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22.
일본을 지나는 태풍 란의 영향으로 행안부와 경남도청으로 부터 강풍경보 발령으로
어선 출항을 금지 하며 해안 낚시객은 안전지대로 대피하라는 안내 문자가 연이어 도착한다
으애애애앵~~!
바람이 애기울음을 울면서 내 애마의 차창을 긁고 지나간다.
태풍이 온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못하고 어제 부산을 거쳐서 거제도까지 와 버렸다.
바람이 몰아쳐서 파도가 거칠게 바위를 두드리고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 바닷물로 몽돌이 가라랑 가라랑 짜증이 끓는 소리를 내고 있다.
숲길 탐사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하룻밤 숙박한 게 아까워서 숲길로 들어섰다.
바람에 거세어서 옷섶을 여미어야 하고 쟈켓의 후드를 뒤집어 써야 했다
포구에 정박한 작은 어선들이 사나운 물결의 출렁임을 타고서 어지럼증을 견디며 구토를 참는다.
길 초입 묵밭에는 주홍서나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남부지역 밭이나 노지에서는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퍼져 있는 귀화식물이다
붉은서나물보다 잎의 결각이 많고 화서가 아래로 늘어진다
숲 속에 숨은 나를 흔들지 못하여 약이 오른 바람은 머귀나무 정수리를 마구마구 흔들어 대었다.
엄청 큰 대형 머귀나무도 거센 바람의 횡포를 이기지 못하고 휘청거린다
봄날 상록수 탐사를 하던 중 이녀석 겨울눈을 담은 적이 있었는데
가막살나무인지 덜꿩나무인지 애매했던 녀석이었는데 꽃동무 의견에 따라 덜꿩나무로 정리했던 게 맞았다.
붉은 덜꿩나무 열매를 확인할 수 있어 다행이다
2015년 한국식물분류학회지에 안면도와 거제도에 분포한다는 단풍딸기와 긴잎단풍딸기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이 숲 둘레길에도 두종으로 추정이 되는 산딸기속이 나타나는데
논문에 의하면 덜 갈라진 아래 녀석이 긴잎단풍딸기일 테고
아래 녀석들은 단풍딸기로 분류되는 잎의 형태들인데....정열편이 유난히 길면서도 열편이 깊다
그런데 잎 형태의 변이는 연속상에 있는 게 아닐까 의구심이 든다.
이 녀석은 5갈래로 깊게 갈라져서 거의 장상을 이루고 겹거치도 확실하게 잘 드러난다
센달나무이다. 이 녀석 열매를 볼까 기대를 했는데 아래쪽 가지에는 열매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수고가 20m 가까이 되어 보이는데 위쪽 가지에는 열매가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이곳에는 육박나무가 많다.
장령목은 수피에 얼룩무늬처럼 벗겨져서 확인이 쉽지만 어린 유목은 수피가 일반 상록수처럼 얼룩이 안 나타난다.
비진도콩잎이 보이지만 숲 그늘이 깊은 곳이라 줄기를 올리지 못하였다
갑자기 숲이 트이면서 햇살이 비치는 곳이 나타난다
무덤가에 호장근 싹이 보이길래 설마 했는데
미처 잘려나가지 않은 온전한 녀석이 열매까지 달고 있다.
호장근이 맞다. 비슷한 감정대는 엽저가 둥근데 비하여 호장근은 엽저가 잘린 듯한 모양의 절저이다.
거제도에도 제주도에서만 보던 호장근이 자생을 한다니..
개모시풀 줄기에 비진도콩이 엉겨 있다.
열매라도 볼 수 있을까 해서 뒤적거려 봤지만 열매 꼬투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몇 걸음 더 옮기는데 와우~! 알꽈리다.
이 녀석 역시 제주도에서만 봐 왔던 터라 거제도에서의 만남이 신기하다.
딱 한포기인데 오래묵은 듯 포기가 아주 실하고 열매도 풍성하다. 널리 널리 많이 퍼뜨려라.
볕이 잘 들어서 그런가 이웃 나무에 의지하고 있는 남오미자 열매가 곱게 색을 내기 시작하고 있다.
검노린재나무도 숲의 한 식구로 자리를 잡았다.
노린재나무와 달리 열매가 검은색을 띠고 엽질이 두텁다.
다시 숲이 깊어져서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오던 길로 방향을 돌린다.
해안으로 내려가 볼 요량이다.
흔하게 보던 양치식물이다. 이름은 나중에 찾아 보려한다.
팔손이 어린 녀석이 발길에 채일 뻔 한다
선바위고사리던가?
열매를 여물리고 있는 처진물봉선이 멀리서 온 탐사객을 위하여 몇송이 꽃을 달고 맞아 준다
지난 봄에 이 녀석을 보고 옻나무속이긴 한데 정체를 확인하기 어려웠더니 산검양옻나무였다.
줄기와 잎 뒷면, 동아에 누른털이 밀생한다
참으아리가 몇 알의 열매를 달고 긴 암술대로 폼을 내고 있다
동아가 나출하고 깃꼴의 잎을 가진 녀석인데.....당최 생각이 안 난다.
굴피나무도 아니고....
에혀~! 결국 꽃동무에게 sos를 보내서 소태나무란 녀석으로 찾았다.
열매도 달고 있지 않고 오랜만에 들여다 보니 그 녀석을 염두에 두지 못하였다.
해안 자갈밭에서 순비기나무가 낮은 포복으로 살금살금 제 지분을 넓히고 있다.
이 녀석은 꽃을 오래도록 피고 있다 그래서 우리 꽃쟁이들은 즐겁다
순비기나무 열매는 향이 좋아서 말린 열매를 주머니에 넣어서 방향제로 팔기도 한다
이제 다시 숲으로 들어서야 한다
바람이 소용돌이를 만들며 바닷물을 휘감아 올리려고 용을 쓴다
제대로 감아 올려 물기둥을 만들면 멋진 용오름이 될텐데 힘이 모자란 녀석은 금방 포기를 해 버렸다.
둘레길 테크 머리 위에 생달나무가 강풍에 너덜거리는 잎을 부여잡고 열매를 달았다
가지 틈새로 흘러드는 햇살에 팥배나무 잎새도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숲 아래 덜꿩나무가 흔하게 나타난다
숲을 뒤흔들던 바람은 내 옷가지 흔들기를 포기하고 굴참나무의 머릿채만 잡아 흔든다.
사이 사이 틈새로 들어온 바람이 작은 관목을 흔들어서 카메라를 들이대기 쉽지가 않다
작은 열매를 달고 있는 천선과나무는 내년 봄 쯤 열매를 익힐 것이다.
숲 사이로 해안 건물이 보이고 유자나무 과수원을 보니 이제 숲을 벗어나는 모양이다
점심 때가 지났다.
커피라도 한 잔 하려고 했더니 커피 판매 트럭은 날씨 탓에 문을 열지 않았다.
한 바퀴 돌고 와보니 애기울음을 울던 바람이 내 차를 소금물로 하얗게 염장을 하며 화풀이를 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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