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21.
어제 저녁에 여고 동기생들 모임에서 윷놀이가 있었다.
두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가지는 여고 동기생들은 이제 마악 6학년 낙엽 세대로 들어서게 되어 어린 손주를 앞세우는 아직 젊은 할머니들이다.
순서에 의하여 올 1년 동안은 내가 회장을 맡고 다른 한 친구가 총무를 맡아서 윷놀이 행사 준비를 해야 했다.
여느 동창생 모임이 그러하듯이 자식 이야기에 손주들 이야기에, 사는 이야기로 부산해도 나는 그저 듣고 웃어 주기만 하면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학교 이야기 밖에 없기에.
총무 친구와 함께 미리 식당에 도착하여서 준비를 하는데 윷놀이 상품이 문제였다.
윷놀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왁자하니 웃고 소리 지르고, 환호하고, 낙담하는 재미진 놀이인데도
총무 친구는 일반적인 상품은 재미가 없다면서 옥수수 뻥튀기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어른 베개만한 커다란 뻥튀기 봉다리를 포장해야 했는데 이쁜 포장지로는 감당이 안 되는 크기라....
할 수 없이 꽃샘 추위의 거센 바람에 떼밀리면서 문구점으로 달렸다.
모조지 전지와 스카치테이프를 사 들고 와서 뻥튀기 봉지를 둘둘 말아서 포장 하니 그럴 듯 하게 포장이 되었다.
1대 1로 찍어내기 윷놀이 결과 이긴 친구가 뻥튀기 한 봉지를 챙기게 되었는데,
베게만한 보따리가 궁금 했던 동기들은 포장지 속에서 나온 뻥튀기 덕분에 한 번 더 웃었고 손주들 간식거리를 챙기게 되었다.
물론 똑 같이 별도의 현금이든 봉투가 상품으로 나누어져서 주머니까지 채워주었으니 만족한 윷놀이 모임이 되었다.
내 어릴 적에는 집에서 2km 정도 떨어진 초등학교 까지 걸어 다녔다.
학교는 장터를 지나서 있었는데 5일마다 돌아오는 장날은 일 없이 장터를 배회하는 하교길이 되기도 했다.
장터 한 쪽에는 뻥튀기 할아버지가 흰 연기와 함께 달콤한 냄새를 날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한참 구경하다가 달구어진 뻥튀기 기계가 터질 때 쯤에는 귀를 막고 멀찌기 도망을 가곤했었다.
인심 좋은 할아버지는 한 줌씩 뻥튀기를 주기도 하였는데 그걸 얻어먹고 싶어서 더러 기다리고 서 있기도 하였다.
지금은 기계가 자동으로 돌아가지만 그 때는 자잘하게 자른 장작불 위에 놓인 둥그런 기계를 손으로 돌려야 했었다.
겨울철이면 엄니는 옥수수나 마른 떡국으로 뻥을 튀워서 5남매 간식거리를 준비하셨다.
감미를 넣어서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나는 뻥튀기는 먹거리가 없던 시절 긴 겨울철의 훌륭한 간식 노릇을 하였더랬다.
오늘 아침에 뻥튀기 봉다리를 학교에 들고 갔다.
달콤하고 파삭거리는 옥수수 뻥튀기가 아이들 먹기에 안성맞춤이었기에 울 학교 아이들 아침 간식으로 주라고.
선생님들이 웬 뻥튀기냐고 웃으면서 오늘은 아이들이 특별한 간식을 먹겠다고 하며 비닐 봉지에 나누어 담아갔다.
점심 시간에 1학년 꼬마 녀석이 내 방 앞을 지나다가 빼꼼 문을 연다
"교장선생님 뻥튀기 맛있어요."
귀여운 녀석들. 그래 이쁘게 잘 자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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