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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

잡초밭을 정리하며

by 여왕벌. 2014. 3. 31.

2014. 3. 29.

 

일요일 모처럼 집에서 보냈다.

지난 겨울에 아랫채를 다 정리하고 시멘트 담장을 허물었더니 사방이 휑하니 틔어져서 아주 속이 시원하다.

 

시멘트 담이 사라지니 내 잡초밭은 햇살을 마음껏 받을 수 있어서 벌써 새싹이 10cm 정도 자랐다.

겨울 내 꽃밭에 어설프게 엉겨 있는 초본류 마른 검불이 영 불편했었는데

주말만 되면 집에 붙어 있지 않으니 그 검불 치울 시간을 가지지 못하였었다.

 

마른 검불과 음나무 잎이 썩으면 거름이 되어줄 거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추운 겨울동안 썩어주기에는 적당한 환경이 아니니 그냥 어설플 뿐이었다.

사실 오후 쯤 가까운 사찰 숲에 가 볼까도 했지만 식전 아침부터 화단 손질을 시작하다 보니 일요일 하루를 다 꽃밭에 허락하게 되었다.

 

2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심어 놓으셨던 목단이 서너무더기만 남았다.

거름기 없는 모래 흙에서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있다.

 

 

 

참나리는 주아가 떨어져서 얼마나 번지는지 감당이 안 되어서 모과나무 주변을 제외하고는 자잘한 싹을 모두 뽑아내었다.

 

 

 

 

어디서 굴러 왔는지 모르는 종지나물은 보이는 족족 뽑아 내지만 아직도 구석 구석에서 눈에 띈다

미국제비꽃으로도 불리는 녀석은 폐쇄화 종자를 마구마구 쏘아대어서 방심했다가는 순식간에 도배해 버린다.

 

정원수로 제법 모양을 내고 있는 화살나무도 이젠 종자를 많이 달아서

자잘한 어린 싹들이 모판의 볍씨처럼 송송 돋아나 있는데

아깝지만 이 녀석들도 더 커지기 전에 제거를 해야 걱정을 덜 수 있다.

어제 종일 내린 비에 둥굴레와 몇 가지 백합과 녀석들이 쑤욱 자라 버렸다.

 

 

 

어느 학교에서 였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씨앗을 받아와서 뿌렸던 금낭화이다.

오래 묵은 포기를 엄니가 다 캐어버리고 자잘한 새끼들이 자라서 매년 갈래머리 소녀 같은 분홍색 꽃을 달아서 어미의 구실을 해준다.

 

 

 

몇 년동안 모아 놓은 종자도 이 참에 처리할 겸 해서 보따리 채로 들고 나왔다.

큰꽃으아리, 배풍등과 여우콩은 화살나무 근처에 뿌렸다.

이 녀석들이 덩굴을 올릴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텐데...철망 투시담이라도 세워야 하나?

 

마당 한 쪽에 모포장을 만들어서, 율무, 구와꼬리풀, 큰구와꼬리풀, 갯개미자리, 모래냉이, 참마, 각시마,

알꽈리, 여우구슬, 꽃양귀비, 개양귀비....를 뿌렸다. 싹이 트는 모습을 들여다 보는 재미 또한 즐거울 것 같다.

 

 

동쪽 마당 가에는 남천 씨도 뿌렸다.

담장 대신으로 나지막한 남천이 안성맞춤이긴 한데 이 녀석이 언제 자라서 담장 구실을 할라나?

 

 

지난해 울릉도에 갔다가 얻어온 울릉산마늘이 실하게 싹을 틔웠다.

 

 

엄니가 이웃에서 얻어와 심은 섬쑥부쟁이다. 부지깽이나물이라 하며 울릉도에서는 고소득 작물로 재배하고 있다.

매년 봄 새순을 뜯어 봄나물로 먹는데 향도 좋고 식감도 부드러워서 입맛을 돋구어 준다

 

 

의지하고 있던 담장을 잃어버린 으름덩굴이 논 바닥에 패대기 쳐져 있다.

덩굴식물은 집 안에 심는 게 아니라고 하던 제부가 뿌리를 캐려고 애를 쓰더니 결국 톱으로 뿌리를 잘랐다.

안 그래도 이 녀석을 어떻게 처리하나 걱정을 했는데 동생들 부부가 집에 온 덕분에 힘을 쓰는 일은 제부와 남동생이 해결을 해준다

 

원추리 어린 싹도 봄나물로 먹는다고는 하는데 딱 한 번 먹어본 맛은?...다시는 먹고싶지 않았다. ㅎ

 

 

앞 산에서 씨를 받아 와서 뿌려두었던 잔대가 아마 6~7년은 족히 되었을 거라.

그 녀석이 씨를 퍼뜨려서 꽃밭이 잔대밭이 되어 버렸다.

큰 녀석 일여덟 뿌리를 캐고 어린 순을 따서 섬쑥부쟁이 새순과 함께 살짝 데쳐서 봄나물로 무쳤다

 

 

 

종일 마당을 왔다 갔다 앉았다 섰다 반복을 했더니 허리가 아프다.

괭이며 갈퀴, 톱, 호미, 모종삽 전정가위....있는대로 다 꺼내어 놓고 부산을 떨었으니 내 딴에는 큰 일을 치른 것이다.

내친 김에 둑방에서 집까지 오는 진입로 바닥 까지 고르는 작업까지 했으니 미루어 둔 숙제를 해결한 듯 마음은 개운하다.

 

이젠 집 둘레에 관목류 유실수나 꽃나무를 심는 일만 남았다.

어떤 나무를 심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