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초순.
남도의 섬은 의외로 습지를 많이 품고 있다.
그리 높지 않은 얕은 산언덕 곳곳이 부드러운 습지 식물로 맘을 편안하게 해 준다.
습지라서 그런가 이미 열매가 맺혀 있을 개미탑이 한창 자잘한 꽃을 피우고 있었다.
물이 질벅한 곳에는 드물게 이삭귀개도 보인다.
여름 가뭄이 길어서 녀석들도 맘 놓고 꽃을 피우지 못했으리라.
작은 물통이에 들통발이 있다기에 엉긴 풀을 헤치고 들어가 보니 저만치 안쪽에 통발이 피었다.
내 카메라로는 당길수도 없어서 한 손으로 주변의 풀을 잡고 가지끈 몸을 숙여서 접근해서 잡앗더니 그런대로 담겼다.
헌데 부채살처럼 활짝 펼친 아래 순판을 보니 들통발이 아니라 참통발이다
오후 5시 쯤 되자 봉오리로 있던 노랑원추리가 개화를 시작한다
녀석은 우후에서야 꽃을 피우는데 다른 원추리에 바히여 꽃색이 아주 연한 노랑이다
습지 중간으로 흐르는 물도랑에 층층고랭이가 눈길을 잡는다. 첨 보는 녀석이다
제주도 바닷가에서 자란다는 녀석이 제주도와 가까운 남해 섬까지 올라온 모양이다.
메마른 곳에는 절국대도 깔끔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언젠가 절국대 어린 싹을 보고 그 정체를 짐작하지 못하여 한참 헤맨 적이 있었다.
부산에서 한 두포기 산생하는 것은 봤지만 마편초초가 이렇게 무리지어 서식하는 건 첨 봤다.
남해에서는 귀화종인 버들마편초도 딱 한 포기 만난 적이 있다.
갯가 가까운 노지에 개정향풀이 있다고 아직 꽃이 피고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안내를 한다.
여전하게 분홍빛으로 꽃 피우고 있는 개정향풀은 흔하지 않은 골돌 열매 까지 달고서 반겨 주었다
박주가리과의 열매의 골돌 열매로 가늘고 긴 마삭줄 열매와 비슷하다.
갈대와 어우러진 노지에 넓게 자리 잡고 있어서 생육에 그리 걱정은 없겠다.
습지라 그런지 모기 떼가 극성스러워서 아무 생각 없이 다니다가 금방 벌집이 되어 버렸다.
생각지도 않던 처음 보는 염전에 못자리처럼 듬성듬성 자라고 있던 퉁퉁마디다.
염전으로서의 역할은 이미 끝난 것 같은 폐기된 염전이라 염생식물이 자라는 걸 그대로 둔 모양이었는데
물에 비친 반영이 멋졌지만 이미 6시가 넘은 시각이라서 그 멋을 그대로 살려 낼 수가 없었다.
퉁퉁마디와 함께 다른 종류의 염생식물도 있었는데 해홍나물인지 칠면초인지 헷갈렸다.
해홍나물은 잎의 단면이 반달이고 칠면초는 단면이 타원형이라는데 이 녀석의 잎의 단면은 반달이었다.
전초의 위쪽 줄기가 아래로 수그러지는 녀석이 해홍나물이고 칠면초는 꼿꼿하게 서 있다.
또 다른 녀석으로 잎이 가는 솔잎같은 나문재 라는 녀석이 있는데 갯솔나물로도 불린다.
남쪽의 꽃여행은 먼길 움직이기에는 선뜻 맘내기 어렵지만
이렇게 중부 내륙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녀석들을 접할 수 있는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올해는 발목을 다친 이유로 제주도 탐사를 못 간 대신에 남해안 쪽 탐사로 그 빈자리를 대신하였다.
폭염으로 전국이 끓고 있었지만 방학 중이라서 쉽게 길 나설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