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26. 제주.
아침 비행기로 제주에 도착하여 꽃동무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몇 개월 만나지 못하였던 터라 더 반갑게 수인사를 한다.
제주시가지는 날씨가 좋은데 1100도로를 넘는데 비가 부슬거리더라고 하니 잠시 탐사 일정으로 의논이 오간다.
한라산은 뒷날로 미루고 서귀포 해안 쪽으로 가기로 한다.
어리목 쯤을 지나는데 벌써 어두워지면서 비가 뿌린다.
동부와 서부가 다르고 산 아래와 중산간 지역의 날씨가 다른 참말로 변화무쌍한 제주의 날씨다.
1100 고지에 잠시 차를 멈추고 습지를 살펴보았다. 흰제비난초가 이미 시들고 있다.
꽝꽝나무 아래 흑박주가리 검은 꽃잎도 안개비에 젖었다.
지의류를 덮어 쓰고 있는 현무암에 의지하여 한라부추도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붉은 한라부추가 깔린 습지의 모습은 장관이던데 정작 곱게 필 때 한번도 이 곳을 방문하지 못했다.
습지 바닥의 머리카락 같은 사초류 사이에 자주땅귀개도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자주땅귀개와 이삭귀개는 두 녀석이 비슷하여 헷갈리는데 구분 포인트를 알면 걱정이 없다.
이삭귀개 : 꽃자루가 없다. 아래턱 같은 거가 앞으로 쭈욱 뻗쳐서 입을 다문 것처럼 보인다. 꽃봉오리가 둥글다.
자주땅귀개 : 꽃자루가 있다. 거가 땅귀개처럼 이래로 내려와서 입을 쩌억 벌린 것처럼 보인다. 꽃봉오리가 뾰족하다.
후두둑~! 툭 탁~!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통에 옴마야 하고 냅다 달려 나왔다.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산 아래 서귀포 쪽으로 달린다.
제주에서 자생하는 목부용이 있다면서 꽃동무가 차를 세운다. 미국부용과 다른 나무 부용이라는데
확인을 해 보니까 제주에서 자생하는 것은 맞지만 이 녀석도 초본으로 가을에 되면 아랫쪽 가지가 목질화 되는 것 뿐이었다.
현무암 돌축대 위에 줄기를 벋고 있는 병풀이 깨끗하길래 줄기를 들추어 보니 꽃이 핀 것 같다.
이 녀석은 길바닥 어디에서 든지 흔하게 동글동글한 잎이 바닥을 깔고 있는데
옆으로 벋는 줄기는 마디마다 뿌리가 내려서 줄기를 들어 올려도 꿈쩍을 하지 않는다.
주로 3~5개 씩 산형화서를 이루고 있는데 줄기 몇개를 뒤적거리니 싱싱하게 꽃술이 살아 있는 녀석이 보인다.
꽃은 자색을 띠고 있는 꽃잎이 5장이고 수술이 5개, 암술이 2개이다.
열매는 납작한 원형으로 암술대가 남아 있다.
줄기가 옆으로 벋으면서 마디마다 뿌리가 내린다.
돌틈 사이에 봉의꼬리가 쳐다 보고 있다. 정말 봉황 꼬리처럼 아름다운 잎을 가진 고사리다.
봉의꼬리 옆에 있는 녀석이 돌담고사리라고 꽃동무가 일러 준다.
잎을 뒤집어 보니 포자가 가득 맺혀 있다.
드뎌 몇 번 와 본 적이 있는 황근자생지가 있는 해안에 도착한다.
해안 입구에 나도공단풀이 꽃잎을 열고 있다. 잎자루가 짧은 대신 꽃자루가 무척 길고 화경에 마디가 있다.
제주도에는 공단풀도 있는데 화경이 매우 짧고 잎자루가 긴 녀석이다.
물레나물처럼 나도공단풀 꽃잎도 바람개비를 만들고 있다.
화경이 길고 중간에 마디가 꺾여 있다.
잎자루가 짧다.
5장의 소엽을 가진 거지덩굴도 노랗게 꽃을 피웠다.
이렇게 잎새가 고운 녀석에게 거지라니....
5장의 잎을 가진 덩굴식물로 미국담쟁이덩굴이 있는데
거지덩굴은 잎자루가 3갈래 진 후 아랫쪽 잎자루가 2개가 다시 2갈래 져서 5장의 소엽을 이루는데,
처음부터 5갈래 진 미국담쟁이덩굴과 차이점이다.
거지덩굴이 덩굴을 걸치고 있는 개머루 줄기에도 노랗게 개머루 꽃이 피고 있다.
개머루 꽃은 취산화서를 이루고 있다.
까마귀머루다. 취산화서인 개머루와 달리 원추화서를 이루고 열매가 까맣게 익으며 잎의 결각이 둥글다.
황근이 있는 곳으로 몇 걸음 내려 간 자리에 아욱메풀이 동그란 잎을 귀엽게 펼치고 있다.
5월에 이 녀석 꽃을 담으려고 했는데 시기를 놓쳐 버렸다.
섬모시풀이다. 작년에 모시풀로 담아갔는데 꽃동무의 확인 결과 섬모시풀로 동정을 끝냈다.
가지는 목질회 되어서 닥나무처럼 큰 녀석도 있다.
멀리 범섬을 앞에 두고 해안의 황근 나무가 노랗게 꽃을 피우고 있다.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된 제주의 특산식물이다. 아욱과인 황근은 모양과 크기에서 무궁화와 무척 비슷하다.
둥그스름한 잎이 참 순박해 보인다.
황근이 버티고 있는 해안 바위에 순비기나무도 보라색 꽃을 장식하고 있다.
순비기나무 열매는 독특한 향이 있어서 방향제로 꽤 매력이 있는 녀석이다.
주변의 바위를 뒤지던 꽃동무가 낚시돌풀이 있다고 알려준다.
부산까지 내려 가야 볼 수 있는 녀석이다. 암 부산에서 더 북쪽으로는 이 녀석이 없는 것 같다.
얼핏 보면 잎이 갯까치수염을 닮아서 헷갈릴 수 있는 녀석인데 잎이 혁질로 표면에 윤채가 있는 녀석인데.
꼭두선이과 꽃의 특징인 4장의 갈라진 꽃잎을 가진 멋진 녀석이다.
갯기름나물도 멀리 바다를 응시하고 파도소리를 담은 열매를 보석처럼 익히고 있다.
발그레 홍조를 띤 갯기름나물 열매가 꽃처럼 곱다.
황근 해안에서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몇 군데를 들르려면 좀 서둘러야 한다.
영주풀을 보기 위하여 이동하는 도중에 다시 차를 세울 수 밖에 없었다.
귤밭 돌담과 삼나무 위에 노랑하늘타리가 제철을 만나 꽃차일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귀포에서 해물탕으로 접심을 해결하고 영주풀이 있는 계곡 입구에 도착이다.