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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완도 상록수 기행5(서어나무,사스레피나무,황칠나무,감탕나무,인동,모람,이나무,나도밤나무,새비나무,남오미자,멀구슬나무,비파나무,애기동백,비쭈기

by 여왕벌. 2011. 11. 20.

2011. 11. 12. 완도.

 

느긋한 발걸음으로 여유 있게 다니는데도 발바닥이 왈왈거린다. 

베낭에 들어 있던 음료수로 목을 추기고 점심 때를 넘긴 뱃속을 달랜다.

이렇게 볼거리가 많다는 걸 생각하지도 않고 수목원이니 두어 시간 돌면 될거라 했던 생각은 크게 빗나갔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입구 매점에서 빵이라도 사 가지고 들어 올걸 후회가 되었지만 소용없는 후회이고

점심을 늦게 먹을 각오로 상록수림까지 오르기로 한다.

 

까치박달 같은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서어나무가 보인다.

사실 서어나무인지 개서어나무인지는 열매의 포를 확인해 봐야 한다.

 

서어나무는 양쪽에 결각성의 톱니가 있고 개서어나무는 한쪽에만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잎 모양도 조금 차이가 있는데 서어나무는 잎맥이 10~12개이고 잎 끝이 꼬리처럼 길게 뾰족한 모양이고,

개서어나무는 잎맥이 12~16개이고 타원형에 잎이 그냥 뾰족하다.

 

 

 잎 끝이 마르기는 했지만 꼬리가 길고 열매의 포를 보니 양쪽에 톱니가 모두 보이는 서어나무가 맞다.

 

 

열매 날개처럼 보이는 포 양쪽에 결각성 톱니가 있다.

 

 

서어나무는 수피가 매끈하지만 울퉁불퉁한 근육질이 특징이다.

 

 

수고가 엄청 높다. 한 15m 정도 되겠다.

 

 

사스레피나무 잔 가지는 상록의 잎 때문에 화환의 자리메움 용으로 많이 이용한다.

꽃이 피는 시기는 아직 이른 듯 꽃봉오리만 매달려 있고 지난 해 이맘 때 쯤 달린 열매가 지금 익고 있다.

 

 

사스레피나무는 많이 보이는데 우묵사스레피는 보이지 않는다.

섬사스레피나무란 녀석도 있는데 잎에 톱니가 없다고 한다.

 

 

폰의 시계가 벌써 3시 30분에 가깝다.

팩에 든 음료와 사과 한 알밖에 먹지 않은 내 몸은 내 의지와는 다르게 내려가자고 조른다.

아직 한참 올라가야 하는 상록수원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린다.

 

내려갈 때는 다른 길을 택한다. 역시 담아야 할 수목들로 자꾸만 걸음을 멈춘다

식재된 작은 황칠나무는 열매를 다글다글 매달고 있던데 숲에 자생하고 있는 황칠나무는 이렇게 드물게 열매를 달고 있다.

 

 

 황칠나무 잎 모양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장자리에 물결성 거치가 약간 있거나 없거나, 3갈래로 깊게 결각이 지거나 전혀 안 갈라지거나.

 

 

  

수피는 거의 백색에 가까운 회색이고 옆으로 긴 피목이 가둑하다.

 

 

수목원 숲에는 감탕나무가 한창 붉은 열매를 달고 있었는데

전시관 앞에 심겨져 있던 감탕나무보다 이렇게 자생적으로 자라는 모습에 더 마음이 끌린다.

열매가 달렸으니 감탕나무라고 불러 줄 수 있는데 열매가 없다면 구분하기 참 힘들겠다. 

 

 

인동 열매가 하도 반짝거려서 못 본 척 할 수가 없다.

 

 

 

모람이다. 남부지역에 서식하는 덩굴성으로 길쭉한 혁질의 잎과 동그란 열매가 달린다.

아직 이 녀석 열매를 보지도 못하였다.

 

 

 

수목원 오던 길에 붉은 포도송이같은 이나무 열매를 담느라고 시간을 지체하였는데

수목원 안에도 이나무가 열매를 매달고 있었다.

 

 

 

 

일본목련 같이 커다란 잎이 눈에 들어오면서 붉은 열매가 보이길래 다가갔더니 나도밤나무다.

열매는 처음 본다. 하기사 꽃도 아직 못 봤으니...

 

울릉도에서 본 적이 있는 너도밤나무는 밤송이처럼 각두가 많은 길쭉한 열매 속에 세모꼴의 밤같은 종자가 들어 있던데

명색이 밤나무 식구라는 이름을 가진 이 녀석 열매는 전혀 뜻밖이었다.

 

 

 도감의 꽃을 봐도 전혀 밤나무와는 이미지가 연결이 안 되는데 왜 밤나무란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동아는 누른 성모로 덮혀 있다.

 

 

몇 시간 동안 눈에 띄지 않던 새비나무가 한 번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이렇게 자주 나타난다.

오늘 가장 풍성하게 열매를 달고 있는 녀석이다. 트여진 탐방로 옆이라 잎 뒷면의 성모가 햇살에 잘 드러난다. 

 

 

꽃받침의 털과 줄기의 성모가 유난스러운 새비나무. 보라색 열매가 구슬 목걸이 같다.

 

 

 

 

보리장나무에 이어 오늘 내게 준 큰 선물이 이 녀석 남오미자이다.

올해는 어째 제주도에서 남오미자 열매를 볼 기회를 얻지 못하여서 완도에서는 볼 수 있으리라 기대를 했지만

너무 높은 곳에 달려 있던 열매에 입맛만 다셨다가 수목원을 다 돌아보고 나오기 직전에 이렇게 운 좋게 만났다.

 

 

 

충실하게 여물지 못한 붉은 열매와 이직 익지 않은 푸른 열매 두 송이였지만 만남에 감사하고 정성들여 담는다.

 

 

 

푸른 열매 가득 달고 있는 멀구슬나무도 다시 쳐다 봐 준다.

아침에 이 녀석 담느라 시간을 보내었는데 이 곳에 있는 걸 알았더라면 그렇게 시간 지체하지 않았을 것을....

 

 

 

꽃을 담기에 적당한 나지막한 비피나무가 비탈에 심겨져 있다.

마을에서 보았던 비파는 너무 커서 꽃을 제대로 담지 못하였는데 참으로 안성맞춤이다.

 

 

이 녀석도 누른 털을 뒤집어 쓰고 있는 털보이다.

 

 

잎 뒷면은 비로드 옷감처럼 털이 두텁게 덮고 있다.

 

 

 

 

동백은 홏꽃잎을 가진 자생의 동백이 정열적이고 아름답다.

한 곳에 애기동백을 심어 놓긴 했는데 일본 원산 원예종이라서 담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래도 서운할 것 같아서 붉고 흰 애기동백을 담아 준다.

 

 

 

 

비쭉하니 가늘고 긴 동아 모양에서 이름을 얻었지 싶다.

상록수이지만 냉해를 입은 것인지 몇 그루의 잎이 얼룩이 졌다.

 

 

새 부리처럼 고부라진 동아가 이색적이다.

 

 

 

엄청 큰 돈나무가 노란 열매를 가득 담고 있다.

황금같은 열매를 주렁주렁 달아주어서 돈나무란 이름을 얻었을까?

돈이 이렇게 주렁주렁 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10m가 넘는 녹나무 여러 그루가 입구 가까운 숲에 숲을 이루고 있다.

열매는 수목원으로 오던 아침 도로변에서 충분히 담았기에 그냥 쳐다보고 분위기만 담는다

 

 

녹나무 수피는 세로로 갈라 터져 있다. 같은 녹나무과의 비슷한 생달나무는 수피가 매끈하다.

 

 

3시 30분에 수목원을 되돌아 나오면서도 이렇게 이것 저것 살피다 보니 5시가 넘었다.

10시에 입장하여 문을 닫는 5시까지 점심도 걸르고 원 없이 살폈더니 마음만은 배부르다.

이제 완도 소재지로 가서 맛있는 점심(?)으로 비어 있는 뱃속을 달래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