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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2013제주 꽃탐사-4-1 쑥부쟁이/눈여뀌바늘/좁은잎미꾸리낚시/참새외풀/긴두잎갈퀴/흰꽃물고추나물/마디꽃/등에풀/진땅고추풀/구와말/개구리미나리/

by 여왕벌. 2013. 9. 17.

2013. 9. 15. 제주

 

금요일 저녁 비행기를 타려고 출발을 하는데 시내를 벗어날 즈음 사고가 나 버렸다.

2차선으로 천천히 달리며 잠깐 옆 자리를 살피는 사이에

꽈당~~!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큰 충격을 느끼면서 잠시 멍해졌다

 정신을 수습하니 바로 옆에 포터 트럭이 붙어 있다.

 

1차선으로 달리던 포터가 차선을 바꾸려고 내 차선으로 들어 오면서 내 차를 들이받아 버린 거였다.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한 입장이고 차가 움직이는데는 문제가 없었기에 차량 정비는 월요일 하기로 하고  

사고 처리를 하느라고 시간이 지체되긴 했지만 일단은 공항으로 출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비행 시간 여유가 있어서 정상적인 속도로  운전에 더 신경을 쓰면서 이동을 하는데...

대구공항까지의 가는 거리 반 이상을 달렸을까?

 아뿔싸~~!! 이런 제길헐!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걸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오전에 카메라를 들고 학교 안의 몇 장면을 담고서는 서랍에 넣어버린 탓에 미처 카메라를 까맣게 잊어버렸던 것이다.

 

이젠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냥 깜빡거리고 잊어버리는 나이라 서랍에 넣어서는 안되는 거였는데

책상 위에 두었다가 혹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쓸데 없는 노파심이 문제였다.

 

에구~~!! 무슨 일이 이리도 꼬인다냐.

다시 되돌아가서 카메라를 가지고 오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할 수 없이 항공표를 취소하고 혹시 내일로 바꿀 자리가 있냐 하니 마침 아침 비행 편에 자리가 있단다.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일진이 나쁜 날 조심스럽게 차를 되돌릴 수 밖에 없었다.

 

이튿날 토요일 10시 20분 비행기로 제주에 도착하니 11시 30분이 넘었다,

렌트한 차를 찾아서 동쪽 습지로 이동하는데 멀쩡하던 하늘에서 비가 오기 시작한다.

오후에 비가 좀 내릴 거란 일기 예보가 있긴 했지만 이럴 때는 일기예보가 맞지 않아도 욕하지 않을텐데....

 

동쪽으로 더 이동할 수록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차체에 부딪히는 소리가 점점 요란하다.

예전에도 일주일 내도록 멀쩡하게 좋던 날씨가 내만 내려오면 비가 온다고 놀리더더니만......  에혀~!!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투닥투닥 오락가락 하는 빗줄기를 보면서 차 안에서 잠시 기다릴 수 밖에.

다행스럽게도 큰 비는 그치고 잠깐씩 흩뿌리는 비로 변하여 우산을 받치고 습지로 들어섰다.

 

이태만에 다시 들러본 습지에는 비를 맞으면서 말들이 여유있게 풀을 뜯고 있었다.

 

 

초입에 쑥부쟁이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개쑥부쟁이가 아닌 쑥부쟁이다.

쑥부쟁이는 남부 지역이나 제주도 습원에 주로 서식을 하는 녀석이다.

 

 

 

 

 

왕모시풀이 굵은 화서를 달고 있다.

잎이 크고 두터운 모습이 <왕> 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 주고 있다.

 

 

 

물통이에 도착하니 소나기가 또 쏟아진다.

우산을 쓰고 쪼그리고 앉아서 비가 잦아지기를 기다려 본다

 

빗물로 범벅이 된 눈여뀌바늘을 헤쳐 보고 꽃을 찾았더니 벌써 열매가 주렁주렁이다.

이 녀석은 포복하는 줄기 마디에서 뿌리를 내리면서 개체가 번식도 된다.

 

 

 

물통이에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 모습도 재미가 있다.

 

 

 

좁은잎미꾸리낚시가 쌀알같은 꽃을 듬성듬성 달았다.

 

 

 

 

물통이 가장자리에는 작읍 습지식물들이 모여 산다.

참새외풀을 담다가 다른 흰꽃이 보이길래 무언가 싶어 들여다 보니

 

어라?? 긴두잎갈퀴다.

이 습지에서 긴두잎갈퀴를 보긴 첨인데?

전에는 아마 다른 녀석들한테 정신이 팔려서 이 작은 녀석을 미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좁고 긴 잎을 가진 참새외풀이 물통이 안에서 목욕 중이고

 

 

 

바닥에도 참새외풀이 한창 꽃을 피웠다.

 

 

육지의 녀석은 분홍색 꽃을 피우는 물고추나물인데

이 곳의 녀석은 흰색 꽃을 피운대서 흰꽃물고추나물로 새로운 이름을 얻은 녀석이다.

꽃은 진지 이미 오래인 것 같고 열매만 다글다글 잘 여물고 있다

 

 

 

 

마디꽃이 잎겨드랑이에 꽃봉오리를 품고 있다. 아직 개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녀석 겨드랑이가 얼마나 간지러울까?

 

 

 

 

크아~! 등에풀 한 덩어리가 모드락 허게도 피어 있다.

좀 떨어진 옆의 물통이에서 본 적이 있던 터라 그 쪽으로 가보려 했더니 여기서 녀석을 만난다.

 

 

일찍 핀 녀석은 열매가 크게 자랐다.

 

 

 

 

 

이 녀석을 찾으려고 작정하고 바닥을 살피지 않았더라면 그냥 지나칠 뻔 했다.

꽃만 보면 등에풀과 별로 다른 점이 없는 같은 현삼과인데

진 보라색 꽃색 덕분에 외풀 사이에 숨어 있던 진땅고추풀을 용케도 찾았다.

 

습지 바닥에 작은키로 자라는 녀석이라서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제대로 크지 못하였다

 

 

 

 

눈여뀌바늘과 함께 구와말이 습지를 우점하고 있다.

 

 

 

논뚝외풀이다

 

 

 

 

옆의 물통이는 어리연이 가득 덮고 있었지만 소나기에 두드려 맞은 어리연이 빈사상태로 실신해 버렸다.

 

 

두 시간 가까이 물통이에 어정거렸는데도 비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벌써 열매가 익고 있는데 늦둥이 꽃을 피운 개구리미나리가 심심해 보인다.

 

 

 

깊게 갈라진 2회 3출엽의 잎과 동그란 수과 열매가 특징이다

 

 

물통이를 빠져나오는데 노란 금불초가 초록 풀바닥에 유난히 도드라진다

 

 

 

습지를 벗어날 때 까지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 없이 말들은 여전하게 풀을 뜯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