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1.
연수를 마치고 남도로 내려가는 도중 한 곳에 들렀다.
꽃동무와 통화중에 내려가는 길에 여우구슬을 고싶다고 했더니 이 곳을 알려주었다.
지난해 한 번 와 본 곳인데도 강가에 와서도 방향을 거꾸로 읽는 바람에 방향을 이해하느라고 한참 머리를 굴렸다.
강변에 며느리배꼽이 쪼꼬만하게 꽃잎을 벌렸다.
이 녀석을 자세하게 들여다 보지 않으면 맨날 봉오리만 달고 있는 걸로 착각을 하는데
그러다가 꽃도 못보고 열매를 달고 있는 것만 보게 된다.
며느리밑씻개나 며느리배꼽이나 덩굴성 줄기에 고부라진 가시가 있도 화서와 잎 모양이 비슷하여서 많이들 헷갈리는 녀석이다
며느리배꼽은 잎자루가 잎 안쪽에 조금 들어온 자리에 붙어 있어서
잎에 배꼽처럼 쏘옥 들어간 부분이 있다는 걸 기억하면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한쪽에는 푸른자색으로 열매가 익고 있다.
털도깨비바늘도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털도깨비바늘은 잎 열편의 너비가 좀 너브데하여 둔한 느낌을 주는데 도깨비바늘은 열편이 좁고 날씬하다.
털도깨비바늘은 흔하게 만나는데 정작 도깨비바늘은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물 가이니 뚜껑덩굴도 당연히 한자리 하고 있고.
울퉁불퉁한 돌기를 가진 열매 속에는 여주 씨앗처럼 납작한 씨앗이 2개 씩 들어 있는데
열매가 위 아래로 탁 갈라지는 모습이 마치 뚜껑이 열리는 것 같아서 아하~! 하고 한참 웃은 적이 있었다.
세 차례의 태풍으로 강물이 불어나서 수생 식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쪽 섶에 왜개연이 열매를 익히고 있다.
작년에 이 녀석과 어리연을 담으려고 동행한 분의 바지 장화를 빌려 입고 강 속에 들어가기까지 하였었는데.
아래쪽 지역에는 물가 근체에 가면 어김없이 새박덩굴을 만난다.
아직 열매는 하얗게 익지 않았지만 이미 열매가 주렁주렁이고 늦둥이 꽃이 드물게 보인다.
큰백령풀도 역시나 털부숭이 열매를 달고 있고 길게 벋은 줄기 끝 부분에 한 두송이 꽃이 피고 있다.
백령풀과 잎과 꽃, 열매의 모습이 비슷하지만 줄기가 포복성으로 길게 퍼지고 4각의 모서리에는 억센 털이 많이 있다.
전체적으로 모든 것이 백령풀보다 더 크다.
열매 끝에 피침형의 포엽이 마치 도깨비 뿔처럼 남아있다.
여우구슬을 담으러 장소를 옮기니 방동사니 종류와 바랭이만 가득 깔려 있다.
키가 5cm 정도로 작다고 하는 녀석을 찾느라 자세를 낮추고 살피는데 당근 꽃이 눈에 들어 온다.
헌데 이 녀석이 야생의 당근인지 아니면 재배하는 당근이 가출한 것인지, 그도 아니면 갯당근인지...
여우구슬을 찾았다.
제주도에서 만났던 여우구슬은 전초 길이가 그래고 10cm 이상은 되어서 눈에 잘 띄었더랬는데
이 녀석은 메마른 환경 탓인지 5cm 남짓하다.
앉은뱅이처럼 자그마한 녀석들이 얼마나 이쁘던지 한참 노닥거렸다.
강 주변은 이렇게 코스모스를 심어 두었는데 이상하게도 여우구슬이 있는 작은 터는 아무것도 심지 않고 있었다.
너무 늦지 않게 남도 끝 자락에 닿으려면 더 머뭇거려서는 안되겠다.
키큰 녀석 몇 녀석에게 눈길 몇 번 주고 서둘러 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