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치기 농사꾼 준비

2019. 3. 12.

아침부터 미세먼지로 앞산 그늘조차 뿌옇다. 마스크를 장착하고 읍사무소로 향한다.

건강보험관리공단에 제출해야 할 농어업인 건강보험료 지원 확인서와 농협조합원 가입 신청을 위한 서류를 준비해야했기 때문이다.

1991년 엄니의 소원에 따라 논 한 뙈기를 구입해서 경작을 하고 있었더랬다.

8 마지기 짜리 넓은 논 가운데로 새 도로가 나는 바람에 논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을 하고 계시던 엄니가

집안 종손이 팔려고 내어 놓은 논을 사고 싶다고 하셨기에 꽤 비싼 돈을 주고 샀던 적이 있었다.

그 논은 절대 농지라 자경을 해야 했기에 여태 품을 주고 논을 경작해 왔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농업경영체 등록이 되어 있었고 400평 정도의 논이어서 건강보험료 지원도 가능한 대상이다.

직장을 다니다가 퇴직을 하면 건강보험료가 지자체로 넘어오면서 보험료 적용이 달라진다.

연금의 30%와, 은행이자 등의 연 수익금, 부동산, 배기량 1600cc 이상 자동차에 까지 건강보험료가 적용이 된다.

300평 이상 자경이나 임대로 경작을 하거나 농촌 지역에 주소를 두고 있으면 농업인으로 인정되어 보험료 지원이 된다.

내 주소야 한 번도 다른 곳으로 옮긴 적이 없고, 400평 정도 논을 경작하고 있으니 50%까지 지원 대상이 되는 것이다.

두 마지기 논이래 봐야 쌀 7~8가마 정도 수확을 하는데 품값에 농약 값을 제하면 크게 수익이 될 것도 없지만

엄니 덕분에 농업인경영체에 등록이 되어 있어서 퇴직을 한 후 지자체로 넘어온 건강보험료 지원으로 덕을 보게 되었다.

  

읍사무소에서 보험료 지원확인서를 받고 농협조합원 가입을 위한 농지원부와 주민등록등본을 떼고 농협에 가서 준조합원 가입을 하였다.

내일은 경작 확인서에 동장의 도장을 받고 안동 시내로 가서 농업인경영체등록확인서를 떼어야 한다.

그러면 조합원 가입을 위한 준비가 끝이 난다.

13일 전국적으로 농협, 임협, 수협 조합장 선거가 끝이 나면 아마도 회원 가입에 대한 심의를 받게 될 것이다.

조합원이 되면 어떤 점이 좋을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로써 얼치기 농사꾼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가 끝이 날 것 같다.

올해는 집 주변 텃밭에 고구마 몇 골이라도 심어 볼라고 했는데

앞집 수경이 아부지가 여기까지 멧돼지가 내려 와서 다 파먹는다고 한다.

오래 전 봄날이면 씨앗을 넣은 콩밭에 몰려드는 비둘기를 쫓으러

엄니가 길다란 대나무 막대기에 비닐을 묶어서 따가운 볕 아래서 흔들곤 했더랬는데,

멧돼지까지 내려 온다니 땅콩이나 고구마 감자 농사는 아예 생각지도 말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