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제주의 오름을 오르며

by 여왕벌. 2018. 9. 17.

2018. 9. 15. 제주.


새벽에 비가 그친다고 했는데 애월 쪽은 빗방울이 오락 가락하고 안개가 덮여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정도다.

작은 물통이에서 털도깨비바늘과 흰사마귀풀을 들여다 보면서 비가 그치길 기다린다.




털도깨비는 통상화가 많으니 열매도 뚱뚱하다


잎이 넓고 짧으며 톱니가 많다



흰색 사마귀풀이다.





서귀포 쪽을 연락해 보니 해가 짜랑짜랑하단다...

순간의 선택이 하루를 좌우하는구나. 에혀.

우산을 펼치다가 접다가를 반복하고서야 비는 그쳤지만 첫날부터 날씨가 도와 주지 않는다.


일 없이 돌동부도 딜따 보고. 이 녀석은 뭐가 못마땅한지 용골판이 배배 꼬였다.

동부는 용골판이 꼬이지 않았는데 이 녀석은 용골판이 팥꽃초럼 꼬여있는 점이 다르다.







우산을 접어 넣고서 오름 위로 출발이다.

넓은 시멘트 포장길을 버리고 등산로 길을 선택하여 오름을 오르는데 지척이 분간이 안될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다.


그래도 바닥의 작은 풀과 좌우의 풀들을 확인하며 능선에 올라서긴 했는데

처음 오르는 데다가 앞이 안 보이니 어디로 가야 분화구쪽으로 접근이 가능한지 짐작이 안된다.

위쪽으로 오르는 길만 보고 접어드니 뿌연 안개 속에 금강아지가 길을 안내한다.





애기망초 비슷한 녀석이 나타나면 들여다 보곤 했지만 모두 줄기에 털이 있는 망초나 실망초다.




실망초 어린 싹이다.




골등공나물도 안개 덮힌 오름에 길을 안내한다.




오호~! 완벽한 산동쥐똥나무다.

쥐똥나무도 봄에 새잎이 날때 이렇게 긴 타원형이긴 하지만 여름에는 둥근타원형으로 변하는데


이 녀석은 이 여름에도 모든 잎이 길쭉하다 

 쥐똥나무에 비해 잎이 피침형 내지 타원형이며, 잎끝이 아주 뾰족하고 꽃차례가 보다 길므로 구별된다.





섬잔대도 풀숲에서 까꿍한다




흰대극 어린 녀석이다.

멀리서 사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드뎌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움지임이 감지되며 오름 둘레가 서서히 드러난다.



분화구 안은 물이 고여 있었고 습지가 형성이 되었다.



내가 선택한 방향은 완전 거꾸로였다. 모든 사람들이 나와 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었으니까. ㅎㅎ

주차장에는 내가 가장 먼저 차를 정차했는데 올라오면서 이것 저것 살피는 사이에 사람들이 많이 온 모양이다.



알록달록 페러글라이더가 오름 위를 날고 있다. 관광객들 체험장인 모양이다.




오름 능선 둘레에는 털도깨비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주차장 옆에서 이 녀석과 노닥거리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기도 했다.

충분하게 관찰이 되었기에 오름 위에서는 퍽샷으로 군락을 담는다.







바늘엉겅퀴가 마을을 내려다 보고 있다.

풀숲으로 들어 갈 때는 진드기가 달라 붙을까 봐 조심스럽다.




능선 둘레길에 가시비름이 나타나서 깜짝 놀랬다.

이 녀석은 귀화식물인데 잎 겨드랑이에 날카로운 가시를 가지고 있어서 소와 말도 먹지 않는단다.

그러니 거칠 것 없이 퍼져 나갈 수 밖에.....



이 자잘한 씨앗이 떨어지면 또 얼마나 많이 번져나갈꼬




쇠무릎도 무더기로 나타나고.



억새가 벌써 꽃대를 밀어 올리고 가을 축제를 위한 카운트다운을 시작하였다.



 이 벼과 녀석은 모르겄다. 패쑤



혹시나 분화구 아래쪽에 애기망초가 있을까 싶어서 조금 내려가 봤지만 전혀 아니다.


애기망초는 잎이 나주 실처럼 가늘여야 한다. 이 녀석은 망초다




풀 잎에 진드기 새끼들이 오물거리는 걸 보고 기겁을 하고 후퇴.

그 사이에 바짓가랑이에 몇 녀석이 달라 붙었다.

이제는 늘상 겪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털어 낸다



내려 오는 길에 앉은뱅이 낭아초도 들여다 보고




뜻밖의 노랑개자리도 덤으로 찾았다.





자주 만나서 이제는 시큰둥한 여우콩.



시간이 되니 나도공단풀도 꽃잎을 열었다. 꽃차루가 길고 잎자루는 짧은 녀석이다






공단풀이다

이 녀석은 꽃을 제대로 피운 모습을 본적이 없다.

한 번은 꽃잎을 여는 구나 하고 다른 것을 잠깐 살피는 사이에 금방 쪼그라들어서 어이가 없었는데

이 녀석 생태 습성이 그런 것 같다.


나도공단풀과 달리 잎자루가 길고 꽃자루는 짧아서 다닥다닥 붙는다





주차장 옆 빈터에도 나도공단풀과 함께 가시비름이 보인다.




애기망초 탐사는 실패했지만 새로운 오름에 올랐다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