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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

선생님이 꽃을 밟았잖아요.

by 여왕벌. 2016. 4. 21.

 2016. 4. 20.


꽃밭이 흐드러지기만 기다렸다.

작년에는 너무 늦어서 줄딸기 열매만 따 먹고 왔기에 올해는 적당한 시기를 알아 보느라고 몇 차례 답사를 하면서 말이다


아이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풀 한포기라도 소중하다는 점을 알려주기 위하여 청량산 숲 탐사 행사를 진행하였다.

저녁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에 흐려서 숲을 걷기에 좀 추운 듯하긴 했지만 상쾌한 날씨다.


"숲은 고마워 해야 할 우리 친구야. 우리에게 많은 것은 주고 있거든

지금 마악 새싹이 돋고 예쁜 꽃들이 피어 있을 거야. 다니는 길을 따라 조심 조심 걸어야 한다.

꽃들도 아픈 걸 알고 스트레스도 받는단다. 그러니 너무 괴롭히면 아프다고 할 거야"


출발하기 전에 주의점을 미리 알려 주었다.


숲으로 들어서자 말자 한 줄로 줄을 서서 따라오는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거린다.

산책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가 친구가 무심코 싹이라도 밟을라 치면 '조심해' 하며 저들끼리 주의를 준다.


몇 걸음 지나자 피나물 군락지가 나타난다.


"와아~!! 꽃이다!"


아이들이 탄성을 지른다.




피나물이 흐드러지게 꽃을 피울 때를 기다려서 오늘을 선택한 것이었다.


사실 오늘 오후 시간에 몇 학교 선생님들이 이웃 학교에 모여서 교직원 배구대회 연습 게임을 하는데

교직원들과 함께 모두들 참석해야 했지만

이 시기를 놓칠 수가 없었기에 선수를 제외한 여선생님들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숲을 찾은 것이다




출발하기 전에 미리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었었다.

공부를 위해서 꽃을 따거나 잎을 꺾을 수는 있지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많이 꺾어도 안 되고 필요한 만큼만 채취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줄을 세우고 피나물 잎을 하나 따서 잎자루에 베어 나오는 붉은 액체를 확인시켜 주었다.

잎을 따면서도 '미안해~!' 하는 말로 아이들에게 알려 주었다.


"이 식물 이름이 뭘까? "


아이들은 생각나는대로 아무렇게나 대답을 한다.


"여기 붉은 물이 보이지? 이렇게 상처가 생기면 피처럼 붉은 액체가 나온다고 해서 피나물이란다. "


아이들은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선생님 한 분이 가까이 보려고 풀섶으로 발을 들이미는데


"선생님이 꽃을 밟았잖아요.~!!"

"아니야, 꽃이 없는 곳을 보고 밟은 거야."

 

아이들과 선생님이 티격태격 말다툼을 한다. 그런 모습조차도 참 대견스럽고 흐뭇하다




"요 분홍꽃을 피우는 녀석은 고깔제비꽃이란다

잎이 돋아 나는 모습이 고깔 모양을 해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대"


"우와~! 정말 고깔 모양이다. 오늘 생일 잔치에 미경이가 쓴 고깔모자 같다"


아이들은 잎을 들여다 보느라고 쪼그리며 자세를 낮춘다




"제비꽃이 여러 개 있네요'"

욘석은 남산제비꽃이라고 하니 자주색 제비꽃만 봐오던 녀석들이 신기해 한다.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이 나누어 준 T 패드를 들고 동영상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다.





포엽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누른괭이눈 군락이 나타났다.

새로운 녀석들이 나타날 때마다 아이들은 이게 뭐냐고 묻는다


" 노란 게 꽃은 아니고 자기를 돋보이게 하려고 잎을 노랗게 물들인 거야

받치고 있는 잎 가운데 작은 꽃이 모여 있지?

꽃이 피려고 할 때 고양이 눈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고양이눈=>괭이눈이라고 한단다.

괭이눈 친구도 종류가 많은데 이 녀석은 누른괭이눈이라는 녀석이야." 




아이들도 선생님도 모두 처음 만나는 신기한 식물을 들여다 보느라고 발걸음이 더디다.




"까아~!! 조것 봐라!!"

"아유~! 귀여워!"

하트 모양의 잎을 들추어 다글다글거리는 족도리풀 꽃을 보여주니 비명을 지른다.




"이건 잎이 다른데요?"

"사실 자주족도리풀인데 아이들한ㄷ테 그냥 족도리풀이라 애기한 거에요."


잎이 자라면 자주색이 사라져서 녹색으로 변한다는 설명과 함께 선생님의 질문에 답을 해 준다




아이들은 한 포기라도 밟을까 봐 조심하면서 이름을 적고 사진을 촬영하느라 분주하다.

교실에서 입으로만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교육하는 것 보다

이렇게 체험하는 자체가 가장 좋은 교육인 것을.


아이들은 앞에 펼쳐지는 꽃들이 나타날 때마다 탄성을 지르고

함께 인솔한 선생님들도 신기하여 아이들처럼 사진을 담느라고 정신이 없다.


수요일 오후 시간은 좀 쉴 수 있기를 기대하는데 교장이 또 일을 벌인다는 듯 귀찮은 표정을 하던 선생님들도

점현호색 파란 꽃을 들여다보면서 무슨 꽃이 이렇게 생긴 게 있냐면서 아이들보다 더 신기해 한다.




우산 모양을 닮은 삿갓나물도


하얗게 솜털처럼 꽃을 피울거라는 풀솜대도


벌써 씨앗을 쏠 준비를 하고 있는 너도바람꽃도 아이들에게는 모두가 궁금한 대상이었다.



퇴계 선생이 사색하며 걷던 예던 숲길 2km 걷기는 많은 식물도 관찰하고

고학년 아이들이 동생들을 챙기고 가르쳐 주며 꼬마 퇴계가 되어보는 시간으로서 의미가 남 달랐다

오늘 이 시간을 통해서 내가 전하려던 목적 200%를 얻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아이들 수첩에 적힌 녀석들은 피나물, 고추나무, 삿갓나물, 노루삼, 현호색, 점현호색, 줄딸기, 홀아비꽃대, 풀솜대,

누른괭이눈, 자주족도리풀, 나도개감채, 너도바람꽃 열매, 회리바람꽃, 산괴불주머니.....많기도 하다.




아이들이 이름 모두를 기억하지 않아도 좋다.

눈길을 낮추어 들여다 보면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많은 식물들이 숲의 가족으로 살고 있다는 것,

그 작은 생명도 모두가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숲체험 행사는 성공이다.


올해도 자주 아이들과 함께 숲을 찾아서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은 함께 살아가는 귀한 존재라 함부로 대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체험하게 할 예정이다.


4월, 청량산 산 빛이 참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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