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8.
퇴임을 하면서 서울에서 모임에 이어서 곧 바로 일본 여행을 다녀 오느라 집에 들를 시간이 없었다.
여행을 마치고 어제 저녁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 오니 관사에서 살던 짐들로 온 집안이 창고가 되어 버렸다.
조금씩 조금씩 필요한 살림살이를 가져가다 보니 별 거 아니라 생각했던 게 꽤 되었던 모양이다.
느지막히 일어나서 보이차 한잔으로 빈 뱃속을 달랜다
짐 정리는 천천히 하기로 하고 현관문을 열어제낀다.
바람도 상쾌하고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마당을 한 바퀴 돌아보니 월동하는 어린 새싹들이 생기가 돌고 있다.
서양민들레, 흰노랑민들레, 말냉이, 꽃다지, 망초, 개망초, 냉이, 지칭개, 개똥쑥, 말똥비름, 꽃양귀비.....
논 가까이에 돋아서 제초제 폭탄 세례를 받을 것 같은 꽃양귀비 두어 포기를 마당 안쪽으로 옮겨 주고 운동화 끈을 조여 맨다.
일본 여행 중에 계속 메세지는 오는 것 같은데 내용 확인을 못했더니 등기 우편물이 도착했다는 메세지였다.
주인이 없으니 배달하지 못하고 다시 방문하겠다는 내용이었지만 직접 찾아가겠다고 통화를 하였다.
집에서 1km 정도되는 거리라서 산책 겸 아침 들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기 때문이다.
건천 위로 나 있는 다리를 건너면 아직도 여전히 동네 어르신들의 머리를 깎아 주는 신신이발관이 보인다.
내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가끔 단발머리를 자르러 가곤 했던 아버지의 단골 이발관이다.
오랜만에 찾았더니 난로 연통은 여전한데 지붕에 태양열 집열판이 새롭다.
등이 굽은 이발사는 아직도 건강하겠지? 시간 내어서 한번 들러 봐야겠다.
햇살이 따뜻하고 공기가 싱그럽다.
길 바닥 좌우의 푸른 새싹들을 들여다 보면서 걷는 기분이 너무 좋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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