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11. 전남.
몇 년동안을 덩굴옻나무를 보려고 벼르기만 하였다.
꽃동무와 통화 중에 그 녀석을 보러 간다기에 강원도 출사를 접고 부랴부랴 새벽길을 달렸다.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니 아침 7시 30분. 짐을 정리하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 매표소에 갔던 일행이 큰일 났단다.
거문도 주변의 안개로 배가 출항하지 않는다고 한단다. 헐~!!
4시간이 넘는 거리를 득달 같이 달려왔는데 이런 낭패가 있나~!!!
여수의 날씨는 아주 쾌청한데 거문도의 안개 때문에 결항이라.........
풍랑이 아닌 안개라 오후에 안개가 걷히면 오후 배는 뜨겠다 싶어서 주변 몇 군데를 돌아보며 시간을 보냈다.
소식만 듣고 보고 싶어 하던 한 녀석과 조우하는 반가운 일도 생겼다. 전화위복이라고 항상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니까. ㅎ
꽃은 지고 열매는 이제 막 성장 중이었지만 기대하지도 않던 만남이라 더 반가웠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보여준다고 해안 절벽까지 접근하는 바람에 숲을 헤치고 다니느라 배를 타기도 전에 좀 지쳐 버렸다.
아직도 무릎과 발목이 온전하지 않기에 조심조심 사용해야 하는데 무리가 되었다.
출항 한 시간 전 터미널 주변에서 8000원 짜리 백반으로 점심을 하고 2시 30분 드뎌 출발.
우리의 목적지는 거문도가 아니라 가는 도중에 있는 섬이다.
헌데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하자 말자 작은 배를 다시 타야했다.
덩굴옻나무가 많이 자생한다는 무인도에 오르기로 계획이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오전 동안 여기저기 전화를 하던 ㅇ박사님이 무인도를 갈 수 있게 작은 배를 교섭해 두었다. 거금 40만원.
어쨌든 덩굴옻나무를 본다는 기대로 한 껏 들떠 있었는데.....
이누무 배는 선실이 없는 아주 작은 작업 배라 달리면서 부딪쳐들어오는 바닷물을 온몸으로 그대로 다 받아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무인도 까지는 40분 정도 소요된다는데 낭패다~!!!
짐은 급하게 배 바닥에 집어 넣어서 물벼락은 피하였는데 모두 소금물을 뒤집어 쓸 수 밖에 없었다.
나는 플라스틱 맥주 박스에 앉아서 선장님의 유일한 의자 뒤에 매달려서 고개를 푹 숙이고 꼼짝도 하지 않았지만
뱃전 구멍으로 들어오는 바닷물과 뱃머리 위로 튀어 들어오는 바닷물에 생쥐 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거금 40만원을 들어서 달렸는데 접안도 못해 보고 돌아서야 했다.
섬을 벗어나자 말자 파도가 심상치가 않았는데 오후에 바람이 좀 인다고 하더란다. 선장님의 말이다.
파도와 씨름 하면서 40분을 달리다 보니 생각보다 큰 무인도가 보였다.
접안을 하려는데 선착장에 서 있던 사람이 파도가 높아서 접안이 안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
무인도지만 한 채의 집이 보였는데 그 주민이 가끔 들어와서 며칠 묵었다가 나가곤 한단다.
선장은 지금 억지로 내려도 몇 시간 후면 파도가 더 심해져서 접안이 안 되니 무인도에 갇히게 된단다. 이런 젠장.
이 종도 파고라면 접안이 안 될거라 알았을텐데 왜 배를 출항시켰는지.....
작은 배가 높은 파도에 많이 흔들려서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녀석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로 눈을 감고 두려운 상황을 참았는데 섬에 오를 수가 없다니.
점점 더 심하게 일렁거리는 배를 보니 위험을 무릅쓰고 섬에 오를 생각이 싹 없어졌다. 빨리 안전하게 섬으로 돌아가고만 싶었다.
결국 배를 돌려 섬으로 돌아오는데, 돌아오는 방향은 파도가 더 심해서 물동이로 물을 들여 붓는 것 같았다.
바람막이 잠바는 아무 소용이 없었고 속옷까지 다 젖어 버렸다. 피할 곳도 없으니 아무 생각 없이 몸을 맡기는 수 밖에......ㅠㅠ
섬에 도착하자 그제사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선장은 오랫만에 바다에 나오니 기분이 좋다고 하는데 우리는 구명조끼도 없이 왕복 1시간20분을 덜덜 떨어야 했었다.
민박집에 도착하니 주인 아주머니가 몸뻬 바지를 하나 내어 준다.
짐을 줄인다고 갈아 입을 옷가지를 터미널에 주차해 둔 차에 덜어 놓고 왔기 때문에 갈아 입을 바지가 없었다.
소금물에 절은 옷을 수돗물에 급하게 헹구어서 빨랫줄에 널어 놓았다. 짐을 부려 놓고는 가볍게 뒷산을 탐사하기로 하였다.
ㅇ박사님이 이곳에서 뒷산 등산로변에서 봤다는 덩굴옻나무를 찾아서..........
뒷산 등산로는 정비가 잘되어 있었는데 실거리나무가 한창 노랗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원래 날씬한데 몸뻬바지를 입으니 뚱보가 되었다.
한 시간 동안 뒷산을 헤메었는데도 덩굴옻나무 하품하는 소리도 못들었다.
나중 얘긴 즉슨
ㅇ박사님의 오래 전 몇 개의 섬을 한꺼번에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섬에서 봤다고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잘못 입력이 되어 있었다고..........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서 그 때 참여했던 다른 분들한테 연락을 해 보았더니 모두 ㅍ섬이라고 하더란다.
에혀 미쵸부러!!
덩굴옻나무는 나와 인연이 안 되는 모양이다. 으아~~~ㅇ.........
거문도에 들어가서 또 다른 무인도에 오르기로 계획을 세웠다가 강풍주의보가 있다는 일기 예보에 포기하고 이 섬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이튿날 7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마주 건너 보이는 바위산을 탐사하기로 하였다.
멋진 바위봉우리 주변에 덩굴옻나무가 기어오르고 있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로,
섬 반대편 끝까지 급하게 걷는데 내 걸음으로는 따라붙이기가 쉽지 않다.
불편한 발목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강풍주의보가 심상치 않아서 11시 30분 배로 뭍으로 나가려니 발걸믕이 바빠질 수 밖에.
내 느린 발걸음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할 것 같아서
결국 나는 산 아래쪽을 뒤지기로 하고 두 사람은 산에 올랐다.
산 아래 해안 산책로 주변에는 천문동이 많이 보이긴 했지만 덩굴옻나무는 역시 꼬랑지도 보이지 않았다.
1시간 정도 후에 덩굴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는 전화와 함께 산을 내려오고 있다는 전갈이 온다.
에혀~! 잘못된 기억으로 이틀동안 별 고생을 다하고 돌아 왔다.
보려던 걸 봤다면 힘이 들어도 지치지 않았을텐데 허탕을 쳐 버리니 몸이 더 무겁다
덩굴옻나무여.
그래 니 참 잘 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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