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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

전화 한통

by 여왕벌. 2011. 11. 10.

2011. 11.

 

10시 쯤 내 방 전화벨이 울렸다.

 

"감사합니다. ..OO학교..."

"허허허~~~! Ooo, 요새 어떻게 지내나?"

 

울림이 큰 남자 목소리는 내 전화 멘트가 끝나기도 전에 대뜸 반말이다.

 

"네?  누구????"

"허~~! 내 목소리 잘 생각해 봐."

"???....글쎄요..."

 

내 주변이나 예전의 교육계 선배들에서도 목소리와 연결되는 사람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어허~! 그새 목소리도 잊어버리고 섭섭한데....."

"그래도.....??  생각이 잘 안납니다"

 

이 정도 쯤 되면 장난하던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 이름을 밝힌다

헌데도 자꾸만 알아 맞추라고 채근이다.

 

"교육청이나 교장들 중에서 기억하면 될낀데."

 

은근히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잘 모르겠습니다"

 

"딸깍!"

 

아차~! 내가 너무 아둔했남?  전화가 우연히 끊겼는지 아니면 화가 나서 끊었는지 모르겠다만

무척 섭섭해 하는 것 같은데 도대체 누구지? 이런 낭패가 없다.

 

아무리 기억을 떠 올려도 그 울림통 큰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는데 워쪄.

낙엽줄에 들어섰다 캐도 벌써 치매가 오는 것도 아니고...

반말지거리로 말을 놓고 전화하는 걸 보면 분명 나를 잘 알고 있는 선배 교육자 같은데

오늘 일로 온데 내 흉을 해쌀 낀데.......은근히 뒤가 캥긴다.

 

헌데 불현듯 스치는 생각이 있어서 교무실로 달려갔다.

 

"**부장 오늘 목소리 굵은 남자한테서 전화 받은 거 없어요?"

"아, 네~! 퇴임하신 **교육장님 아니었어요? 저도 통화했는데요."

 

엉? 정말 나를 아는 사람이었나 보다.

이크~! 이젠 죽었다! 그 교육장님이라면 결례를 해도 크게 했는디.

 

"본인이 직접 **교육장님이라고 밝혔나요?"

 

**부장도 수업 시간에 전화를 받았단다.

**부장을 바꿔달라면서 두 번이나 급하게 전화가 오길래 교무실의 사무보조원이 교실로 연결을 한 모양이다.

 

"하이고~! 이OO선생 OO학교에 근무하고 있었네."

"아~! 예...그런데 누구신지요?"

 

역시 자기가 누군지 맞춰 보라더란다.

**부장도 자기를 잘 아는 분으로 생각이 드는데 누군지 목소리 기억이 나질 않더란다.

어디서 근무 했었지? 하면서 묻는 걸 어느 학교에서 근무를 하였고 함께 모신 교장선생님 함자가 이렇고....

**부장은 목소리가 묻는 대로 자기 입으로 나불나불 불어대었겄다.

 

그 불어대는 학교명과 교장 이름을 울림이 큰 남자가 맞장구를 치면서

맞아 거기 근무를 했지, 근데 그 교장들 중에 내 목소리가 있을 건데 모르겠냐고 자꾸만 되묻더란다

그래도 목소리를 모르겠다니까 손님이 와서 전화를 끊어야겠다면서 전화가 끊어졌단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교육장님 목소리 같더라고..... 그래서 다시 전화 오길 기다렸는데 안 오더란다.

 

"이그~~! 전화가 다시 올 리가 있능감? ."

"네??"

"아직도 몰러? 사기꾼이여."

 

언젠가 학교 동창이라면서 전화로 사기를 치는 일이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오늘 전화를 끊고 잠시 이상하다 하고 하는 순간 아차~! 하고 그 이야기가 떠올랐던 거다.

 

내가 OO교장샘 아니냐고, 혹은 OO장학관님 아니냐고 알은 체를 하면 그래 이제 알아 보네 하면서  

그 눔이 사기 작전 전초전을 성공했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건 뻔 한 일.

그 다음 단계는 어려운 일 도와주겠네 워쩌네 하면서 돈 이야기를 꺼낼 건 분명할 터라.

 

오늘 몇 군데 확인을 해 보니 똑 같은 전화를 받은 사람들이 몇이 되었다. 그 눔은 여자들만 골라서 사기를 칠려고 했다.

그런데 다들 그 끊어진 전화를 두고도 사기 전화인지도 모르고 누구지?? 하고 찜찜해 하고 있더라는 거다.

참말로 벨 놈의 사기꾼들이 다 설치고 다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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