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3. 대구.
에혀~! 이 녀석과 나는 인연이 아직 없나 보다.
기름값과 교통비는 차치하고 거금 9000원을 들여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는데 말이다.
아직은 붉은 열매가 달려 있을 거라 장담을 하고 산에 올랐다.
대팻집나무가 있다는 위치 정보까지 확보했으니 아주 쉽게 만날 거란 기대에 느긋해 있었다.
헌데 곤도라를 승차하는 곳에 도착해서 부터 만만치가 않았다.
"이 줄이 매표 줄이라요?"
"아니요. 여긴 타려고 기다리는 줄인데요"
단풍철 휴일이라 완전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는데 매표줄과 승차줄이 뒤엉겨 있어서 줄꼬리를 잡는데도 우왕좌왕해야 했었다.
줄을 서서 한 시간을 가디려서야 곤도라를 탈 수가 있었는데....
아주 쉽게 만나리라 기대했던 대팻집나무 붉은 열매는 아무리 둘러 봐도 보이지가 않는다.
"이 곳이 아니당가?"
짐작되던 곳이 아닌가 싶어서 또 한 고개를 올라서 봐도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개박달나무만 즐비하다
"허~! 참. 대패야~! 워딨능겨."
"곤도라에서 내려서 얼마 안 가면 바로 등산로에서 볼 수 있는데요"
아무리 봐도 찾을 수가 없어서 꽃동무와 통화를 하니 그렇게 멀리 가는 게 아니란다.
에구 오르막 길 올라오느라고 고생했는데 다시 후퇴다.
열매는 분명 보이지 않았으니까 애벌레처럼 생긴 짧은가지의 특징을 살펴야 겠다 싶어서
설명해 준 장소 주변에서 다시 찬찬히 나뭇가지를 살피는데....
에고야!!! 욘석이구나..~~!!!
밝은 회색 수피에 피목이 점점이 박혔고
짧은 단지는 모여난 잎의 엽흔으로 애별레처럼 쭈글거리는 녀석.
이미 잎은 다 떨어져 버렸고 겨우 아래쪽에 붙어 있는 2장의 잎이 눈에 띈다.
열매는??? 눈을 씻고 쳐다 봐도 안 보인다.
혹시 욘석 암수딴그루인가 싶어서 다시 꽃동무와 통화하여 확인해 달라 하니
암수딴그루가 맞단다.
분명 암그루가 있을 거여.
한 그루가 있지는 않을 터라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한다.
그렇지~! 한 번 눈에 익으니까 대팻집나무가 여기 저기 눈에 띈다.
헌디 모두 알몸을 드러내고 열매는 한알도 달고 있지 않다.
욘석은 잎이 다 떨어져도 열매는 다글다글 달고 있을 터인디....설마 이 곳에는 수그루밖에 없는 건 아닐테지?
노랗게 단풍이 든 잎이 남아 있는 녀석을 발견하여 혹시나 하고 또 눈싸움을 한다
역시 허탕이다.
주변 숲에 설치해 놓은 의자에는 등산객들이 점심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겨우 커피 한잔으로 점심을 떼운 나는 나무만 쳐다 보고 있다.
거금 9000원을 들여서 올라 왔는디... 기어코 찾고 말거여.
노랗게 단풍이 든 박달나무도 개박달나무와 함께 많이 보인다.
오동통한 개박달나무 열매에 비하여 박달나무 열매는 가늘고 길다.
우와~!!! 찾았다~!! 열매다.
한 시간이 넘도록 돌아댕기다가 만난 나무 꼭대기에 열매가 보인다.
숨은 그림 찾기다. ㅎㅎㅎ.....
열매가 보이지 않은가? ㅎㅎ
아마 올해 암꽃의 결실이 나빴거나 이미 다 떨어져 버렸거나 그럴거라 생각하고
떨어진 열매를 확인하려고 바닥을 긁어 봐도...한 알도 안 보인다.
에혀~!
그래도 암그루까지 확인하였으니
내년에 꽃과 열매를 담으러 다시 올라 와야 할 것 같다.
주변 상가 골목에 세워 두었던 차를 찾아서 그 곳을 빠져 나오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이제 다시는 단풍철에는가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