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6. 북백두에서 달문 까지.
새벽의 화원 산책을 마치고 6시 30분 기상대 숙소에서 준비한 아침식사 후
천상의 화원에 대한 여운이 아직 가셔지지 않은채
드뎌 백두산 천지를 바라보면 꽃을 볼 수 있는 달문 루트를 걷기 위하여 짐을 챙겼다.
우리가 묵었던 기상대 직원 숙소이다.
천문봉 아래 꽃밭을 탐사했던 나와 다른 한분은 의기양양하여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는데
아침 일출을 보러 갔던 일행들은 구름에 가려진 해의 붉은 기운만 바라보며 애를 태웠다고 한다.
백두산은 곳곳의 루트를 탐사할 때는 미리 허가를 받고서 각 루트 이용료를 지급해야 하고
반드시 현지 산악가이드를 채용해야 한다. 그에 대한 일당을 지급해야 함은 물론이고 .
7시 경 이 곳 매점에서 산악가이드를 기다리느라 30분 정도 지체 되었다.
휴게소 매점에서 커피 한 잔으로 가이드가 올라오기를 기리는데 커피 한 잔 값이 우리 돈으로 천원이었다.
이 곳의 물가는 내국인과 한국인에게 받는 가격이 달랐다.
제일 앞의 건물이 여행객들이 차와 먹거리를 구입하거나 쉴 수 있는 매점이다.
이 곳을 언제 또 다시 올 것인지 기약이 없기에 많은 것을 담고 싶은 아쉬움에
휴게소 주변에서 멀리 백두산의 서편 능선을 배경으로 구름국화를 담아 본다.
갈라진 계곡 사이에는 달문을 통하여 흘러 내린 천지의 물이 떨어지는 장백폭포가 있다.
7시 30분 드뎌 달문쪽으로 출발한다. 다들 풍경을 담느라고 자꾸만 시간이 지체되는데
벌써 산악가이드는 점심도시락 보따리를 들고 저만치 가서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저 아래로 난 길을 따라 오늘 우리가 이동해야 하는 루트이다.
살짝 천지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어제 오후 5시 경에 이곳에 도착하여 푸른 천지의 품에 환호하면서 감격에 겨워 했던 그 기분이 다시 살아난다.
오늘도 날씨는구름 한점 없이 푸른 하늘을 드러낸 최고의 상태이다.
자잘한 자갈이 깔려서 자칫 미그러져 엉덩방아를 찧기 쉬운 내리막길이라 조신조심 걸음을 옮기는데
염주황기 꽃이 아직 피어 있다. 사흘 째 탐사에서 처음 만나는 녀석이다.
만났을 때 담아야 한다는 내 신조에 따라 걸음을 멈추고 무릎을 꿇는다.
햇살에 이슬을 말린 두메양귀비가 새벽 아침에서 만나던 느낌과 또 다르게 다가온다
가는 중간 중간 피어 있는 꽃을 담느라고 전진 속도가 늦어지자 저 아래 가면 꽃들이 천지라고 대장이 재촉하는 말에 바삐 걸음을 옮긴다.
천지의 한 귀퉁이서 점점 더 열리고 있다.
우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또 있단 말가?
푸른 천지앞에 하늘하늘 거리는 색색의 꽃송이들. 형언할 수 없는 감격에 무엇부터 어떻게 담아야 할지 가슴만 벅차다.
마치 우리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이 낭떠러지 끝에 도열하고 있는 구름국화.
아래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의 흔들림마저도 기쁘게 담는다.
열매를 맺고 있는 두메양귀비도 하나의 자연의 모습으로 천지의 웅장함을 장식해 주고 있다.
낭떠러지 끝에는 다양한 곷들이 자리잡고서 모델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아래로 천지로 흘러내리는 급경사지에도 구름국화며 씨범꼬리, 두메송이풀, 흰장구채....로 색색의 별을 뿌려놓은 듯하다
흰장구채도 천지의 바람에 잠시도 꽃송이를 가만두지 못하고 있다.
천지로 향한 사면에는 호범꼬리가 하얗게 꽃밭을 이루었다.
저 아래 오른쪽으로 우리가 내려 가야할 천지의 달문이 보인다.
내려 가는 길이 거의 수직에 가까운 내리막길이라 한다. 내리막이기에 망정이지 올라간다면 엄두도 못낼 것 같다.
이 곳에서 50분 간의 시간동안 맘껏 천지를 담았다.
달문의 꽃밭을 기대하면서 아쉬운 걸음을 옮긴다. 저 뾰족한 봉을 지나서 왼쪽 아래로 급경사 길을 내려가야 한다.
잠시 걸어가는 길 오른쪽으로 장백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대지의 실핏줄처럼 도드라지는데
구름국화가 화사하게 유혹을 하니 그냥 지나칠 수야 없지 않간디.
산솜방망이인줄 알았더니 구름솜방망이라고 이름들을 붙여 놓았다.
헌데 구름솜방망이는 국명에 없다. 그냥 솜방망이는 아닐텐데.....금강솜방망이였다.
개회향도 이 곳의 주요 식물군으로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대장의 재촉하는 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흰장구채 앞에 또 주저 앉는다.
자주 올 수 없는 곳이라 아름다운 모습을 하나라도 더 담고 싶은 건 누구나 같은 마음일테니까.
저 아래로 달문으로 가는 길과 송사하 개활지가 흐릿하게 보인다.
드뎌~~! 흰장구채가 핀 바위벽 사이로 내려가는 길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달문으로 내려 가는 길은 정말 수직에 가까운 급경사였다.
두 손으로 바위를 짚거나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다시피 하며 얼마나 조바심을 하였던지.
자잘한 잔 자갈에 미끄러져서 세게 엉덩방아를 찧었는데 머리가 띵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다행하게도 장갑을 끼고 땅을 짚어서 손바닥이 무사하였지 안 그랬다면 찰과상을 크게 입었을 게다.
다 내려와서 쳐다 보니 까마득한 높이이다.
저 길을 다시 올라가야 한다면? 그래도 그 위에 천국의 화원이 있다면 네발로 기어서라도 올라가야겠지?
내려오는 도중에 하도 햇살이 고와서 베낭에 집어 넣었던 카메라를 꺼내어서 담았다.
비탈 길이 아무리 가파르고 긴장이 되지만 아침 햇살이 아름다운 오랑캐 장구채를 그냥 보낼 수가 없다.
경사길을 다 지나온 아랫쪽에는 쥐오줌풀 군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냥 쥐오줌풀은 아닌 것 같은데 앞에 어떤 이름이 붙는지 부분 부분 제대로 담은 게 없어서 동정이 곤란하다.
고지가 낮아지니까 싱싱하게 핀 염주황기도 군락으로 나타난다.
열매 모양이 염주처럼 잘록잘록하다.
부전바디로 보이긴 하는데 산형과는 이름 붙이기가 겁이 난다.
승사하 물 줄기가 이젠 손에 닿을 듯이 가까워졌다.
바위 위에 자리잡은 오랑캐장구채도 눈길을 피하지 못한다
박새 군락 너머로 앞서 간 산악 등정 팀이 승사하 물을 건너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도 저 물을 건너서 달문 천지 못가로 갈 예정이다.
승사하 옆의 박새 군락이 화사하고 싱싱하다
산악가이드는 바위를 딛고 건널 수 있는 장소를 찾아서 두리번 거렸지만
그리 깊지도 않고 백두산 천지의 물에 발 담그어 보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겠나 싶어서 서슴 없이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렸다.
무릎 깊이 정도로 깊은 승사하 물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폭이 5m 정도인 물을 건너는데 살갗이 따끔거릴 정도로 얼음장이어서 오래 견디기 힘들었다.
그제 노호배 능선에서는 비에 젖어서 후줄구레 하던 큰오이풀이 온전한 모습으로 반겨준다.
천지 못 가에서 보트를 타고 있는 중국 현지인들이 보인다.
모터 보트도 있었는데 한 번 타는데 삼만원이란 돈을 내고 타 보라고 자꾸만 권하였지만 우리의 관심은 꽃밖에 없었으니 시큰둥할 수 밖에.
현지 시각 10시다. 드뎌 승사하 물을 건너서 달문 천지 못가로 다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