 지점을 찾지 못하여 우왕좌왕 하는 사이 30분 정도 더 소요가 되었다.

 

어두움이 내리고 있는 시각 6시 10분에 드뎌 숲을 벗어나 해안에 닿았다. 

우리 일행을 실으러 온 배는 벌써 도착해서 불을 밝히고 있었다.

김밥한 줄과 물 한병으로 허기를 떼우고 7시간을 나무들과 사투를 벌였으니............

 

안내를 맡은 현지 분이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개고생만 했다고

억울해서 밤새도록 기사와 사진을 보며 다시 대충 위치를 찾아 봤다고 하는데 우리가 그 위치를 오버해서 지나갔더란다.

 

어쨌든 내 머리에 털 나고 그런 탐사는 난생 처음이라

봄에 다시 가자고 해도 다시 가고 싶지 않은 무인도 탐사였다.

그래도 하루 정도 휴식을 하고 나니 그런 경험도 값진 것이 아니었나 싶다.

 

얻은 것은 상채기와 고생이지만 나도은조롱 열매는 아주 풍성하게 보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