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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

새색시 시집가네

by 여왕벌. 2011. 2. 28.

2010. 2. 26.

 

비가 올까 걱정을 한 일기 예보였는데 계속되는 푸근한 날씨는 걱정을 씼어준다.

소수서원과 박물관 전시실을 한 바퀴 돌아 본 후 영주시에서 의욕적으로 조성해 놓은 선비촌을 산책하는데 담장 한 쪽이 부산하다

대례복과 관모를 쓴 신랑과 족도리에 연지 곤지를 찍어 붙인 새색시 차림의 한 쌍을 보니 전통 혼례 체험 행사를 하는 듯 싶다.

 

헌데 담장 안에 모인 사람들을 보니 체험행사는 아닌 듯 싶다. 정말 전통 혼례를 치르는 모양이다.

와우~! 전통 혼례는 보질 못하였는데 함께 동행한 일행과 신이 나서 축하 하객인 것처럼 혼례장 마당으로 들어섰다.

다행하게도 양가 축하객이 아닌 관광객들도 제법 모여 있는 것 같다.

 

신랑이 푸른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초례청으로 들어오는데 양쪽에 도와주는 집사가 함께 입장한다. 

 

 

토요일 오후부터 비가 올거란 예보가 있었지만 화창한 햇살로 담 너머가 환하다.

담장 너머 연지 곤지 족도리로 단장을 한 신부가 집사의 부액을 받으며 들어 오고 있다.

 

 

신랑이 초례청 입구에서 대기하는 동안 양가 안혼주 두 분이 촛불 점화를 준비한다.

 

 

살랑거리는 바람 때문에 청 홍색 양초에 불이 붙지 않아서 애를 먹더니 겨우 불을 붙였다.

 

 

부족한 우리 딸 자알 부탁 합니다.

따님 곱게 길러 보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 아들도 자알 부탁합니다~~!

 

  

 신랑의 모습을 보니 귀티가 나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게 참 자알~ 생겼다.

 

 

신랑은 홍색 천을 깐 대야에 담은 물에, 신부는 청색 천을 깐 대야에 손을 정갈하게 씻고

 

 

드디어 신랑 신부가 인사를 나눈다. 평생을 같이 부부의 연을 맺는 첫 인사다.

 

 

대나무에 올려진 청색실은 신부, 소나무에 올려진 홍색실은 신랑을 의미한다

혼례상 위에는 청홍 보자기에 싸인 암탉과 수탉이 놀란 눈을 굴리고 있다.

 

예식을 치루는 동안에 수탉이 두번이나 발버둥질 치면서 상 아래로 떨어져서 하객들과 구경꾼들의 웃음을 자아내었다.

뒤쪽에서 우스개 소리가 들린다. "신랑이 장가 가기 싫은가 벼~!"ㅎㅎ...

 

 

 

가운데 갓을 쓴 분이 알아듣기 어려운 말로 식을 진행하고 신랑 뒤쪽에 서 있는 분이 쉽게 풀어서 안내를 하고 있다.

 

 

양가 하객들은 의자에 앉아서 진행되는 혼례식을 지켜보는데, 하객 한 분이 큰 소리로 계속 신랑 신부를 나무랜다.

 

신랑이 웃으면 안돼! 첫 딸 낳는다!

어허~! 술 한잔은 쭈욱 마셔야지!

신랑이 그래 가지고 힘을 쓰겠나?

 

ㅎㅎㅎㅎ...... 훈수 소리가 재미 있어서 다들 웃음바다가 된다.

 

 

자아~! 신랑은 두부에 손을 대지 말고 뒤집어 보시오!

두부를 뒤집는 이유를 뭐라 설명한 것 같은데 기억이 없다.

 

 

어케 손을 대지 않고 두부를 뒤집는겨? 잔대 두개로 ...ㅎㅎㅎ...

 

 

기다리는 신부는 발이 엄청 저리겠다.

 

 

아무튼 여러 번 절을 하고

 

드뎌 표주박에 술을 나누어 마시는 합근례 순서다. 신랑과 신부 모두 집사의 도움으로 술을 한 잔씩 든다

신랑~! 한잔 쭈욱 마셔라. 얼마나 힘 쓸지 보자!

어르신의 농 소리에 또 한 바탕 웃음소리 이어진다. 

 

 

신부도 한 잔 쭈욱~!

한 잔  마셔야 아들 낳는다~! 이어지는 훈수 소리에 식장은 또 웃음보가 터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부는  마시는 시늉만 한다. 

 

 

 

안주도 입에만 대었다가 먹는 시늉만 한다

 

 

 

또 절 하란다. 무슨 절을 그리도 많이 하는지. 그래도 저린 발로 앉아 참는 것 보다 낫긴 하겠다. ㅎ

 

 

드뎌 하객들에게 부부 됨을 알리는 큰 절로 절차가 끝나는가 보다.  

 

 

 

어~따! 신랑 각시 백년해로 하거라. 새부부의 탄생에 모두 큰 박수로 격려를 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신랑 신부는 대추알을 함께 나누어 먹을 차례다.

 이건 아마 여러 사람들 앞에서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순서인 것 같다.

ㅎㅎ... 손뼉 치며 밝게 웃어주는 하객들의 모습이 더 재미 있다.  옴마~! 달콤하기도 하긋다!

 

 

 대추 한알 물고 오물거리면서 단맛을 즐기는 신랑의 모습이 귀엽다.  

 

 

신랑이 신부를 업고 초례청 마당을 한 바퀴 돌란다.

힘이 얼마나 센지 알아 봐야 한다나? ㅎ... 좋기도 하겠다.

 

 

내내 고개만 숙이고 내숭이던 신부가 좋아라 하면서 두손으로 V자를 그리면서 웃는다.

ㅎㅎ....성격 한번 좋은 신부다.  그래도 샥시가 너무 헤벌쭉 웃는다꼬 흉 들을까 봐 이빨은 드러내지 못한다.

 

 

신랑의 얼굴은 연신 싱글싱글이다.

신랑 등에 업혀서 좋아라 하던 신부는 연지 하나를 떨어뜨린 줄도 모른다. 이리 좋은 날 그게 무슨 대수일까?

 

 

 

상 위에 놀란 눈을 하면서 버둥거리던 두 마리의 닭을 신랑 친구들이 날리는 것으로 초례청 예식이 끝났다.

꿩 대신 닭이 아니라 부케 대신에 닭이었다. 인상 좋은 훈남 새신랑과 고운 새색시 부부 행복하게 백년해로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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