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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

올해는 아무래도 조심을 해야

by 여왕벌. 2014. 3. 18.

2014. 3. 15.

 

깜빡 증세 때문에 공항에서 한바탕 난리 법석을 떨었던 게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 번에는 제대로 사고를 쳤다.

 

2월의 깜빡임은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났지만

이번 제주 행에서는 이 깜빡임 때문에 연락 단절이라는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첫번째 사건은 공항 주차장에서이다.

공항에 도착을 하여 베낭과 카메라를 챙기고서는 전화를 하려는데 폰이 보이지 않는다.

폰을 핸드백에 마구 던져 넣는 경우가 많아서 뒤죽박죽인 핸드백의 내용물을 다 쏟아부어도 나타나지 않는다.

 

"워매~! 뱅기를 타야 할겨 말아야 할겨?"

헐~!!! 전화기가 없으믄 완전 꼼짝 못하는디.....

혹시나 바닥에 떨어져 있나 싶어서 고개를 쳐박고 의자 아래를 샅샅이 뒤져도 없다~!!!

 

핸드폰을 들고 어디를 다녔는지 시간의 기억을 되돌리니 학교 화장실에 들고 갔던 기억이 있다.

학교에 연락을 해보면 알 수가 있을 텐데 ....

 

학교 전화번호는 또 어케 한디여? 114로 물어 봐야 쓰겄는디....

 

예전에는 수첩에 정리되어 있는 걸 찾으면 되었지만 지금은 폰 메모지나 폰 전화번호부에 다 입력이 되어 있으니

머릿속에 전화번호를 저장해 둘 리가 없다. 당연하게 폰이 없을 때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폰과 네비게이션이며 노래방 문화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고 하는 말이 실감이 된다.

 

자동화기기들이 좋은 것만이 아니다. 머리를 굴리지 않아서 편리하기는 한데

그런 생활에 익숙해 져 버리다 보니 뇌활동이 줄어들게 되고 치매도 빠르게 온다고 한다.

폰이 없다고 생각하니 머릿 속이 하얗게 비어 버리는 느낌이 되었다.

 

아무튼 학교로 어떻게 연락을 하나고 고민을 하는데

"그렇지 수첩!!"

마침 핸드백에 관내 학교 전화번호가 정리되어 있는 수첩을 가지고 있다는 깨달았다.

수첩을 들고 공항 대합실에서 공중전화를 찾으니 다행하게도 전화박스가 있긴 있다.

 

드물게 만나는 공중전화박스를 보면서 요즈음 어린아이들까지 스마트 폰을 들고 다녀서

공중전화 박스 설치비나 건질 수나 있을까 하고 의구심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니 길거리에서 공중전화박스를 찾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사람이 붐비는 공항이라 공중전화기를 설치해 놓은 모양이다

 

일단 연락은 할 수 있다는 걸 다행이라 생각하며 학교로 전화를 하여 내 폰을 찾아 놓으라고만 하였다.

분명 학교 안에는 있을 거라는 확신이 서서 잃어버렸을 거라는 걱정은 되지 않았지만

폰 없이 제주도에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에 참으로 막막하게 느껴졌다.

 

참으로 오랜만에 이용한 공중전화는 100원짜리 50원짜리, 10원짜리 동전만 사용하고 500원은 사용이 안되게 되어 있다.

요즈음 거의 사용이 안되는 10원짜리 동전은 가능하고 500원은 사용 불가능하다는 게 참 불합리하다.

아마 오래 전 만들어진 전화기라 다시 구조를 바꾸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제주도 꽃동무에게는 내려가면 연락을 하마 하고 며칠 전 미리 전화를 넣어 두었던 상태라 연락을 해주어야만 했는데

제주꽃동무의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지인에게 연락을 하여 제주꽃동무의 전번을 알려달라고 할 수 밖에.

혹시나 이 모르는 전화를 보이스 피싱 쯤으로 생각하고 받지 않고 씹어버리면 어쩔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전화를 받아 준다

폰도 없이 여행을 하게 되었다니까 어이 없어하면서 제주 꽃동무 전번을 알려 준다.

 

아무튼 100원짜리 동전 몇 개를 탈탈 털어서 손에 들고는 학교로, 지인한테, 제주꽃동무한테로

전화를 하고 나니 10원짜리 한 개가 손에 남는다.

휘유~!!

 

 

헌데 내 깜빡임의 전조로 불길하던 제주행은 첫째 날 한라산 산록도로에서 차를 들이받히는 사고로까지 연결이 되었다.

 

토요일 꽃동무와 합류하여 산록도로를 달리다가 도로공사를 하는 곳을 지나면서 속력을 급하게 낮추었고 서행을 하는 순간

콰앙~~!! 하는 충격과 함께 내 렌트카가 앞으로 튕겨져 나아갔다.

나를 들이 받은 차의 운전자는 제주의 아주머니였는데 아마 안전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였던 것 같다.

나 또한 꽃동무와 이야기를 하느라 뒤쪽에 차가 따라오는 상황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여 방어 운전이 안 되었던 탓도 있었을 게다.

 

뒤쪽 범퍼와 트렁크 덮개까지 찌그러지긴 했지만 두 차량이 그리 속력을 내지 않은 상황이라 몸에 받은 충격은 거의 없는 듯 하였다.

사고를 낸 아주머니가 너무 당황하고 겁에 질린 듯 하여서

내 몸에 이상은 없는 듯 하고 보험회사에서 다 처리를 해 줄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오히려 내가 안심을 시켜야 할 정도였다.

 

렌트카 회사에 연락을 하고 보험회사 차량이 오고 뒷차량이 100% 과실이란 판정이 내리기까지 1시간 가량.

렌트카를 빌리면서 보험에 들지 않아서 혹시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추돌 사고라서 100% 상대 차량의 책임이라니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사고 이후부터 여간 긴장이 되는 게 아니었다.

 

이틀동안 운전을 하면서 몇 번씩이나 아차~! 하는 위험스런 순간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조짐이 좋지 않으니 조심을 하라는 꽃동무의 조언과 함께 내 스스로도 찜찜하여 조심조심 또 조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하게도 몸에 이상은 없고 그 이후 별다른 사고 없이 돌아 오긴 했지만

올해 원행을 할 때 또 이 깜빡증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 날지....심히 걱정이 된다.

 

폰은? 

화장실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내 사무실 책상 위에 얌전하게 놓여 있더란다.

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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