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는 시골 집 마당은 에지간한 잡초들의 천국이다.
여기 저기서 탐사 다니면서 종자를 받아 와서 마구 뿌려 놓거나
뿌리가 덜렁거리는 녀석이 애처로워서 품고 온 덕분이다.
"어라 이기 뭐이가?"
한식을 맞아서 동생들이 온다기에 이번 주는 출사 나가지 않고 기다리면서
마당에 난 개망초며 망초 싹을 뽑는데 보라색 꽃이 슬핏 스친다.
제대로 자라지 못한 뿔냉이가 마당 여기 저기에서 키도 제대로 자라지 못 한 채로 급하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종자를 뿌린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곰곰히 생각해 보고서야 이유를 알았다.
지난 여름에 꽃동무와 종자 채집을 하고서 나도 두어 포기 열매를 채취해 가지고 왔다는 걸 잊었던 거다.
아마도 종자 사진을 찍고서 그냥 이 곳 저 곳에 흩어 버렸던 모양인데 그 녀석이 싹을 틔웠던 것이다.
내가 종자를 뿌리다가 뒷감당이 안 되는 저지래가 되어 버린 적이 있는데
낙동강변에서 솔장다리를 들여왔다가 완전 도배를 하는 통에 그눔 제거하느라고 아직도 진땀을 빼고 있고
제주도에서 모래냉이 씨앗도 슬금슬금 퍼지고 있고
가까운 곳에서 쑥부지깽이 류 녀석을 들여 왔다가 여기 저기 제 멋대로 퍼져가고 있다.
흰꽃광대나물도 마당 서편을 아예 접수해 버리고 있다.
아마도 올해 이 뿔냉이 녀석들이 씨앗을 떨어뜨리고 나면 내년 봄은 온통 뿔냉이 밭이 될 거 같다.
그렇게 매번 혼쭐이 나면서도 모아 놓은 씨앗들을 어디에 뿌려줄까 궁리를 하고 있으니
이 중병을 어찌 고칠라는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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