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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

빨래가 한 가득

by 여왕벌. 2019. 3. 9.

2019. 3. 8.


관사에는 세탁기가 없어서 늘 손빨래를 해야 했다.

부피가 큰 빨래의 물기를 짜려면 무척 힘이 들었는데

집에 있는 세탁기로 더러 아쉬운대로 해결하면서도 짤순이 하나 구입하지 않고 끝까지 버텼다.

어릴 때부터 손빨래에 익숙한 생활이라 그리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니가 돌아 가시고 나서 세탁기 사용법을 몰라서 여동생한테 전화를 하여 사용법을 알아낼 정도였으니

그 때까지도 집안 일은 전혀 모르던 털손에다가 완전 수동식 아날로그였다.


엄니는 학교 생활에만 집중하고 부엌 일은 전혀 모르는 나를 보고 딸이 아니라 아들 같다고 했다.


나를 첫 손주로 얻으신 할아버지께서

"어따 그녀석 고추를 달과 나왔으면 큰일을 낼텐데...."

남자였다면 아주 좋은 시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아쉬워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였을까? 나는 다소 남성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우체국을 다녀온 오후에는 여행 후의 빨래거리와 이삿짐 보따리에서 빨래거리를 꺼내었다.

세탁기를 두 번이나 돌리니 건조대 두 개에 빨래가 가득하다.



미세먼지도 많이 사라졌고 볕이 좋아서 빨래가 마르기에는 딱 좋은 날씨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빨래가 흔들리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화분에 심겨져 있던 녀석들도 따슨 볕에 다투어 싹을 밀어 올리고 있다.



둑방에서 앞집 아저씨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니,

앞집이며 옆집이 비어 있어서 허전했는데 이제 사람이 돌아오니 좋다고 하시면서

한참 동안이나 아들 딸 사는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동생들의 성화에 집 가까운 곳에 작은 거처를 마련하였다.

커피 맛 같은 아파트 보다는 은은한 보이차 같은 시골의 생활이 더 맞는 것 같은데

동생들은 안전상 걱정이 된다며 굳이 아파트 숲으로 나를 들이 밀었다.


새 거처가 집에서 10분이 채 안되는 거리이니 그 곳은 잠만 자고

낮 동안에는 집에서 텃밭도 가꾸고 마당의 풀꽃들과 노닥거릴 생각이다.


 이제는 늦잠을 자도 재촉하는 시간이 없으니 좋다.

 내게도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이 있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지금은 아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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