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3. 우슬린.
1차 탐사지에서 유령난은 봉오리 하나 올린 것을 제외하고는 결국 허탕을 친 것이 되었는데
유령난을 찾는다고 다듯 숲을 뒤지느라 시간이 걸린 덕분에 나는 이것 저것 살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다행이었다.
2차 탐사지에서 유령난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서둘러 출발을 했는데
남파 산문 안으로 들어 가려던 버스가 군인들에 의하여 제지를 당한다.
당국에서 남파 쪽을 공개한다고 여행사들을 불러 놓고 홍보까지 했다는데
한 달도 안되어서 닫혀 버린 정보를 가이드가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할 수 없이 차를 돌려서 돌아 나올 수 밖에 없었는데 우선 삼잎방망이를 담는다고 잠시 차를 세웠다.
여러 갈래로 갈라진 잎의 모습이 삼 잎을 닮았다고 금방망이와 달리 분류해 놓은 녀석이다
삼잎방망이 옆에 금방망이도 함께 어울려서 자라고 있었다.
몇 장 담고는 나는 또 쑥속을 붙잡고 니가 누구냐고 호구 조사를 하고 있다.
이 녀석은 아무래도 비로봉쑥인 것 같고
아래 녀석은 잎이 좀 특이한데 큰외잎쑥이 아닐까 했지만 잎의 너비가 너무 넓어서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더 살피고 싶지만 출발이란다. 점심 먹을 적당한 장소를 찾는다는데.....
그 점심 먹을 장소를 찾아서 가다가다 보니.....장백현까지 가 버렸다.
장백현 건너 편은 북한의 혜산시로 폭이 좁은 두만강이 흐르고 있었다.
두만강에는 웃통을 벗어제끼고 목욕을 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이야기소리가 강을 건너 들릴 정도로 거리가 엄청 가까웠다.
장백현 쪽에서는 강을 따라 둘레길처럼 테크를 설치해 놓았는데 군데 군데 정자 모양의 쉼터가 있었다.
일핼 중 한분이 찍은 장백현 두만강변의 쉼터이다. 멀리 보이는 산과 도로가 북한 혜산 쪽이다.
사실 북한 쪽의 사진을 담아 있다가는 군인들의 검열에 걸려서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모두들 카메라를 들이댈 생각을 못하였는데 혹시 차를 세우게 되면 얼른 지워 버리겠다며 담았다고 한다.
(아래 사진은 모두 일행이 담아 준 것이다)
북한 이탈 주민들이 중국으로 몰래 넘어 오는 일이 많은데다가
사드 배치 때문에 중국 당국에서 한국을 경계하다 보니 다 보니 한국 관광객들에 대한 검열에 무척 깐깐하였다.
삭제할 때 삭제하더라도 왔다 간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 한장 담아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실제로 첫째 날 도문에서 돌아오는 길에 버스 앞쪽에 탑승한 사람들의 휴대폰과 내 휴대폰도 검열을 받기도 하였으니
가이드 말이 헛말이 아니라는 건 다들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북한의 땅을 담고 싶은 마음에 두어 장 담은 걸 다 같이 공유하게 되었다.
혜산시는 북한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라고 하는데 큰 건물들이 꽤 보였다.
장백현을 출발하여 다시 우슬린을 거쳐서 숙소로 돌아 와야했는데
문제는 하루 종일 보려던 유령난을 보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종일 차만 타고 이동하고 있었으니.....
차창 밖을 가리키면서 개병풍이 엄청 많다는 설명만 있었지 어디라도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웠으면 좋으련만
차를 세울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결국은 그냥 숙소로 바로 가느냐는 질문을 할 수 밖에
그 질문 덕에 잠시 도로변에 차를 세웠다.
너덜지대가 있는 도로변 산자락이라 뭔가 있지 않을까 해서 다들 이리 저리 흩어지는데
뒤늦게 꽃을 피운 보라색 구슬골무꽃이 나타나자 모두 우루루.....
이름을 알 수 없는 취나물속 녀석이 붉게 꽃을 피우고 있다.
잎은 북분취나 빗살서덜취 비슷한데...
큰피막이 잎을 닮은 어린 신초가 궁금하지만 범의귀과 정도로 짐작할 뿐이다
십자화과는 분명한데....장대속일까?
이동하는 내내 도로변 숲 아래쪽을 우점하고 있던 개병풍이다.
꽃은 보이지 않는다
산톱풀도 심심찮게 보이고
이쁜 꼭두서니과 녀석 하나가 반긴다. 아직 이름을 찾아 보지 못하였다.
늘 조경수로만 봐오던 흰말채나무를 야생에서 만나니 신기하다
참 눈에 많이 익은 산형과 잎인데....북부지역에 자생하는 가는바디로 보인다
여기서도 민망초가 드문드문 나타난다
털향유도
멍덕딸기도
만삼도 한 번씩 쳐다 봐주고
지렁쿠나무도 잎 뒷면의 털을 확인해 본다
다들 처음 유령난을 찾아 헤메던 숲으로 다시 가자는 의견이다.
일행들 중에 봉오리라도 본 사람이 서너명 밖에 되지 않았으니....아쉬운 대로 그거라도 보자는 것이다
잠시 길거리 탐사를 마치고 출발하여 우슬린 구 도로를 넘는다.
고개마루 200M 쯤 아래서 모두 하차하여 걸으면서 탐사를 한다
강원도 숲에서도 한창 피고 있을 자주꽃방망이가 한창이다
뒤늦게 핀 터리풀이 있길래 반갑게 마주하는데 잎의 결각이 깊다.
북부지역에서 분포하는 단풍터리풀이 있는데.....
잎의 결각이 매우 깊은 이 녀석이 단풍터리풀이 맞을까?
좀 애매하긴 하다
삼잎방망이는 여기서도 많이 보인다
사실 버스가 고개 위쪽으로 올라 오면서 부터 나타나는 이 녀석 때문에 나는 조바심이 나 있었다.
무리지어 서 있는 외잎쑥이 차창 뒤로 뒤로 지나가는 모습에 차를 세워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이거 보자고 세워달라 할 수는 노릇이었다. 이건 꽃이 아니라 잡풀쪼가리 때문이다.
다행하게도 고개 정상 못미쳐서 차를 세워주니 고맙긴 했지만
이미 외잎쑥 군락이 다 지나버려서 실망스러워하고 있는데 얼마 안 가서 다시 녀석들이 나타나니 얼마나 반갑던지
국네에는 자생하지 않는 쑥속이기 때문에 이번 탐사에서 꼭 보고자 했던 녀석이라 더 반가웠던 게다.
꽃이 피지 않으면 이 녀석을 누가 쑥속으로 보겠는가?
참나래박쥐나물도 군락으로 나타난다
정상부에는 분홍바늘꽃이 무리지어 나타난다.
한 곳에 호광대나물이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다.
기대하지 않던 녀석을 만나서 어찌나 반갑던지...
광대나물에 비하여 잎 끝이 꼬리처럼 길고 엽저가 둥글며 잎표면에 털이 산생한다
오전에 들렀던 그 숲에 다시 도착하엿다.
모두 유령난 봉오리를 보러 숲으로 올랐지만 이미 오전에 거의 찾을 거 다 찾아본 나는 길 아래 계곡을 뒤졌다,
개병풍이 멋지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혹시나 눈괴불주머니일까 싶어서 들여다 봤지만 역시나 가는괴불주머니다,
셋째 날은 이렇게 별 특징 없는 탐사가 되었지만
나는 오히려 다양한 종을 볼 수 있어서 더 의미 있는 날이 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왔다 갔다 이동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버스에서 바라만 봐야했던 그 시간이 아까웠을 뿐
개울 가운데 외잎쑥 한 무더기가 멋진 그림을 만들어 되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