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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가거도 식물 탐사 1

by 여왕벌. 2020. 5. 25.

2020. 5. 21.

지난 해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여 두번 째 도전한 가거도.

기상이 좋지 않아서 사흘을 뒤로 미루어서 결국 작년과 같은 날에 가거도를 방문하였다.

보고자 했던 푸른가막살이 거의 끝물이더라는 전갈로 적이 실망스러운 출발이었다.

 

또 다른 변화는 목포 mbc에서 가거도의 특별한 식물상에 대한 프로그램을 취재한다고

취재하시는 두 분과 사흘동안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8시 10분 에 출항한 배는 4시간의 항해 끝에 가거도항에 접안을 하였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멀미약을 미리 먹고서 잠이 들었는데

잔잔한 바다 덕분에 배는 순항을 하여서 일렁임을 전혀 느끼지 못하였다.

 

 

배에서 내리니 트럭이 대기하고 있어서 인사를 나누고 짐을 실었다.

방송국에서 움직이는 덕분에 섭외가 수월하여 짧은 이동에도 별 부담 없이 차량을 이용하게 되어 편하게 되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점시식사 후 촬영담당 국장이 나한송을 먼저 보자고 한다.

작년에 이 나한송을 보려고 이대 숲을 몇번이나 헤집고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느라고 땀 범벅이 되었지만

올해는 작년 탐사 덕분에 방향을 제대로 잡아서 곧 바로 나한송을 찾을 수 있었다.

 

나한송은 중국 원산 남부 수종으로 일본에도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조경수로 많이 심는데 가거도 회룡산에 두어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자생이냐, 아니면 누가 심어 놓은 것이 아니냐에 대한 의문은 가지고 있지만 확실한 근거는 없다.

아마도 해류를 따라 중국과 가까운 이곳에 녀석이 정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자생론에 기대를 해 본다.

 

언제 달았던 복주머니인지 모르겠지만 작년에도 보았던 그 복주머니를 여전히 달고 그 자리에 서 있는데

잎이 건강해 보이긴 했지만 위쪽의 잎이 마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나한송은 회룡산에 자라던 작은 녀석을 이곳에 옮겨오서 자란 것으로 섬주민들의 당산목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오래 전에는 일년마다 이 나무에 제를 올리고 풍어와 뱃길의 안전을 기원하였다고 한다.

 

제를 지내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고 하니 수호신의 역할에 대한 짐은 벗었겠지만

주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관리가 안 되니까

주변의 잡목과 이대가 나한송 발치를 야금야금 잠식하여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나처럼 이 녀석을 보자고 들어 오는 관광객을 위해서라도 들어가는 입구라도 잘 정리해 주면 좋으련만

나한송에 대한 인터뷰와 함께 탐사 모습을 촬영했는데 말이 좀 꼬여서 주술 연결이 제대로 되었는지 모르겠다.

연결이 자연스럽게 되도록 편집해 주겠지.

 

30분 정도 대기하고 있던 트럭을 타고 이동하면서 잠깐씩 차를 세워서 몇 가지 나무를 살폈다.

분홍 꽃을 피우고 있는 찔레꽃이 길가에 보인다.

 

'찔레~꽃 붉게 피~~이이는~~♪ 남쪽나라 내 고향~~'

 

무슨 찔레꽃이 붉게 피는 게 있냐고 이 노랫말이 엉터리라고 하는데

더러 이렇게 분홍색 찔레꽃이 보이긴 한다.

 

 

온 섬을 황금색으로 덮고 있는 꽃이 핀 구실잣밤나무

꽃의 모습은 밤나무와 흡사하고 향기도 비슷하다.

자잘한 삼각뿔 모양의 열매는 고소한 잣 맛을 내지만 너무 자잘하여 까는 품에 비하여 실속이 없다.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기 전 푸른가막살의 안부를 먼저 불어 본다.

숲 가장자리에 살짝 숨어 있던 녀석의 꽃송이가 싱싱하여 반갑다.

두 분은 이 녀석과의 조우가 처음이라 더 반가워 한다.

상록이라 잎이 두껍고 광택이 있으며 매우 크고 뒷면에 샘점이 있다. 

 

 

 

 

 

 

 

 

 

 

 

 

 

 

 

 

 

 

 

 

 

 

 

어린 식나무 잎이 엄청 커서 눈길을 끈다

나무의 맹아지나 어린 치수들은 이렇게 잎이 유난히 크게 발현이 되어서 다른 녀석인가 갸웃거리게 만든다

 

숲으로 들어서자 산책로 양쪽으로 겨울딸기 밭이 시작된다.

작년에 이 곳을 처음 보고 군락의 크기에 어찌나 놀랐던지

겨울딸기는 가거도 숲 바닥에는 전체적으로 골고루 분포하고 있었다.

 

잎 뒷면과 잎자루에는 짧은털이 많다

 

 

윤판나물아재비도 꽃이 제법 남아 있다. 작년보다 개화가 다소 늦어진 것 같다

 

전제척으로 작년보다 개화가 조금 늦은 모습에 좀 안심이 된다.

 

등산로로 접어 들기 전에 잠시 푸른가막살나무 안부를 묻긴 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만나지 못한 터라 푸른가막살도 싱싱한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게 된다.

 

이 섬의 장딸기는 유난히 꽃이 크다. 장딸기 역시 아직 꽃이 제법 피고 있다. 

 

큰천남성과 둥근잎천남성이 숲의 가족으로 어우러져 있다

 

역시 이 곳은 곤달비도 많다.

섬 주민들은 이 녀석을 곰취라 부르며 잎을 따서 찬거리로 이용하고 있었다.

머위와 털머위는 보이는데 곰취는 보이지 않았다.

 

가을에 곤달비 꽃이 필 때 푸른가막살 열매도 볼 겸 다시 방문하고 싶은데

가을에는 파도가 높아서 적어도 5일은 머물 생각을 해야 한단다

 

팀원 중 한 분이 상록수를 집중적으로 연구하신다는데 참식나무 어린 잎에 꽃히셔서 그 녀석을 엄청 담으신다.

이 녀석 어린잎은 밝은 황갈색 털을 가지고 있어서 아주 어린잎은 거의 붉은색에 가까운 황금색으로 나타난다.

 

꿀풀과 어린 싹이 산책로 바닥에 자리 잡았다.

잎의 형태로 봐서는 층층이꽃으로 보인다.

 

떡잎윤노리나무 꽃이 싱싱하다. 주걱형의 잎이 짧은 가지에는 모여나기로 달린다.

 

숲 한쪽에 금새우난초 몇 촉이 꽃을 피웠다. 지금이 금새우난초 개화 적기다

난초를 꼭 보려는 건 아니었지만 기대하지 않은 만남은 그래도 반가운 만남이다

 

작년에는 이 녀석을 개엉겅퀴로 동정을 했다. 잎 뒷면에 거미줄 같은 백색털이 없고

잎 열편과 톱니 끝에 긴 가시가 발달해  있다. 

 

왕작살나무 새잎이 여리다

 

향등골나물 어린 싹이다

 

가거도는 후박나무, 참식나무, 붉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가 숲의 수종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붉가시나무 새순이다.

 

 

 

아래 녀석은 잎의 형태가 붉가시나무는 아닌 것 같은데......

 

등산로 중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가거도 북사면 해안이다

 

또 황금빛 참식나무 새순

 

가시복분자딸기라는데 멍석딸기와 너무 비슷하다.

잎이 소형으로 주로 3소엽, 줄기가 땅으로 기면서 자라고결실률이 매우 낮다.

그러면 멍석딸기에 통합된 사슨딸기와 다른 점이 있을까?

 

 

등산로 중간에서 마을로 내려가는 하산길로 접어든다. 

경사가 급하여 줄을 잡으며 무릎에 쏠리는 힘을 분산시켜 본다.

가거애기닥나무가 작은잎과 귀여운 꽃을 달고 있다. 암그루와 수그루가 다르다.

 

암그루

 

돌담 위에 모람과 마삭줄이 서로 엉겨 덩굴을 올리고 있다.

 

마삭줄

 

남오미자 덩굴 새순도 이쁘다

 

주민들이 산자락에 후박나무를 인위적으로 많이 심었다고 한다.

농사를 지을 땅이 부족했던 섬에서는 고기잡이 외에 후박나 겁질이 주요 소득원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래서 산 곳곳에 밀식하여 자라고 있는 후박나무 군락이 보였던 것이었다.

 

껍질을 벗겨서 수입을 얻는데 한창 때는 껍질이 벗겨진 후박나무가 둥치가 곳곳에 많이 쌓였다고 한다.

요즈음은 껍질을 벗기는 수고에 비하여 수입이 별로 되지 않아서 거의 방치되고 있다는데

더러 주문을 받고 껍질을 벗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산을 거의 다 내려 았을 때 마을 뒤 산 초입에 껍질이 벗겨진 후박나무 둥치가 눈길을 끌었다.

 

 

잘려진 둥치 옆에서 어린 맹아지가 발달하여 자라는데 새순이 꽃처럼 붉게 웃고 있었다.

 

7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에 숙소에 도착하였다.

주인의 음식 솜씨가 맛깔나서 밥 한 그릇 다 비우고 무척 피곤하여서 씻지도 않고 쓰러져서 잤다.

 

다음 블러그가 개편된다고 하더니

글 올리는데 버벅거리고 사진 편집 메뉴가 익숙하지 않아서

종일 밤 늦게까지 겨우 한편의 글을 올렸다.

짜증이 가지끈 치밀어 올라서 확~~! 때려치우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