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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가거도 탐사 1-나한송, 갯괴불주머니, 방기, 매체나물, 겨울딸기,윤판나물아재비,곤달비,떡윤노리나무,왕작살나무,때죽나무,장딸기,천선과,개엉겅

by 여왕벌. 2019. 5. 24.

2019. 5. 22.


가거도항이 보이자 섬자락 군데군데가 노란 황금색으로 빛이 났다..

처음에는 후박나무 꽃이나 새순인가 했더니 구실잣밤나무가 개화를 하고 새 잎이 돋아나서 온통 누렇게 보였던 것이었다.



여객선 유라창 밖으로 본 섬자락의 모습이다


소개 받은 숙소에 베낭을 맡기고 나한송을 먼저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숙소를 안내해 준 분이 마침 내가 가려는 목적지로 작업할 일이 있다기에 그 분의 트럭을 타고 오늘의 첫 목적지에 쉽게 도착하였다.


아마도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을 여러 번 안내해 주신 것 같았다. 본인은 최근에는 대숲 안까지는 가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 분이 이 곳까지 안내해 주지 않았다면 그 위치도 찾으려고 한참 헤메었을 것 같다.


대나무 숲을 잘 헤쳐보라는 말과 함께 시설 점검을 하러 간 사이 밭을 가로질러 이대 숲으로 들어가려니

얼마나 빽빽하게 이대가 밀집하고 있는지 손으로 이대 가지를 벌려 가면서 한발짝 씩 이동해야만 했다.


이대 숲 안에 있다는 나한송이 어디 쯤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으니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누군가 드나든 것 같은 흔적을 따라 들어가니 아뿔싸 어느 빈 집 뒤안이다.


혹시나 여기서 살피면 그림자라도 보이는가 싶어서 남의 집 평상에 올라서서 아무리 두리번 거려도 나한송은 눈에 띄지 않았다.

다시 이대 숲을 헤치고 나와서 숨을 고른 후, 약간의 방향을 틀어서 또 도전을 하였지만 두 번 째도 허사.

역시 그 집으로 들어가서 다정큼나무만 쳐다 보고 나왔다.



세 번을 허탕 치고 포기할까도 싶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기엔 너무 먼거리를 달려 왔다는 생각에

다시 이대를 헤치고 도전한 끝에 드디어 이 빨간 복주머니를 달고 있는 이 녀석을 마주할 수 있었다.




무진 애를 쓰고 마주한 이 녀석은 잔 가지가 많이 죽어 있었는데 주변의 이대와 다른 나무들 때문에 점점 기력이 쇠하여 가는 것 같았다.





헌데 나를 태워 준 그분의 말에 의하면 이 녀석은 스스로 이 자리에 터를 잡은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여러 그루가 있었는데 어릴 적에 이 곳에 한 그루를 옮겨 심어 놓은 것이라고 하였다.


그 녀석이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옮겨 심어 둔 것이라는 말에 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물론 나한송이 가거도에 자생하기는 하지만 옮겨심어 놓은 녀석을 보자고 이대 숲을 낑낑거리고 헤치고 다닐 가치가 있었겠나 싶었던 것이다


녀석의 발치에 있는 괴불주머니가 있길래 당연히 염주괴불주머니겠지 하다가 열매를 보고 깜짝 놀랐다.

갯괴불주머니였기 때문이었다.


갯괴불주머니는 울릉도와 동해안의 한 곳에서만 봤던 녀석으로 제주도에도 한 군데에서 볼 수 있다는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가거도에서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때문에 더 반가웠다.



염주괴불주머니의 열매에 비하여 너비가 더 넒고 울퉁불퉁하며 종자가 2배열 하는 특징이 있다.


2열로 배열하는 종자



주변에 자라난 이대 몇 줄기를 잘라서 정리를 해 주었다. 녀석이 좀 잘 자랐으면 싶어서.

보리밥나뭇가지를 기어 오르는 방기도 보인다.




주변을 정리해 주고 몇 컷 더 담고 있는데,


"찾았나요?"

대숲 밖에서 고함소리가 들린다.


찾았다고 응답을 하면서 숲을 헤치고 나오니 시설 점검을 마친 그 분이 1구로 돌아가니 차에 타라고 한다.

처음 계획은 임도로 걸어서 돌아가면서 좌우 숲을 살피려고 했지만 임도는 일반 도로와 같아서 탐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소로 돌담길에 매체나물이 이른 꽃을 피웠다.




1구로 돌아 오던 트럭은 삼거리를 지나자 방향을 틀어서 산 위쪽 길로 한참 오르더니 나를 떨구어 준다.

1구 마을 뒤 등산로가 있으니 해뜰목까지 돌아서 내려오라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서너발자욱 들어서는데 카메라가 없다. 헐~!!!

차에 타면서 무의식적으로 목에 걸었던 카메라를 벗어서 옆에 내려 놓고는 그냥 내렸던 것이다.


황급히 그 분을 소개해준 꽃동무한테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여 트럭이 다시 되돌아오는 헤프닝을 벌였다.

태워주는 것도 고마운데 이런 멍청한 일로 번거롭게 하여서 어찌나 죄송하던지....


숲길을 참 건강하였다. 몇 발자욱 떼는데 바닥에 겨울딸기가 가득하여 깜짝 놀랐다.

제주도에서야 흔하게 보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처음 만나는 겨울딸기였기 때문이다.

하기사 진도의 숲에도 겨울딸기가 자란다는 사진을 보긴 했다만.



윤판나물아재비도 겨울딸기와 함께 지천으로 자라고 있다.



애기닥나무로 알고 있는데 이 녀석은 암그루와 수그루가 다른 녀석이다.

닥나무 계열도 다시 정리가 되어서 예전에 알려진 학명이 바뀌어진 모양인데 이 녀석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수꽃이다.



숲은 어두웠고 등산로를 벗어나기가 겁이 났다.

아직 산거머리가 활동하기에는 기온이 낮아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점심 식사를 했던 식당 주인이 안심시켜 주었지만


지난 해 이맘 때 들어왔던 꽃동무 일행들이 산거머리에 물렸고

이른 아침이나 비온 후 습기가 있을 때 산거머리가 나타나서 달라붙었다고 겁을 주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나무 위에서 낙하하는 녀석이 있을까 싶어서 평소에 쓰지 않던 모자도 쓰고 목덜미와 소맷자락도 꼭꼭 여몄다

바짓가랑이도 양말목 속으로 집어 넣어서 산거머리가 몸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완전 차단을 하였다.


남부지역에 흔하게 보이는 장딸기도 별매가 익어가고 있는데 늦둥이가 꽃을 피웠다

3~5장의 잎을 가진 녀석으로 꽃은 크다.




나한송을 찾아서 헤메다가 빈집 뒤안에서 보았던 곤달비가 숲길 좌우에 아주 흔하게 나타난다.


작년에 곰취속 도감 원고를 쓰다가 이 녀석 꽃과 총포의 자료가 필요해서

오직 욘석 하나 보자고 흑산도까지 혼자서 갔다고 온 적이 있는데 여긴 이 녀석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하기사 흑산도보다 더 먼 섬이라 4시간 동안 배를 타고 와야 하니 그나마 흑산도가 제일 가깝긴 하다.






섬천남성이 있을까 싶어서 천남성들을 살펴봤지만 큰천남성과 둥근잎천남성만 보인다

둥근잎천남성이다.





큰천남성


어린 식나무도 나타나고


왕작살나무도 아주 흔하게 나타나는데 아직 꽃봉오리도 안 보인다




산딸나무 역시 꽃봉오리도 없다





푸른가막살나무가 있는가 해서 열심히 살폈는데 비슷한 녀석도 보이지 않는다.

관목이라서 숲이 너무 깊은 곳에서는 살지 못하는 것 같다.


엽질이 두껍고 잎이 넓은 녀석이 나타나길래 열심히 담았더니 때죽나무였다.

잎의 크기가 아이 손바닥만큼 컸고 표면이 번들거렸으며 엽질이 두꺼운게 마치 상록성으로 보였다.








주걱모양의 잎을 가진 떡잎윤노리나무가 늦은 꽃잎을 떨구고 있다.




분명 개족도리풀일텐데 잎에 무늬가 있는 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잎도 무척 크다.

사흘동안 만난 개족도리풀 모두 무늬가 없다.


한국환경생태학회가 2005년~2011년까지 조사한 보고서에 의하면

' 독실산 주변에 수백개체가 분포하는 개족도리풀은 제주도와 남쪽 섬들의 군락과는 달리

잎에 무늬가 전혀 없는 개체들로 이루어져 있어 매우 흥미롭다' 고 하는 내용이 있다.

이 녀석이 바로 그 무늬없는 개족도리풀이다.



익은 열매 하나를 가지고 와서 종자를 살펴보니 30개나 들어 있다.


이 녀석을 내가 가거족도리풀로 명명한다. ^ ^



개엉겅퀴는 엉겅퀴에 비하여 전체적으로 백색털이 적고(특히 잎 뒷면)

열편 톱니의 가시 길이가 2-10mm로 큰 편이고 포편 끝의 가시가 짧다

이 녀석을 엉겅퀴로 봐야할까 개엉겅퀴로 봐야할까 고민에 빠졌다.

포편 끝의 가시는 짧다


줄기의 털도 적다


표면에 번들거림이 강하고 거치 끝의 가시는 빈약하고 이 녀석의 줄기 털은 많은편이다.

그러면 개엉겅퀴로 보기도 애매하다.



곤달비는 숲 전체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장딸기 열매가 참하게 익고 있다.

멍석딸기에 비하여 열매가 자잘하다. 촬영 후 내 입속으로..



어느 집안 조상님의 무덤을 엉겅퀴가 장식을 하고 있다.



천선과나무가 꽃없는 열매 모양의 꽃을 달고 있다.




욘석은 잎이 크다. 


한국생태학회의 (2005-2011년)가거도 식물상에 관한 연구 내용 중에  


'가거도에 관한 식물학적 연구는 기초적인 식물상과 식생에 대한 연구(Chung and Hong, 1954; Lee and Kim, 1987; Kim and Park, 1988; Im and Kim, 1994)와 가거도에만 서식하는 미기록종인 푸른가막살(Viburnum japonicum (Thunb.) Sprengel)를 처음으로 보고한 연구가 있다

최근에는 한지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꾸지나무(B. papyrifera)와 애기닥나무(B. kazinoki)의 자연교잡종인 닥나무(Broussonetia × hanjiana M. Kim)의 자생지가 이곳 가거도에서 발견되었다(Yun and Kim, 2009)'

는 내용으로 봐서


이 녀석을  애기닥나무가 아니라 닥나무나 꾸지나무일 텐데...

꾸지나무보다는 잎이 작고 닥나무보다는 잎이 큰 녀석인데

가거애기닥나무가 암수딴그루라고 한다.





솦 초입에서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섬 동쪽 끝 달뜬목과 해뜰목을 포기하고 중간으로 하산하는 길을 선택하였다.

700m의 하신길은 경사가 심하여서 밧줄을 잡아서 아래로 쏠리는 몸을 지탱하여야 했다.

1구 마을에 다다르니 축대 옆에 누군가가 엉겅퀴를 심어 놓았다.


이 녀석은 잎의 가시가 길었다. 그러면 이 섬의 엉겅퀴는 모구 개엉겅퀴로 봐줘야 겠다


숲길을 혼자 걸으면서 산거머리와 혼자 등산을 한다는 긴장감이 더 피로하게 한 모양이다.

저녁 식사를 하려니 배는 고픈데 밥먹기가 귀찮을 정도로 몸이 천근만근이다.

숙소에서 정신 없이쓰러졌다가 12시가 되어서야 몸을 씻을 수 있었다.


오른 함께 조우하려던 자원관 김박사가 내일로 일정이 조정되어서 내일은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