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6. 북백두 천문봉.
이른 아침 시간에 살그머니 천상의 화원을 바쁘게 탐하였다.
북백두 천문봉 기상대 숙소에서 4시에 기상을 한 우리는 몇 사람은 일출을 담으로 정상에 올라가고
나는 나는 일출보다는 정상부의 꽃들을 더 보고 싶은 마음이라 나와 일행 한 사람과 가이드 셋이서 정상부 초원을 밟기로 하였다.
백두산으로 오르는 도로 양쪽으로 울타리를 쳐 두었는데 허가를 받지 않고 풀밭에 들어 가는 것은 모험이라고 한다.
하지만 새벽이라 아직 공안원들이나 사람들이 다니지 않기에 그 시간을 이용하기 위하여 새벽부터 서둘렀다.
백두의 새벽 아침의 신선한 기운이 셔츠 속으로 들어오는 서늘함이 싫지는 않다.
불편한 잠자리와 백두산 정상이라는 설레임에 한 잠 이루지 못하고 밤을 새워 버린 피곤함을 싸악 가셔 준다.
동쪽 하늘은 구름으로 층을 이루어 있었고 아침 해는 구름에 가려져 붉은 기운만 드러내고 있었다.
바닥에 깔려 있는 갖가지 야생화에 탄성조차 크게 내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리면서 무엇부터 어떻게 담아야 할지 정신이 없다.
북백두의 상징적인 꽃 두메양귀비 뒤로 저 멀리 하룻밤을 보낸 기상대 숙소가 백두산 정상을 비추는 아침 햇살에 붉다.
두메자운 늦둥이 꽃 한 송이가 어찌 그리 반갑던지.
7월에 왔더라면 장관을 이루었을텐데.....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으면서 백두산 천문봉 아래 천상의 화원 속에 온갖 꽃들과 동회된 그 벅찬 기분을 아실랑가?
설레임과 함께 벅차오르는 감격으로 가슴이 뛰고 손이 후들후들 떨려서 잠시 촛점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백두산과 같은 고산에 자생하는 구름범의귀에 맺힌 이슬이 아침 햇살에 보석처럼 곱다.
백두산의 아침 햇살 받아 서서히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는 두메분취
피곤한 몸을 하루 의지했던 기상대 숙소도 아침 해를 받아 두메분취와 함께 깨어나고 있다.
아직 이슬도 떨구지 않은 풀잎들이 아침 햇살에 한기를 말리고
5시 에 백두산 정상의 초지를 헤맨 이유 중 하나가 가솔송 때문이었는데
어제 봉고버스로 올라오면서 차창으로 흘낏 보았던 게 가솔송이 아니라 구름송이풀이었다.
한 무더기 나도개미자리 앞에 머리 조아린다.
백두산의 정상부에는 고산 지역의 특이한 식물들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
그래서 한 번 백두산에 가 본 사람들은 몇 번이고 이 백두에 오르는 것 같다.
그림으로만 백두의 그리움을 대신하다가 올해 처음 이 곳에 다녀온 나도 아마 몇 년간 백두에 대한 상사병이 생길 것만 같다.
바닥이 난 체력에 어디서 그리 힘이 솟아나던지...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담으려 이리 뛰고 저리 뛰는데 원더우먼이 따로 없다.
혹시나 푸른 제복을 입은 누군가 고함을 치면서 나타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느라 바짓가랑이가 이슬에 젖고 옷섶이 후줄근해져도 아랑곳 없다.
밤 사이 내린 이슬을 고스란히 받아서 치장을 한 돌꽃은 큰 무더기로 피어서 먼 길 달려온 아짐을 반겨 준다.
붉은 것은 이미 결실이 된 암꽃 열매이다.
노란 꽃은 수꽃이라 하는데 이 녀석은 한 포기에 암꽃과 수꽃이 같이 있는 것 같다.
양성화는 가지돌꽃이라 하던가?
서서히 백두의 아침이 환하게 밝아지고 있었다.
아침 햇살을 등진 호범꼬리의 화사한 표정으로 우리도 덩달아 즐거워진다.
동그란 잎이 귀여운 나도수영은 벌써 발그레 단풍이 들었다.
한 가지라도 더 담으려고 하니 발걸음이 바쁘다. 두어 걸음 옮기는데에도 달음박질이다.
배수로에 자잘한 꽃을 달고 있는 녀석이 보인다.
안개처럼 자잘한 꽃이 핀 녀석을 두고 톱바위취 같지 않고 다른 녀석 같다고 해서
구실바위취입네 아니네 하였지만 톱바위취가 맞는 것을.
백두산 정상부 초원에는 한 뼘이 안 되는 나무와 풀꽃들이 살고 있다.
북백두의 천문봉 보다 낮은 서백두나 노호배에서는 이미 붉은 열매가 여물고 있었는데
이 곳은 고지가 높아지 아직도 늦게 핀 녀석들아 남아 있어서 얼마나 반갑던지
좀참꽃은 월귤과 함께 진달래과 목본 중에서 제일 작은 녀석이 아닐까 싶다.
한 쪽으로만 펼쳐진 5갈래의 꽃잎과 검은 꽃밥이 마치 붉은 얼굴의 원숭이같이 좀 우스꽝스러운 표정이다.
꽃은 지름 2cm 정도로 홍색이고 새가지 끝에 1개씩 달리며 화축에 선모가 있고 포엽이 달린다
수술은 10개이고 수술대 기부에 털이 있으며 암술대는 털이 있고 수술보다 짧다.
아래 쪽에서 올라오는 자동차 소리에 질겁을 하여 꽃밭에서 황급하게 벗어나서는 산책을 하는 척 한다.
숙소 근처에는 벌써 기상대 직원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더 이상 탐사를 하다가는 봉변을 당할 것 같은 불안으로 이제 숙소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담자리꽃나무다~!
서백두에서는 열매만 보아서 서운했는데 백두산 정상부 천상의 화원에 몇 송이 남아 있는 꽃이 반갑다.
분홍색 바위구절초가 아침 햇살 받아 더욱 발그레 홍조를 띠었다.
백두산의 정상에서 내 몸을 누이고 있는 건지 정말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설레임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상대 숙소도 아침 햇살에 서서히 융기하고 있다.
구름을 만드는 작은 입자들이 살갗의 솜털을 간지르며 지나간다. 누워 있던 솜털들이 바시락 바시락 기지개를 펴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벌써 산 아래로 부터 관광객을 실은 짚차가 올라 오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으며 천상의 화원에서 벅찬 만남에 꿈같은 시간이었다.
이 새벽 아침 황홀한 꽃나들이로 벌써 나는 행복감이 포화 상태이다.
이제 아침 식사를 하고 달문으로 갈 준비를 해야 한다.
이 아침 아름다운 천상의 화원을 무사히 활보한 기쁨으로 세 사람 모두 하이 파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