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15. 제주.
가을이면 또 아랫녘 섬나라가 궁거워서 자꾸만 고개가 돌아간다.
아마 지금 쯤 한라부추가 장관을 이루겠지, 한라꽃향유가 고울텐데...어드메 쯤 정금나무 열매도 주렁주렁 그네를 타고 있을 텐데..
다정도 병이다. 이누무 꽃 상사병을 아직도 못 벗어나고 있으니 아직 나는 초보인가 보다.
결국 비행기 표를 질러 버렸다. 공항에서 합류한 꽃동무와 함께 서귀포 쪽을 향하여 5.16도로를 넘는다.
한라산 중산간 도로 주변은 아직 단풍이 오지 않고 있는데 성판ㄱ악 입구응 등산객들로 도로변이 주차장이다.
작년에 10월 30일 내려왔으니 올해 보름 이르게 제주에 내려왔다.
나뭇가지에 올레길 리본이 보이는 해안에 차를 멈춘다. 해안 산책로에 덩굴모밀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제주의 서귀포 해안에서만 서식하고 있는 녀석이다.
꽃과 마디의 엽초에서 마디풀과의 특징이 나타난다.
개화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열매를 못 보겠다 싶었는데 해안 쪽으로 까만 열매가 드물게 보인다.
초록의 풀밭을 배경으로 이고들빼기가 다북하게 꽃을 피우니 그것도 이쁘다.
하얗게 꽃을 피우고 있는 쥐꼬리망초가 시선을 잡는다.
8월이 지난 해안에 뒤늦게 피는 참으아리도 아직 넉장의 꽃잎(사실은 꽃받침)을 펼치고 있다.
이 곳의 갯쑥부쟁이는 마치 개쑥부쟁이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갯쑥부쟁이의 잎은 구두 주걱모양을 하고 있다.
갯쑥부쟁이도 개쑥부쟁이처럼 관모가 길다.
파도가 치는 절벽을 바위 틈을 잡고 위태 위태하게 접근을 한다. 연화바위솔을 찾아서.
작년에 딱 한 포기 꽃을 피웠던 연화바위솔을 기억하고 찾았지만
이렇게 손톱만한 연화바위솔 한 포기가 가을 비를 그리워하고 있을 뿐....
억새도 아닌 벼과 식풀이 하얗게 꽃이삭을 펴고 해안 숲 초입을 꾸미고 있다.
나중에 이름을 찾았는데 이 녀석이 개사탕수수로 귀화식물이라고 한다.
진즉 녀석의 정체를 알았다면 줄기를 씹어 볼 걸 그랬다.
이 녀석 때문이었다. 이번 제주행의 목적 중에 가장 큰 이유가.
참나무겨우살이는 제주도에서만 서식하는 상록성 기생 관목이다.
주로 귤밭 방풍림이나 구실잣밤나무, 동백나무, 후박나무, 삼나무, 생달나무, 까마귀쪽나무, 참나무 등을 숙주로 하고 있다.
이 녀석은 숙주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이 제가 마치 주인인 양 기세가 등등하다.
꽃덮이는 좁은 난상 통형, 겉에 적갈색의 퍼진 털이 있으며, 안쪽은 흑자색으로 광택이 나고, 끝은 4장으로 갈라져서 뒤로 젖혀진다.
붉은 수술과 함께 수술은 4개이며 암술대는 꽃덮이통 밖으로 나온다
이 녀석도 가지와 잎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목본이다.
참나무겨우살이를 담으면서 보니 양하가 여기 저기 보이더니만 꽃동무가 꽃이 핀 걸 찾았다.
양하꽃은 그림으로만 보고 꽃을 직접 본 적이 없던 터라 웬 횡재냐 싶어서 신이 났다.
멀리 대정항 부두 너머로 작은 섬인지 아련하다
몇 가지 보지 못하였는데 벌써 점심 때다.
물횟밥 한 그릇으로 식사를 해결하기 위하여 가는 도중 급하게 차를 세운다.
어느 집 돌담에 선인장이 노랗게 꽃을 피우고 있다. ㅎ...여러 번 제주에 자주 내려왔어도 이 녀석 꽃 피운 건 첨 본다.
새벽부터 설쳤더니 빈 속이라 자라물회 한 그릇을 뚝닥 해치웠다.
솔잎란을 보려고 한참을 이동한다. 동쪽 해안에도 솔잎란을 찾으러 다니긴 했지만 이미 사라진지 벌써인 것 같다.
손을 탄 것인지 환경이 좋지 않아사 자연 도퇴 되었는지 모르겠단다.
차를 세운 바로 옆 나뭇가지를 기어 오른 함박이 덩굴에 열매가 곱게도 색을 내었다.
세모래덩굴, 댕댕이덩굴과 함께 방기과 녀석으로 열매가 무척 크고 색이 고운 녀석이다.
기재문상으로는 암수한그루라고 하는데 나는 이 녀석이 암수딴그루라는 걸 확신한다.
열매가 마치 산호 반지알처럼 반짝인다.
몇 년 전 이 곳에서 솔잎란을 보았을 때 보다 아주 잘 자라고 있다.
솔잎란은 멸종위기 종으로 보호식물이다.
동쪽 해안에도 서식한다던 녀석은 모두 사라져 버렸는데 이 곳은 그래도 환경이 좋아서인지 아주 튼실하게 터를 잡고 있다.
잎은 마치 솔잎처럼 가느다랗지만 이 녀석 난초도 아니면서 <란> 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를 모르겠다.
양치식물들은 지금이 한창 포자를 달고 있을 때라 솔잎란 역시 포자주머니를 많이도 달고 있다.
어떤 녀석들은 벌써주머니를 열고 포자를 다 날려 보냈다.
솔잎란을 실컷 담고 나니 주변의 보리밥나무도 눈에 들어 온다.
상록성 중에 뒷면이 분백색인 보리밥나무에 비하여, 갈색을 띤 백색인 보리장나무가 있다...
가지를 이렇게 길게 덩굴처럼 벋어서 자란다.
솔잎란 벼랑 위에 석위도 싱싱하다. 육지 내륙에서 보는 녀석은 자그마한 애기석위이다.
제주에 오면 꼭 쑥부쟁이를 담는다.
이 녀석은 습한 곳을 좋아하여 내창이나 습지 목초지 습한 곳에서 볼 수가 있다.
갯쑥부쟁이는 갈색의 관모가 무척 길지만 쑥부쟁이는 가새잎쑥부쟁이처럼 관모가 0.5mm 정도로 거의 없는 듯 보인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솔잎란 계곡을 뒤로 하고 급히 자리를 뜬다.
좀딱취를 보기 위해서 중산간으로 다시 올라가야 한다. 숲이라 조금만 해가 기울어도 어두워서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